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3회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19.2.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26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는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이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91학번으로 세계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음악 프로듀서 방시혁은 졸업생들에 축사를 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방 대표에게 직접 부탁해 성사됐다. 방시혁은 축사에서 "총장님의 축사 제안을 덜컥 수락해 버렸지만 사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오늘은 최대한 솔직한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하고 제 삶의 여정 중 여러분과 맞닿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방시혁은 어떤 꿈도 없이 법대 진학을 생각하다 미학과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이후 음악 프로듀서가 됐고 박진영과 함께 JYP라는 회사를 창업한 뒤 독립, 지금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방탄소년단을 키웠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 같다"며 "요즘 저와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보면 이런 말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다"고 밝혔다.이 자리에서 방시혁은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고, 얼마 전에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이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다"며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고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데 전 태생적으로 그걸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방시혁은 "제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제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고 전했다.
방시혁은 "저는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다"며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니, 많은 분들께 위로와 행복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제 꿈이 아니라 제 불만이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저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것이고 알 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시혁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산업이 처한 수많은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매진할 것이며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밴드, 혹은 K팝 밴드의 태생적 한계라고 여겨지는 벽을 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저 역시 이런 일을 수행하는 데 부끄럽지 않게 끊임 없이 반성하고 제 자신을 갈고 닦겠다"고 강조했다.
방시혁은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저는 제 묘비에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좋은 사람으로 축복받으며 눈감음'이라고 적히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와 그 소비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저 또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라며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이다"라며 졸업생들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말을 맺었다.
seu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