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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의 핫스팟] "성찰하겠다"…정우성의 현명한 대처법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01-26 07:00 송고 | 2019-01-26 10:26 최종수정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 뉴스1
아티스트 컴퍼니 제공 © 뉴스1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대처였다. 잘잘못을 명확하게 가리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었지만 배우 정우성은 억울해 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찾아서 사과했다. 페미니즘은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주제다. 사람의 가치관은 각기 다르며, 특정 시각을 '옳다, 그르다'로 단번에 판단할 수 없지만 정우성은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현명한 처신을 택했다.

발단은 한 인터뷰에서 한 'SKY캐슬'로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견인을 하고 있는 염정아에 대한 이야기 한 것이었다. 정우성은 염정아에 대해 "꽃은 지지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90년대 데뷔해 자신과 같은 시대부터 활동을 함께 해온 염정아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통해 각광받고 있는 것을 치켜세우는 말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꽃'이었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을 '꽃'에 비유해 왔다. '꽃'은 아름답지만, 시간이 흐르면 피었다가 시들어 버린다. 이처럼 일시적인 특성 때문에 보통은 여성의 젊음이나 미모 등을 비유할 때 써왔다. 하지만 남성의 어떤 특성을 '꽃'에 비유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쁜 여성을 '장미', 예쁘지 않은 여성을 '호박꽃'이나 '할미꽃'에 비유하는 경우는 있지만, 잘생긴 남성을 어떤 꽃에 비유하지는 않는다.

결국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것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이어져온 전통적인 비유법이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는 이 같은 비유법이 여성을 남성중심적 시각에서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표현이며 고쳐야 할 차별적 표현이라고 여긴다. 정우성은 별 의도 없이 '꽃'에 비유한 것일 수 있으나, 누군가 듣기에는 그의 표현 속에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화 해온 습관이 담겨 있었다.

결국 정우성의 '꽃' 비유에 불편함을 표현한 이들은 '의도'가 아닌 '수사'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꽃 비유'를 가지고 '정우성이 잘못했다' '정우성에게 잘못이 없다'를 확실하게 따지기는 어렵다.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는 분명 잘못된 표현일 수 있으나, 일단 그의 칭찬 대상이였던 염정아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그의 이야기를 들은 염정아는 그의 표현을 '칭찬'의 의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다만, 불편해 하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앞으로는 이를 존중하고 고치면 더 좋을 일이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거의 '정답'이라고 해도 좋을 반응을 보였다. "여러분의 애정 어린 지적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표현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인 대상이 불편한 마음을 느낀다면 그 표현은 지양돼야 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표현이 담겨있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쓰이고 있는 차별적 표현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글에서는 존중할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 역시 돌아보고, 유연하게 바꿔가겠다는 태도가 담겼다.

페미니즘은 뜨거운 화두다. 정우성도 이 뜨거운 주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난민 문제로 한창 곤혹을 치룬 그에게 요즘은 다소 힘든 시기일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유연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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