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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악몽…KCGI에 휘둘리단 "대한항공, JAL 꼴 날 수도"

국민연금 간섭 '펀드 공격 조장'…KCGI 항공 이해도 낮아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정치적 독립 보장이 전제돼야"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9-02-11 07:00 송고 | 2019-02-11 07:40 최종수정
한진과 한진칼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한진 사옥. 2019.2.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진과 한진칼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한진 사옥. 2019.2.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부 간섭에 따른 적자 노선 운영. 부채 23조원. 8개 노조·노조원 4만5000여명.'

일본항공(JAL)이 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되는 파산보호를 신청한 2010년 상황이다. 정부 간섭이 계속되는 반민반관(半民半官) 운영이 이어지며 경영부실은 커졌고 결국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최근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 국민연금기금 결정에 관치 우려가 불거진다. 정부의 지나친 경영간섭이 일본항공 쇠락을 부추긴 실패사례가 있는데도 국민연금은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 편에 설 가능성이 KCGI의 항공업 이해도가 낮다는 점에도 우려가 남는다. KCGI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 강성부 대표가 지난 해 8월 설립했다. 강성부 펀드로도 불린다.

 KCGI는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0.81%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의 기업 길들이기에 편승한 KCGI에 대한항공이 끌려 다니면 JAL의 실패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KCGI는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JAL의 실패사례를 대한항공에 대입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1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온 대한항공과 비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사례다.

오히려 정부와 펀드의 지나친 간섭이 계속되면 KCGI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JAL의 악몽이 대한항공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아이러니다.

이같은 우려는 KCGI의 사업제안에서 비롯된다. 강성부 펀드는 중·장거리에서 수익을 내는 대형항공사(FSC) 실정에 맞지 않는 기종 단순화를 요구했다.

독자생존이 어려운 항공우주사업부의 기업공개(IPO) 제안은 덤이다. 대한항공 일반노조 조차 "우리회사가 지금 직원들을 내보내야만 연명할 수 있는 절벽 끝에 있는지 의문"이라며 "KCGI 제안은 당장에 돈 안 되는 것을 처분하고 돈 되는 것만 남겨 주식값을 올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주주권 행사 결정을 내린 국민연금이 정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는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반대 우세 의견을 냈으나 기금위에서 번복됐다.

청와대가 한진그룹을 겨냥해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하자 의견이 뒤집혔다. 국민연금이 정부 의도에 맞춰 기금수익과 무관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첫 시도부터 드러났다.

JAL의 경영부실은 10여년 동안 정치논리에 휘둘리며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관행처럼 이어졌고 정치인들이 선심성 공약으로 내놓은 지방 공항 건설에 어쩔 수 없이 적자노선을 껴안은 채 절벽으로 내몰렸다.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의 노후 자금이 정부 및 시민단체에 밉보인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대상 기업은 낙하산 인사 등 정부 요청을 묵살하기 어렵게 된다. JAL의 사례처럼 반민반관이라는 기형적 운영형태를 띨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인 즉 조양호 회장을 끌어내리고자 정관 변경을 시도하는 게 기금 수익과 관련 있는 일인지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한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간 조인트벤처(JV) 구성에 성공하는 등 경영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유류비 부담에 따른 실적부침에도 견고한 주가를 거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를 끌어내리는 게 주주가치 제고의 결과물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악재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목적은 돈을 넣어둔 기업을 투자자산으로 보고 관리하는 건데 이번 결정이 국민 노후자금을 불리기 위한 방안인지 의문"이라며 "국민연금 경영참여가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되려면 정치적인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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