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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결장' 이승우, 물병 걷어차…기성용 "아직 어려서…이해한다"

명장 리피 감독 '원팀' 강조한 말 새겨 들어야

(아부다비(UAE)=뉴스1) 김도용 기자 | 2019-01-17 08:48 송고 | 2019-01-17 08:49 최종수정
축구 대표팀의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뉴스1 DB © News1 신웅수 기자
축구 대표팀의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뉴스1 DB © News1 신웅수 기자

벤투호의 막내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가 중국전까지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자 물병을 걷어차 화풀이를 했다. 우승을 위해 힘을 모아야 될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한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황의조, 김민재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3연승을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수월한 토너먼트 일정을 보내기 위해 1위를 노렸던 한국이 가장 원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경기 후 이번 대회에서 3경기 연속 출전하지 못한 이승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승우는 이날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몸을 풀면서 출전을 준비했다. 이승우가 출전을 기다리는 가운데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반 25분 지동원, 후반 36분 주세종을 차례로 투입했다.

후반 42분쯤 벤투 감독은 몸을 푸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교체 사인을 보냈다. 이승우는 밝은 얼굴로 출전을 기대했다. 앞선 2경기에서 뛰지 못했고 이미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승우의 출전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벤투 감독의 선택은 구자철이었다.

구자철 이름이 호명되자 이승우는 바로 옆에 있던 물병을 걷어찼다. 이어 벤치로 걸어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옆에서 정승현(25‧가시마 앤틀러스)이 다독였지만 기분이 풀리지 않는지 땅에 떨어진 수건을 다시 한 번 찼다. 벤치에 앉기 직전에는 들고 있던 정강이 보호대를 집어던졌다.  

소속팀에서 잘 뛰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 대표팀에 늦게 합류한 이승우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승우의 행동은 지난 8일 "주어진 상황,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빨리 팀에 녹아들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것과 정반대 되는 모습이었다. 
이승우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경기 도중 벤치로 돌아가면서 수건을 차고 있다. © News1
이승우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경기 도중 벤치로 돌아가면서 수건을 차고 있다. © News1

약 1개월 동안 경기를 치러야 하는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탈리아를 이끌고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마르첼로 리피 중국 대표팀 감독은 지난 15일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빼어난 선수들보다 정신력이 중요하다"면서 "팀으로 뭉쳐 높은 집중력으로 대회 내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원 팀'을 강조했다.

리피 감독의 말처럼 '원 팀'이 되기 위해서는 희생도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에서 아직 1분도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이승우 외에도 조현우(28·대구), 정승현, 권경원(27·톈진 취안젠), 김진현(32·세레소 오사카) 등이 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국민 골키퍼'로 거듭난 조현우도 이번 대회에서 아직 기회를 못 잡고 있다. 그러나 어떤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훈련 때도 밝은 얼굴로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다른 세 명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선수인지라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지만 분위기를 위해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다행히 대표팀 동료들은 이승우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타이르겠다는 반응이다. 기성용(30‧뉴캐슬)은 "경기 중 못 봤다. 아쉬움이 많았을 것이다. 잘 한 행동은 아니지만 이해는 된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 같다. 잘 타이르겠다"고 밝혔다.

승부욕이 강하기로 소문난 이승우 입장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대표팀이 순탄하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희생도 있어야 한다. 이승우는 세계적인 명장 리피 감독의 메시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dyk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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