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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약수사] ②밀수입 급증 '야바' 단속은 뒷걸음질

5년새 밀반입량 6배 급증…지난해 단속은 지지부진
1정당 1만원서 밀수범·판매상 거치며 15배 '뻥튀기'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19-02-20 06:00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지난해 10월 라오스발(發) 국제우편물이 경기도 포천시 한 공장으로 배송됐다. 우편물을 뜯어보니 화장품 용기 바닥에 태국산 신종마약 '야바(YABA)' 3476정이 숨겨져 있었다. 과거 이 일대 공장에서 일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여온 것이었다. 이보다 두 달 앞선 8월에는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검은색 코끼리모양 목각에서 시가 1억3140만원 상당의 야바가 적발됐다. 

최근 태국인 노동자들이 야바를 밀수입해 투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태국인 마약류 사범 단속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어로 '미친 약'이란 뜻인 야바는 일반인들 사이에선 '야마'라고 더 많이 불린다. 필로폰과 카페인을 혼합해 만든 합성마약으로 수일간 다량 복용하면 정신착란이나 공격성·우울증을 일으키는 등 강한 환각증세를 유발한다.

20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야바 밀반입량은 6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2014년 871g △2015년 854g △2016년 1247g △2017년 1945g으로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8년 5465g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태국인 마약사범은 △2014년 44명 △2015년 122명 △2016년 242명 △2017년 315명까지 증가했으나 2018년엔 302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작년 야바 밀반입량이 폭증했음에도 마약사범 단속은 제자리걸음 수준인 셈이다.
야바 밀반입 증가 추세는 태국 현지 마약조직과 연결돼 '공급책' 역할을 하는 국내 체류 태국인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바 유통은 태국 현지에서 마약을 들여오는 밀수범이 중간 판매상에게 도매가로 야바를 공급하면 중간 판매상이 이윤을 붙여 태국인 노동자에게 되파는 구조다.

태국에서 1정당 1만원 정도에 들어오는 야바는 밀수범과 중간 판매상을 거치면서 5만~15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최고 15배 부풀려진다. 태국인 노동자 월급이 월 100만~15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회 투약비용이 하루 일당을 웃도는 금액이다.  

실제 국내 체류 태국인은 2013년 5만5110명에서 2014년 9만4314명까지 급증한 뒤 2017년 15만3259명으로 또 한 번 크게 늘었다.

검찰은 이들 중 상당수가 90일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는 비자 면제 협정을 이용해 관광객으로 위장입국한 뒤 불법취업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적발사례를 살펴봐도 지역 산업단지나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태국인 노동자 사이에서 야바를 매매하거나 투약하는 행위가 잇따랐다.

의정부지검이 지난해 11월 적발한 태국인 밀수사범들의 경우 밀반입된 야바는 동남아 노동자들이 대거 근무하는 경기도 포천시, 연천군 일대 영세 제조업체나 농장에서 국제우편물 형태로 유통됐다.

청주·인천지검이 같은 해 7·8월 각각 적발한 야바 투약·밀수사범과 대전지검이 지난달 적발한 태국 국적 야바 밀수사범도 마찬가지다.

야바 투약자들은 주로 휴일이나 월급날에 지방의 공장 기숙사와 아시아 음식 식료품 가게, 지역 나이트클럽에서 집단으로 무리 지어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면서 매매·투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야바 구입비용이 없는 태국인 노동자는 투약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강도 등 강력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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