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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전진기지에서 범죄도시로'…경북 구미 잇단 강력 범죄 왜?

전문가들 “추락하는 경제가 원인”

(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2019-02-04 07:00 송고
지난달 28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한 승용차 트렁크에 시신을 버리고 서울로 도주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 A(22)씨와 B(22)씨가 3일 오후 경찰에 붙잡혀 구미경찰서로 압송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2019.2.3/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지난달 28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한 승용차 트렁크에 시신을 버리고 서울로 도주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 A(22)씨와 B(22)씨가 3일 오후 경찰에 붙잡혀 구미경찰서로 압송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2019.2.3/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최근 경북 구미지역에 강력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 한 승용차 트렁크에 시신을 버리고 도주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 A(22)씨와 B(22)씨가 3일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 후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차량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경찰 순찰차를 발견하자 차를 버리고 서울로 도주했다가 이날 경찰에 체포돼 구미경찰서로 압송됐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몽골 국적 근로자가 같은 국적의 동료를 살해 한 뒤 목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구미에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이른바 '데이트 살인' 사건이, 7월에는 원룸에서 같이 동거하던 20대 여성 4명이 한 여성을 집단 구타해 살해한 일이 벌어졌다. 8월에는 원룸에서 퇴마의식으로 보이는 행위를 하다 관속에서 40대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최대의 공업도시 구미시에 유독 강력 범죄 사건이 많이 일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끝없이 추락하는 구미 경제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2003년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9%를 담당했던 구미의 수출액 비율은 지난해 말 4.3%로 60% 가까이 줄었다.

구미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구미국가산업단지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8.4% 감소했다. 구미공단 수출액은 2007년 350억달러에서 2015년 273억달러, 2016년 247억달러로 내려 앉았다. 2017년 283억달러로 잠시 느는가 싶더니 지난해 259억달러로 다시 주저앉았다.

반도체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수출 비상이 걸리면서 전체의 53%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모니터 등 전자제품 수출이 2017년보다 22% 감소한 136억 9400만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전체 업체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액의 83%, 수출액의 91%를 점유하는 구미시에서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해외와 경기도로 이전하고 1·2차 밴드가 함께 빠져 나간 탓에 구미 경제는 아사 직전이다.  

근로자 수는 2015년 10만2240명(4대 보험 가입자)에 달했으나 지난해 6월 말 현재 9만3809명으로 줄었다. 모바일의 경우 구미지역 2014년 4만290명이었던 근로자가 2016년 2만488명으로 반토막 났으며 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2만118명에서 1만5199명으로 줄었다.

20일 경북 김천 한 모텔에서 검거된 구미 원룸 주부납치· 강도 피의자 A씨(31)가 구미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2018.7.20/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20일 경북 김천 한 모텔에서 검거된 구미 원룸 주부납치· 강도 피의자 A씨(31)가 구미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2018.7.20/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일자리 상황은 '쇼크'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구미지역 실업률은 5.2%로 전국 226개 시·군 중 4번째로 높았으며 청년실업률은 14.8%에 달했다.

공장가동률도 2015년 78.6%에서 지난해 6월말 67.4%로 떨어졌고 구미공단 내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 10.6%의 4배가 넘는  43.5%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조기준 전국고용서비스협회 구미시지부장은 "울산·거제 등의 조선업 실직자들이 구미로 몰려오고 있지만 일감이 없어 대부분 돌아가고 있다"며 "작년과 비교해 인력 수요가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구미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강력 범죄의 피의자들이 20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미시 인구는 지난해 연말 기준 42만 1494명. 이중 20대는 6만 여명으로 14%를 넘는다. 평균 나이 37.73세로 경북에서 가장 젊은 도시지만 외지인들이 대거 유입돼 구미가 고향인 본토박이는 17%에 불과하다. 외국인 근로자도 2749명에 달한다. 

문제는 구미의 청년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제에 일자리는 없고 전국의 4배가 넘는 상가 공실률이 보여주듯 장사가 안돼 알바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년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기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화, 좌절감, 무력감 등 부정적 감정이 증가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며 "심리적 공황상태가 오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느끼지 않을 분노로 충동적으로 변하고 폭력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구미는 원룸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다. 2016년 말까지 8만8800세대의 원룸 등 단독주택이 생겼고 1만2000세대의 5층 미만 다세대주택이 형성됐다. 외지에서 유입된 젊은이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풍부해 원룸 수요가 많았지만 최악의 경기로 공단 인근 원룸은 절반이 비어 있다.

여기다 원룸 특성상 이웃주민과의 교류가 거의 없어 각종 범죄가 발생해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영수 구미서장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경제적으로 쪼달리자 금전 문제로 다투는 일이 많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충동적인 범죄가 늘어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날개 잃고 추락하는 구미경제가 하루빨리 회복돼야 청년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그에 따른 강력 범죄도 줄어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27일 경북 구미경찰서로 압송되는 구미 빌라 여성 살해 피의자들© News1
지난 27일 경북 구미경찰서로 압송되는 구미 빌라 여성 살해 피의자들© News1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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