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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우 겸 가수 루시 "고향 부산공연 감동, 오래 간직할 것"

부산대 경제학도→서울예대→영국 석사, 영국서 왕성한 활동
오페라 배우 인기 넘어 연극 각본·연출·주인공까지 1인3역도

(부산ㆍ경남=뉴스1) 박세진 기자 | 2019-01-22 16:39 송고 | 2019-01-23 14:07 최종수정
영국에서 활동 중인 부산 출신  배우 겸 가수 루시가 21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영국에서 활동 중인 부산 출신  배우 겸 가수 루시가 21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말하는 품새가 무대에 서는 사람같지 않다. 다소곳하고 차분하다. 옷차림도 수수하다. 화장기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뮤지컬 배우답지 않다.

하지만 대반전~. 그의 공연을 동영상으로 본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다른 사람같다.
감미롭게 흐르던 목소리가 고음 부분에서 돌연 폭발한다. 무대를 휘젓는 큰 폭의 제스처까지 겹친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다. 예술적 끼를 한껏 휘두르는 카리스마가 무대를 꽉 채운다.

부산 출신으로 영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겸 가수 루시(Lucy Park).

연말 연시를 맞아 부산과 서울, 동남아시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다시 부산을 찾은 그를 <뉴스1>이 만났다.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 드린다. '멋진 도전- 루시' '라이징 스타-루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루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겸 가수 박지영이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나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다시 입학했다. 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듣고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라는 꿈을 감히 품었다. 그 꿈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영국 '마운트뷰 아카데미 오브 시어터 아츠'에서 뮤지컬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부산 가람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 루시.© 뉴스1
지난해 12월 28일 부산 가람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 루시.© 뉴스1

-뮤지컬 배우가 아닌 '배우 겸 가수'로 본인을 소개하는 이유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영국 런던에서는 한국처럼 뮤지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뮤지컬 배우'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저 또한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 스크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라는 호칭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또 가수로서 콘서트, 앨범 녹음 등의 작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배우 겸 가수'로 소개하고 있다.

-공연 모습을 보니 딴 사람같다.

▶(웃음)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팬들도 그런 반전이 매력적이고 더 끌린다는 말을 해 주신다. 작품 배역과 음악에 몰두하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고, 저 또한 저의 강점이라고 자부한다. 기왕 할거면 한껏 쏟아부어 몰입하자는 것이 저의 좌우명이다.

-최근 공연을 소개해 달라.

▶지난 연말 태국 방콕에서의 초대공연, 올 1월 초 필리핀 마닐라 단독공연에 이어 서울과 부산에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지난해 말 부산 가람아트홀에서 가진 '뮤지컬과 재즈의 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고향에서의 공연이기도 하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삽입곡인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등 친숙한 곡을 부를 때 보여준 관객들의 호응에 대한 고마움은 오래 간직할 것 같다.

-예명이 '루시'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2009년쯤부터 루시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그 작품에 나오는 '루시'라는 배역을 언젠가는 꼭 맡아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친구들에게 '루시'라고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에서 축제나 행사 등 다양한 무대에 설 때에도 '루시'라는 이름을 써 왔다. 꽤 역사가 있는 이름이다.(웃음)

-오래전부터 뮤지컬을 좋아했다는 말인데, 배우 겸 가수가 된 과정이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보며, 나도 저 무대 위에서 저렇게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부산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평범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각종 축제 무대에 서거나 뮤지컬 콘서트를 직접 기획하기도 하는 등 무대에 설 기회만 있으면 뭐든지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전국 각지의 무대에서 행사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데뷔하지 않고 영국으로 가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다양한 작품들의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때 만난 교수님 한 분이 영국 유학에 대해 알려주셨다.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제대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 결론적으로는 정말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영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영국에서 마운트뷰 아카대미 졸업 후 첫 작품으로 'Butterfly Lovers'라는 신작 뮤지컬의 주연을 맡았다. 런던 중심부에서, 그것도 첫 작품으로 주연을 맡은 것이 어린 마음에도 무척 감사하고 감격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런던 코벤트 가든 중심에 있는 Actor’s Church라는 멋진 공연장에서 신작 뮤지컬인 'The Lightning Road, Xmas Factor'등의 공연에 각각 조연 및 가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앨범 녹음에도 참여하는 등 최대한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험을 꼽자면 제 연극 작품인 'THE LIST'를 런던 무대에 선보인 일이다. 한국의 장자연 사건을 토대로 제가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 공연까지 한 작품이다. 다행히 현지 관객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영국에서 다시 이 작품을 올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작품까지 직접 쓰고 연출, 공연까지 했다니 멋지다. 앞으로 맡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향후 5년 안에 런던에서 동양인 최초의 엘파바(Elphaba) 역할을 맡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뮤지컬 '위키드(Wicked)'라는 작품의 여주인공이다.  타고난 피부색이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찾으려고 했던 인물이니까, 저와 교감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또 언젠가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연극 '맥베드(Macbeth)'의 레이디 맥베드(Lady Macbeth) 역할을 꼭 맡아보고 싶다. 물론 고전극이라 인종이나 언어의 장벽이 크겠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해내는 첫번째 동양인 배우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창조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작은 목표의 성취에 안주하거나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고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단지 배우가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그러고 싶다. 지켜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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