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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오늘 기분 참 꽃 같네

박제영 시인의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9-01-24 10:08 송고 | 2019-01-24 10:45 최종수정
박제영 시인의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올해 첫 책은 '시여, 좀 쉽게 말 좀 하자'며 김정진 시집 '길 그리고 덧없음에 대하여'를 택했었다. 요즘 시들이 독자들에게 너무 난해해 시와 독자들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으니 시를 좀 쉽게 써달라는 '투정'을 섞어 소개한 아마추어 시인의 '생활시집'이었다. 그 직후 박제영 시인의 산문집 '사는 게 참 꽃 같아야'가 나왔다.

꽃을 중심에 두고 문학(시), 가요, 영화 등 주변의 익숙한 소재들을 끌어와 '참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었다. 목련, 모란, 냉이꽃, 벚꽃, 찔레꽃, 진달래, 박대기꽃 등 봄 꽃 18개, 수국, 봉선화, 작약, 능소화, 며느리밥풀꽃, 수련 등 여름 꽃 20개, 구절초, 국화, 꽃무릇, 억새, 무화과, 사루비아, 코스모스 등 가을 꽃 7개, 동백, 매화, 수선화, 서리꽃, 에델바이스, 대나무꽃 등 겨울 꽃 6개까지 꽃만 51종이다.

모란! 일본 속담에 미인을 일러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란 말이 있다. '이리 보아도 예쁘고, 저리 보아도 예쁘다'는 뜻이다. 모란은 한자로 목단(牧丹)이다. '화투'놀이를 아는 사람이면 '6월 목단'을 모를 리 없다. 모란과 작약은 자매지간이다. 화려한 자태, 매혹적이고 농염한 향기를 지닌 꽃이라 예로부터 화중지왕(花中之王), 국색천향(國色天香)이라 불렸다. 시인 김영랑이 '모란이 다시 피기까지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울' 이유가 충분했다.

영랑만 모란을 노래했을까? 일찍이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도 당대 미인 양귀비를 두고 '명화경국양상환(名花傾國兩相歡) - 모란과 경국지색이 서로 반기니'라며 '청평조사(淸平調飼)'를 읊었다. 시뿐만 아니다. 민초들의 찰진 삶에도 모란은 피었다. 1960~70년대 화투놀이를 하던 민초들은 목단 열 끗 패를 당대 여배우 김지미 씨에 비유했다.

시인 박제영이 그 장면을 기억해 한 편의 삽화처럼 시를 썼다. "쓰잘데기 없이 또 김지미가 와부렸어 … … 모란을 따라 삼촌의 봄날은 갔지라 / 그게 무에 대수간 / 갈 테면 가라지라 … …모란을 따라 나의 봄날도 가겠지라 / 무에 대수간 / 갈 테면 가라지라" 박제영은 연이어 덧붙인다. "부귀도 영화도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꽃이 아무리 예쁜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이 없다지요. 그래도 꽃처럼 붉은 화양연화(花樣年華)의 한 시절을 보내고, 그 추억으로 사는 것이 인생 아닐런지요."

'사는 게 참 꽃 같아야'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봄의 전령 목련이다. '오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로 시작하는 노래 이야기는 가수 양희은의 히트곡 '하얀 목련'으로 이어진다. 이 노래는 양희은 씨가 큰 수술을 앞둔 어느 봄날 일순에 지는 창밖의 목련을 보며 가사를 썼었다. '라일락꽃'에 이르면 이문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김영애 '라일락(lilac)꽃', '베사메무쵸의 리라(Lilas)꽃 같이 귀여운 아가씨'를 지나 우리 토종 꽃 '수수꽃다리'가 미국에 건너가 '미스김라일락'이 된 사연에까지 이른다.

이렇게 춘천 시인 박제영의 꽃, 문학, 음악, 전설이 얽힌 51개의 '꽃 같이' 구수한 입담이 겨울 밤을 덥힌다. 박제영이 서두에 쓴 다음 시처럼. "… / 이런 꽃 같은! / 이런 꽃나! / ... / 반나절도 안 돼서 뭔 꽃들이 그리도 피는지 / 봐야 /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시인 지음 / 늘봄 펴냄 / 1만5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