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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하고 수입하고… 확실한 '시장'이 된 동남아 축구

베트남 콩 푸엉, 동남아 출신 3번째 K리거 확정
박항서·정해성·이흥실 등 지도자 수출 가속화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2-15 15:17 송고
베트남 축구 국대표팀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14일 오전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호텔에서 열린 콩 푸엉 선수 인천유나이티드 입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2.14/뉴스1 2019.2.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베트남 축구 국대표팀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14일 오전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호텔에서 열린 콩 푸엉 선수 인천유나이티드 입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2.14/뉴스1 2019.2.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지금은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아시아는 세계 축구계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 아시아 내에서도 동남아시아는 또 변방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이 있는 동아시아나 이란으로 대표되는 서아시아와 달리 동남아시아는 아시아 내에서 큰 입김을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축구 수준이 미치지 못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그래도 존재감이 있었으나 필리핀이나 베트남, 라오스 등은 명함을 내밀기 머쓱한 수준이었다.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의 실력이 떨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축구 팬들의 관심도까지 떨어진다고 간주했다.
하지만 진작부터 동남아시아의 축구 열기는 한국 이상이었다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여기에 조금씩 실력도 갖춰지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아직 아시아 축구판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나 함께 동행 할 수 있는 '파트너' 중의 하나로 격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동남아로 한국 축구 콘텐츠가 진출하고, 동남아의 축구 콘텐츠가 한국으로 진입하고, 어느덧 확실한 시장이 된 동남아 축구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응우옌 콩 푸엉(24)이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도전에 나선다. 베트남 선수로는 지난 2015년 역시 인천을 시작으로 강원FC를 거친 르엉 쑤언 쯔엉에 이어 두 번째고 동남아시아 전체로는 리그 초창기인 1980년대 초 맹활약했던 태국의 피아퐁에 이어 3번째다.

태국의 국민적 스타였던 피아퐁은 K리그 입성 두 번째 시즌이던 1985년, 21경기에서 12골6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쥐었을 정도로 성공한 용병으로 꼽힌다. 당시 피아퐁을 앞세운 럭키금성은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쯔엉은 실패였다. 2016시즌 단 4경기에 출전하는 것에 그쳤고 이듬 시즌 강원FC로 적을 옮겨 2경기 출전을 더했을 뿐이다.
가까운 기억 속 쯔엉이 한계를 노출하면서 베트남 선수가, 나아가 동남아 선수가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은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다른 도전자가 나왔다. 쯔엉 때보다도 관심과 기대가 크다.

역시 박항서 효과가 미친 영향이 적잖다. 박 감독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스즈키컵, 그리고 올해 초 아시안컵까지 신드롬급 반향을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된 베트남 축구는 우리가 무시하던 예전의 동남아 단계를 넘어서 있었다. 일본도 베트남을 힘겹게 꺾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고 박 감독의 조련을 받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정의 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발전 가능성도 크다.

콩 푸엉은 그런 '가능성의 베트남' 속 선봉장 격이다. 베트남 V리그의 간판클럽 호앙아인잘라이의 에이스이면서 대표팀의 에이스다. 박항서 감독 역시 14일 입단식에서 "콩 푸엉은 베트남에서 이미 검증 받은 최고의 공격수다. (베트남에서는)언제나 10번을 달았다"면서 "실력은 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 힘을 두둑하게 실어줬다.
비엣텔 FC의 김광재 트레이너(왼쪽부터)와 이흥실 감독, 전재호 코치. (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 뉴스1
비엣텔 FC의 김광재 트레이너(왼쪽부터)와 이흥실 감독, 전재호 코치. (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 뉴스1

물론 K리그와 V리그의 격차가 존재하기에 곧바로 맹활약은 쉽지 않겠으나 쯔엉보다 진일보한 발자취만 남겨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콩 푸엉이 자리를 잡는다면 향후 또 다른 베트남 선수, 나아가 동남아 출신 선수들 K리그 유입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동남아는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축구 열기는 유럽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이다. 콩 푸엉의 활약을 보고 싶은 베트남에 K리그가 중계되는 모습, 충분히 가능하다.

'지도자 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베트남만 해도 진출한 한국 감독이 여럿이다. 정해성 감독은 호앙아인잘라이 총감독에서 호치민FC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고 안산 그리너스를 이끌었던 이흥실 감독은 올해부터 비엣텔을 이끈다. 태국축구협회가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것을 포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팀만으로 국내 지도자를 소화하는 것은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은 중론이다. 이제 바다 밖으로도 눈을 돌려야하는데, 지금까지는 일본이나 중국만 두드렸던 것이 현실이고 그중 성공한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개척자 박항서 감독과 함께 새로운 길이 보이고 있다.

당장 이흥실 감독의 베트남 진출도 박항서 신드롬이 미친 긍정적 파장이라는 평가가 많다. 소위 전성기에서 한풀 꺾인 베테랑 선수들이 동남아시아에서 커리어 후반부를 '잘 뛰면서' 마치는 그림들도 나오고 있다. 우리 축구 콘텐츠를 수출하고 그네들의 콘텐츠를 수입하고. 동남아 축구가 확실한 '시장'이 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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