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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로 재도약하는 수소차 강국 한국

[NYT터닝포인트]머리 맞댄 민·관, 법 정비 등 제도손질 숙제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9-01-02 13:43 송고
편집자주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포인트 2019'가 발간됐다. '터닝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화합의 시대로 가는 항해: 가치와 질서의 재편성'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18년 3월에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NEXO). 1회 충전 항속거리는 609km, 복합연비는 96.2km/kg(17인치 타이어 기준)이며, 한 번에 총 6.33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수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물꼬는 자동차가 텄다. 현대자동차가 1회 충전 항속거리 600㎞ 이상의 차세대 수소 전기차 넥쏘 양산을 시작하며 수소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기반시설) 확충 요구가 확대됐다.

미세먼지 저감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부는 측면 지원에 나섰다. 경쟁국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으나 2022년 충전소 310곳 설립을 목표로 민·관 합동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이끌어냈다.

관련 예산도 확대됐다. 올해 130대 수준에 그쳤던 수소차 구매 보조금은 내년 4000대로 증액됐다. 정부와 국회는 수소전기차 관련 예산에 1421억 원을 반영했다.

일선 지자체들도 수소 대중화를 목표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시는 국내 최초로 수소전기버스를 정규 시내버스로 도입했고 전라북도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산업 육성에 9695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경기도 역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수소전기차 보급 및 충전소 확충 등 49개 사업에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

민·관이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관련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수소전기차가 보급이 늘어날수록 대기 개선 효과가 커지니 국가적 재난으로 부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수소전기차 구조도(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수소전기차는 물을 전기분해할 때 전기가 필요한 원리를 반대로 이용한다. 수소를 전기 발생장치인 스택에 흘리면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한다. 화학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고순도의 산소가 필요한데 수소차에는 이를 위한 미세먼지 여과 시스템이 장착된다.

넥쏘에는 도심 공기를 빨아들여 초미세먼지(PM2.5 이하)를 제거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공기의 질이 최악이라도 여과 시스템(1·2단계 가습, 3단계 기체 확산)을 거치면 깨끗한 공기로 정화된다. 일종의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넥쏘 1대가 디젤 중형차 2대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을 정도다. 넥쏘 1000대가 1시간을 운행하면 성인 4만9000명이 마시는 공기가 정화된다.

차량이 대형일수록 공기 정화 효과는 더 크다. 수소전기버스 한 대의 연간 온실가스 저감 능력은 약 56톤에 달한다.

일반 수소전기승용차는 2톤 수준이다. 연간 8톤으로 추산되는 수소전기택시와 비교해도 공기정화 능력이 월등하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존 화석연료차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일산화탄소(CO), 총탄화수소(THC),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 등 대기오염물질의 저감 능력도 뛰어나다. 수소전기버스 한 대가 운용될 경우 1년 동안 880㎏의 대기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 수소승용차는 5㎏, 수소택시는 25㎏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버스를 포함한 수소전기차를 국가재난인 미세먼지 문제 해소의 해법으로 보고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산업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수소전기차로 첫발을 내디딘 수소 기술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청정 무공해 에너지다. 수소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충전소 등 인프라 사업은 물론 장기적으로 수소 발전소 산업 육성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수소 기술의 장점은 공기 정화 기능과 함께 높은 발전 효율에 있다. 수소를 포함한 연료전지발전은 70~80%에 달하는 발전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20~30%, 태양광발전은 10~20%에 불과하다.

발전이용률이란 해당 발전원의 실제 발전량을 최대 발전 가능 용량으로 나눈 값이다. 발전이용률이 높을수록 설계된 발전용량에 부합하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료전지발전은 지속적인 연료 공급을 통해 상시 이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풍력·태양광발전은 발전 당시의 풍량과 일조량 등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기 때문에 공급 안정성이 떨어진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수소의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는 의미다.

수소전기차 에너지 흐름도(그래픽=방은영 디자이너)© News1

자동차만 따로 떼어내도 산업 기여도가 막대하다. 현대차가 개발한 넥쏘의 부품 국산화율은 95%에 달한다. 수소전기차 관련 부품 개발·생산에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를 원청으로 둔 1·2차 업체 약 3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대중화가 국내 부품업체들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자동차산업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국내 중소형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내면 이들 업체의 먹을거리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프랑스 승·상용 수소전기차 5000대 수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시장의 자동차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수소 기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민간은 물론 정부와 관련 부처들이 수소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은 산업·정책 전반에 복합적으로 얽힌 수소 기술의 중요성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수소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시작 단계인 현재 상태에 안주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 까다로운 충전소 설비 규정과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기업을 배제하는 인위적인 진입 장벽이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수소 충전소 SPC 설립에 현대차와 SK가스 등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긴 했지만 정부 정책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언제 새로운 규제가 생길지 모른다. 수소충전소의 설치에 관여하는 부처가 국토부와 환경부 등 제각각이고 사업을 따로 진행하다 보니 엇박자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

허술한 법 규정도 풀어야 할 과제다. 수소 시대가 생소하다보니 관련 인프라 설치를 관리할만한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수소 충전소를 지으려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과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 학교법 등에 산재한 촘촘한 규제를 만족해야만 한다.

특히 거리에 관한 규정이 충전소 설치의 가장 큰 장벽으로 지목된다. 현재 주택건설 기준에 따라 수소충전소는 공동주택과 병원 등에서 50m 이상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반면 기존 CNG 충전소 등은 25m의 이격거리만 확보하면 된다.

같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건립되는 액화천연가스(LPG) 충전소를 이용하면 수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수 있으나 이격거리가 문제다.

서울에 자리 잡은 LPG 및 CNG 충전소는 각각 70곳, 15여 곳이다. 단순 산술이지만 서울에서만 단기간 80여 곳의 수소충전소 확보가 가능한데 규제에 가로막혀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적으로 기존 LPG 충전소에 수소 시설을 복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휴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짓는 경우 저장 탱크는 보통 지하에 설치한다. 주로 미관상 이유 때문인데 기존 LPG 시설의 공간 여유가 부족하다면 외부에 저장 탱크를 따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법적으로 기존 충전소 내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격거리 규정이 그대로다 보니 실제로 수소충전소를 품을 수 있는 기존 충전소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가뜩이나 경쟁국에 비해 정책·제도 정비가 늦었는데 대못 규제가 장벽으로 남았다. 일본은 수소사회 진입을 목표로 2020년 도쿄올림픽 기간 중 수소전기차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2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곳 시대를 목표로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1000곳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역시 2023년까지 충전소를 4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못 규제 해소와 일원화한 정책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한국은 자동차를 만드는 몇 안 되는 나라다. 글로벌 시장의 후발주자였지만 지금은 손꼽히는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탄탄한 내수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88올림픽 전후로 찾아온 자동차 대중화에 힘입어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본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를 밑천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해 큰 성공을 거뒀다. 독일과 일본차의 성공 방정식과 흡사하다.

이제 제2의 도약 내지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수소차 패권전쟁은 과거처럼 내수 기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내 수소차 대중화가 빠른 나라는 그만큼 기술과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엔 경쟁력을 잃게 된다.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관련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기업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기업 혁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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