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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에쓰오일, 일년에 절반 쉰다…4조2교대 근무형태 전환 추진

임단협서 내년 상반기 4조2교대 시범실시 합의
휴무일 약 190일…12시간 근무 '부담' 목소리도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8-12-27 11:34 송고 | 2018-12-27 11:39 최종수정
에쓰오일 온산공장 전경 © News1
에쓰오일 온산공장 전경 © News1

에쓰오일이 정유·화학업계 최초로 근무 형태를 4조2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업계에 일반적인 4조3교대에 비해 4조2교대 근무제는 일 년에 절반 이상을 휴무일로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젊은 현장직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에쓰오일도 이를 시범 도입 해 가능성을 확인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노사는 최근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내년 상반기 중 근무 형태를 4조2교대로 전환해 6개월간 시범 실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구체적인 교대 형태 등은 현재 논의 중으로 시범 실시 후 노조의 찬반투표 등을 거쳐 사측과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4조2교대로 교대 제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4조2교대 근무제는 작업조를 4개 조로 편성해 2개 조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어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형태다. 4조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휴무일이 80일 이상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단순 계산하면 일 년에 절반 정도인 182.5일만 출근하면 되고 여기에 연차휴가 등을 합하면 190일 정도를 휴무일로 확보하게 된다.

에쓰오일이 4조2교대로 근무 형태 변경을 확정하게 되면 국내 정유·화학업체들 중에선 최초가 된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 산업 특성에 따라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LG정유(현 GS칼텍스) 등이 가동을 시작한 1960년대부터 4조3교대 형태를 유지해 왔다.
이 같은 에쓰오일의 근무 형태 변화 움직임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기존 4조3교대는 4일 일하고 1~2일 쉬는 방식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42시간 정도다. 그러나 연장근로(OT), 대근까지 합치면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교대자가 넉넉하지 않다 보니 결원이 생기면 한 사람이 야간근로를 포함해 하루 16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 여가생활에 요구가 늘어나면서 휴무일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4조2교대로 바뀌면 결원이 발생해 대체 근무 하더라도 휴무일이 많아 부담이 적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 역시 교대 근무자의 야간 근무 일수를 줄이고 휴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4조2교대제를 전면 시행해오고 있다. 회사로서도 잦은 근무 교대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줄일 수 있어서 '원-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4조2교대 근무는 1998년 유한킴벌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다.

다만 4조2교대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아 시범운영을 넘어 전체 사업장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근로자들 상당수는 수십 년간 적응해온 근무 형태를 변경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데다가 하루 12시간씩 장기 연속 근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법상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는 근로자 5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적절한 교대 형태를 찾는 것도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 일부 노조원들은 4일을 일하고 4일을 쉬는 형태의 4조2교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수용하긴 쉽지 않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주간 이틀, 야간 이틀 등 나흘을 일하고 나흘 쉬는 형태로 4조2교대를 시작했다. 그러나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고 근무 기강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주간에 이틀 일한 후 이틀을 쉬고, 야간에 이틀 일하고 다음 이틀은 쉬는 방식으로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화학업계에서 근무 형태를 4조2교대로 바꿔보려는 논의와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노사 간 입장이 달라 실현된 적은 없다"면서 "에쓰오일의 시범운영 결과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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