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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굿 이너프 딜' 절충안, 북미 설득 가능할까

하노이 회담 결렬 후 美 '일괄타결'vs北 '단계·동시적'
靑 '로드맵 합의-굿 이너프 딜-얼리 하베스트'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9-03-18 14:33 송고 | 2019-03-18 16:34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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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 협상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촉진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절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선은 북으로 하여금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토록 견인을 해내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스몰딜'을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로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한두 번의 연속적인 '얼리 하베스트(early harvest·조기 수확)'가 필요하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조기수확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구축하게 되고 또 구축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런 판단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시된 절충안은 미국의 매파들이 주장하는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기조로 한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의 협상 태도로 일컬어지는 살라미 방식에 모두 거리를 둔 것으로, 우리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로드맵(roadmap)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최종 목표를 정해놓고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타임라인과 시퀀스(이행순서)를 둔다.
이는 대북 협상에 회의적인 미국 보수파들도 설득할 수 있는 조치로 여겨진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하노이 회담 직전인 지난달 17일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북미) 각자가 취해야 할 일련의 조치들을 담은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하노이를 떠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굿 이너프 딜'은 단계적 조치의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얼리 하베스트'는 합의 가능한 분야에서 우선 협상을 진전시키는 방법을 뜻한다. 결과 도출에 방점이 찍히는 개념이다.

18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 번에 할 수 없으니 이행은 몇 단계로 나눠야 하는데 이것이 아주 작은 단위로 가면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없으니 단계를 최소화하는 접근이다. 조기수확은 쉬운 것부터 먼저 하자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브리핑에서 북미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에 대해선 실질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영변핵시설과 부분적 대북 제재 완화 논의가 이뤄진 점도 성과로 제시했다.

외교 소식통은 "로드맵 부분은 우리가 미국의 의견을 받은 것이고, '굿 이너프 딜'은 북한을 배려한 말로 보인다. 스몰딜이란 표현을 쓰기 힘드니까 그렇다"며 "초기 조치는 영변 일부 시설 폐기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맞바꾸는 걸 구상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절충안에 대해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그때(하노이 이전)보다 미국의 바(bar ·기대치)가 높여졌으니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를 설득해내면 모르겠지만, 실무선에선 존 볼턴 보좌관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7일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가 일단 실무협상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이 먼저 구체적인 중재안과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어 남북미 3자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이 바로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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