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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술' 소주, 어디까지 순해지나…"17도 벽 무너질까"

참이슬 후레쉬 17도로 1년 만에 0.2도 낮춰
쓴맛 대신 순한 맛 찾는 소비자 추세 반영…원가절감 효과도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9-03-20 07:00 송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참이슬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참이슬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민의 술'이라 불리는 소주가 또 순해진다. 한 잔에 "캬~" 소리를 내뱉게 하던 '독한 소주' 대신 '순한 소주'가 대세가 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20도를 웃돌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0년여 만에 17도까지 떨어졌다. 가볍게 마실 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순한 소주의 인기가 더 높아진 영향이다. 
특히 소주 시장점유율 1위인 '참이슬 후레쉬'가 17도로 내려오면서 경쟁업체들은 차별화를 위해 소주 도수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에서는 '16도 소주'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에선 이미 15도대 소주까지 등장했다.

◇1등 소주 '참이슬' 파란색, 알코올 도수 또 낮춰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7도로 조정한다. 지난해 4월 17.8도에서 17.2도로 0.6도 내린 뒤 1년여만이다.
참이슬의 원조 브랜드인 진로소주가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에서 첫 선보였을 때 도수가 35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알코올 도수가 절반 아래로 낮아진 셈이다.

1965년 30도, 1973년 25도로 내린 뒤 2006년 마지노선이라 생각됐던 20도 아래로 도수가 떨어졌다. 다만 소주 본연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빨간색인 '참이슬 오리지널' 도수는 20.1도로 유지하고 있다.

과거 쓴맛에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했던 소주가 순해지는 것은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최근 독한 소주보다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순한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폭음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추세다.

실제 알코올 도수를 낮춘 건 참이슬만이 아니다. 롯데주류도 지난해 17.5도였던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7도로 조정했다.

무학의 주력 제품인 '좋은데이'와 대선의 '대선블루'(옛 C1), 금복주의 '맛있는 참' 역시 앞서 16.9도로 도수를 조정했다. 부드러운 소주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

소주회사에서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와 1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알코올 도수를 낮추기로 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저도화 요구는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참이슬이 진열돼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참이슬이 진열돼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소주 16도 시대 열리나

업계 1위인 참이슬이 도수를 낮추면서 곧 '16도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참이슬과의 차별화를 위해 '부드러운 소주'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던 소주업체들이 도수를 더 낮출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16도대 소주를 판매하고 있고 15도대까지 낮아진 소주도 등장했다. 무학 '좋은데이 1929'의 알코올 도수는 15.9도다.

참이슬을 추격하는 입장에서는 부드럽고 순한 맛을 내세워 젊은 고객을 잡는 것이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무학의 좋은데이가 깜짝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도수를 낮추고, 과일 소주를 내놨을 때다.

소주 회사들이 그나마 참이슬과 다른 점을 내세울 수 있는 점이 도수기 때문에 추가 조정이 있으리라는 것.

여기에 '원가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알코올의 도수를 낮추려면 소주의 원료인 주정에다가 물을 섞어 희석해야 하는데 원료 대비 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원가를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끼는 비용이 연간 수십억원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하면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주류회사 입장에선 도수 조정은 실(失)보단 득(得)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 트렌드 변화, 참이슬과 차별화 등을 내세운 소주 회사들이 더 도수를 낮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소주는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던 술이다. 지난 2017년 국내 판매량은 130만9000㎘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다. 소주 한 병 용량(360㎖)으로 환산하면 36억3600만병 판매된 셈이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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