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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의 비명]③"화장품 로드숍 열었다가 1억원 날렸습니다"

로드숍의 몰락, 가맹점주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애끓는 속사정
점주들 '동병상련', 5개 브랜드 연합점주協 결의해 공동대응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정혜민 기자 | 2019-01-07 06:00 송고 | 2019-01-07 09:21 최종수정
편집자주 상시근로자 5인 미만(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은 10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서민 경제의 근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월 현재 소상공인(자영업자) 수는 무려 568만명에 달한다. 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창업자 대비 자영업자 폐업 비율은 72.2%다. 특히 올해와 지난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에 충격을 호소하며 '비명'을 지르는 소상공인이 많다. <뉴스1>은 청계천 골목상권·통신동 전통시장·인천 부평동 등을 돌아보고 로드숍 매장·편의점·PC방 점주들을 만나 궁지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가맹점주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앞에서 'LG생활건강 갑질 규탄 2차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1.2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지난해 8월부터 월 임대료 220만원을 지급 못 해 보증금을 계속 까먹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매장을 운영하면서 인건비도 못 뽑아 폐점을 앞둬 약 1억원의 금전적인 손해가 나는 상황입니다."

지난 6일 만난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 A씨의 말이다. 현재 2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오는 6월 매장 하나를 폐점하기로 했다. 그는 "단골손님마저 온라인으로 떠나가니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매출 줄고 최저임금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

A씨에 따르면 폐점을 앞둔 매장은 2017년 5월 문을 연 이후 단 한 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는 "오픈할 때 담보 대출로 1억원을 받았는데 아직 빚이 9200만원 남았다"며 "적자가 나지만 위약금 등 페널티 금액이 너무 커 2년 계약 기간을 억지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정말 창피할 정도여서 어디 말할 곳도 없다"면서 "폐점하면 인테리어 비용 4500만원과 보증금 3000만원, 인건비 등 각종 비용까지 1억원을 날릴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거리 시위에 나선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뿐 아니라 이니스프리, 잇츠스킨, 토니모리 점주들도 입을 모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 점주들도 점점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점주들은 아직도 보증금에 묶여 적자가 쌓여가는 매장을 빼지도 못하고 있다.

더페이스샵 매장을 운영 중인 B씨는 "본사 공식 온라인몰의 할인판매만 문제인 게 아니다"며 "면세점에서 크게 할인을 받아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국내에 불법으로 유통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 로드숍들이 테스트매장으로 전락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화장품 유통 채널이 급변한 데 이어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화장품 로드숍 점주들이 폭탄을 안은 형국이다.

특히 로드숍 경영주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도 문제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년 최저임금마저 두 자릿수로 상승하고 주휴 수당 지급이 명문화되면서 아르바이트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휴수당이란 근로기준법상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수당을 말한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을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근로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화장품 브랜드숍 역시 매장당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씨는 "매출이 계속 떨어져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급여를 줄이고 또 휴무를 더 주는 방법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혼자서 하루종일 매장을 지켜볼까 했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 직원 2명은 둬야 한다"며 "매출은 줄고 있는데 인건비만 늘어나니 지금은 임대료와 인건비 주면 남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스킨푸드 점주 C씨는 "하루종일 혼자 풀 근무를 하고 있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빚을 지고 있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매장도 내 마음대로 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News1

A씨도 어쩔수 없이 1인 매장으로 운영하거나 매장당 직원 1명 정도만을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전 11시에 매장을 오픈해 9시 마감하게 해 근무시간 단축했다고 전했다.

A씨는 "솔직히 장사만 잘 되면 최저임금 인상쯤은 문제가 안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매출이 바닥을 찍고 있으니 최저임금 인상마저 큰 부담이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과 달리 점주들은 쉬는 날도 없다. 한마디로 삶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A씨 경우 원래 운영해온 더페이스샵 매장을 지난해 8월 네이처컬렉션으로 리뉴얼했다. 매장이 낡은데다 매출이 줄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A씨는 리뉴얼 이후 오히려 단골고객마저 발길을 끊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입장이다.

B씨 "본사에서 면세점 불법 유통과 온라인 유출만 막아준다면 점주들이 어떻게든 힘을 내보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며 "장사를 그만두려고 부동산에 가서 가게를 내놔봤지만 문의 하나 안 들어오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드숍 점주들 "경쟁 브랜드지만 온라인 할인판매 공동대응"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5개 로드숍 대표(가맹점주 협의회장 등 12명)들은 편의점가맹점주협회와 유사한 형태의 화장품가맹점연합협의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모임명은 '전국화장품가맹점주협의회(전화협·가칭)'다. 오는 1월15일 모임을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최근 해외 유학생이나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帶工) 등이 시내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현장에서 물건을 받고 국내에 유통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혁구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은 "화장품 로드숍 점주들이 겪고 있는 현안을 공유하고 함께 대처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