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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약수사] ①밀반입 급증속 사범단속 '구멍'…수사권조정 영향

마약수사 지검·지청 37→24곳 축소…"밀수범죄 집중"
경찰은 '감형거래' 논란에 '깐깐해진' 내부 개선지침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19-02-20 06:00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검찰의 직접수사가 축소되고 '감형 거래' 논란으로 경찰 수사도 위축되면서 마약수사에 구멍이 생겼다. 지난해 유통된 마약량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수사기관의 마약류 사범 단속실적은 되레 줄었다.

20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마약류 사범 단속실적은 △2014년 9984명 △2015년 1만1916명 △2016년 1만4124명 △2017년 1만412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1만261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작년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298.3kg으로 전년(35.2kg)보다 8.5배가량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전체 마약 압수량을 합친 것(184.3kg)을 훌쩍 넘긴 수치다.

이는 대만 최대 마약밀매조직 죽련방(竹聯幇)의 공격적인 필로폰 침투에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제우편·특송화물·해외 직구 등 다양한 경로로 쪼개져 들어오는 마약이 갈수록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범죄가 발생했지만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아 수사기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 특성상 마약 밀반입 급증은 한국이 기존 마약 경유지에서 소비자 국가 형태로 악화되고 있다고 해석이 나온다. 한국이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얘기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약 유통과 소비가 점차 점조직화·대중화·은밀화되고 있다"며 "기존에 개인 소비 문제 그쳤던 마약이 범죄로 악용되는 유통 시스템과 그로 인한 피해자·가해자에 대한 수사는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약 유통 경로가 다양화하고 있음에도 사범 단속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수사당국의 한 축인 검찰이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 따라 마약 직접수사 규모를 줄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그대로 시행되면 그동안 검찰 강력부가 해오던 조직폭력·마약 범죄 등의 1차 수사는 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실제 검찰은 작년 1월 기준 마약수사관을 배치해 마약수사전담팀을 두는 지검 및 지청을 기존 37곳에서 전국 지검 18곳과 고양·부천·성남·안산·안양지청 등 수도권청 5곳과 평택지청 등 총 24곳으로 줄였다.

마약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지검·지청과 수사 인력이 줄어들면서 검찰은 유통·공급 사범 단속에 화력을 집중하고 단순 투약 사범의 경우는 단속보다 치료·재활에 방점을 둬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국 검찰청 관할에서 수사력이 집중된 효과는 있다"면서도 "계속 수사권 조정 이야기가 나오니까 마약수사관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일부 경찰과 마약사범과의 '감형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력이 상당히 저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5월과 11월 잇따라 마약사건 수사협조확인서 허위 작성과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와 강북·노원서를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 선상에 오른 경찰들은 확인서에 실제 제보자와 다른 이름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따라 수사협조자는 감형을 받게 돼 있지만 경찰이 제보자의 요청으로 제3자를 수사협조확인서에 이름을 올리고 제보자는 제3자로부터 돈을 받는 등의 감형 거래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작년 6월 경찰이 자체 실태 조사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관 개인 명의로 작성하던 공적확인서를 기관장 내부 결제를 통해 법원에 제출하도록 내부 개선 지침을 마련하면서 마약사건 수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제보자로부터 자백이나 거래 정보를 확보해 수사를 나서야 하는 수사관 입장에서 자칫 구설에 휘말릴 수 있어 과거보다 마약수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실 마약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기 때문에 정보원의 정보가 필요하다"며 "절차가 하나 더 생겼으니까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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