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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불혹의 간판 골잡이, '축구가 보이는' 이동국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3-07 11:48 송고
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2:1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팬들에게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2019.3.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2:1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팬들에게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2019.3.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테크니션이자 가장 성공한 선수 중 하나였던 안정환 해설위원은 현역시절 막바지에 이른 지난 2008년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축구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은퇴할 무렵이 되니 이제 좀 축구를 알 것 같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의 나이 서른넷 시절의 이야기다.

2012년 1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조금씩 해설위원과 방송인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던 2015년 다시 만난 안정환은 "은퇴를 하니까 (축구가)더 잘 보인다"며 웃었다. 그는 "알면 알수록 재밌고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것들이 나온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스포츠는 축구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마흔을 바라보던 때 전한 견해다.
그때 안정환보다도 나이가 많은데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꽤나 신기한 일이다. 그냥 선수생명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서 놀랍고 K리그 최고의 클럽에서 사실상 간판 스트라이커 보직을 맡고 있어 또 놀랍다. 심지어 잘한다. 이동국 이야기다.

1979년생, 불혹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2019년 첫 선발로 투입된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동국은 6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1차전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홈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1골1도움을 기록,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 1일 대구FC와의 K리그1 개막전에서는 후반 교체로 필드를 밟았던 이동국은 이날 원톱 선봉장으로 베이징 궈안을 마주했다. 모라이스 감독 부임 후 주장 완장까지 팔에 다시 감은 이동국은 중요한 ACL 1차전에 선발로 나서면서 두둑한 신임을 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리그 그 믿음에 십분 부응했다.
이동국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2분 이날의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교원이 밀어준 패스를 문전에서 쓰러지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성공시켰다. 힘을 빼고 정확도를 높혀 수비수와 수비수 사이로 공을 보냈다.

이 골은 이동국 개인통산 37번째 ACL 득점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ACL에서 이동국보다 많은 골을 터뜨린 선수는 없다. 지난해까지 수원의 데얀과 36골로 최다득점 공동선두에 올랐던 이동국은 불혹의 나이로 단독선두에 올라섰다. 올 시즌 수원이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으니 적어도 2019년까지 최다득점자는 이동국이다. 물론 경신도 가능하다.
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2:1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2019.3.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2:1로 앞서가는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2019.3.6/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과연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맞을까 싶을 몸놀림이었다. 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헤딩 슈팅은 젊은 시절 탄력 그대로였다.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내지 않았다면 추가 득점이 될 정도로 강했다. 후반 16분에는 원숙함이 느껴졌다.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 시도한 왼발 감아차기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날아가 크로스바를 때리는 등 여전한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종횡무진 전북의 공격을 이끌던 이동국은 추가골에도 기여했다. 교체로 들어온 김신욱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던 이동국은 후반 25분 박스 안 왼쪽에서 공을 잡아 자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은 채 중앙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김신욱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득점을 만들어냈다. 1골1도움을 기록한 이동국을 앞세워 전북은 3-1 완승을 거뒀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동국의 '입지'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최강희 감독이 팀을 이끌던 때와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한 뒤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실제 최강희 감독 시절 전북은, 스트라이커 이동국을 돕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이 적잖았다. 안정환 위원이 "이동국이 롱런할 수 있는 여러 이유 중에는 팀을 잘 만난 영향도 있다. 감독도 잘 만났다"고 말한 것은 괜한 부러움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사령탑, 그것도 선입견 없이 선수들을 바라볼 외국인 지도자와 새 출발하는 2019년의 전북에서 이동국이 어떤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했다. 그런데 모라이스의 선택도 일단 이동국이었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아도 될 실력을 이동국이 스스로 보여줬다.

100세 시대 도래와 함께 운동선수들의 수명도 길어졌다. 40세 공격수가 리그 최강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다. 몇 년째 반복되는 이야기라 이제 낯설지도 않다. 아직 이동국은 진행형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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