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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발굴한 미다스의 손…20년 후 '연습생 성추행' 유죄

1심·2심 모두 강제추행 유죄…벌금 2000만원 선고
"단순 검사한 것" 주장에 법원 "선의의 목적 아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8-12-23 07:00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과거 H.O.T와 S.E.S, 신화 등 대형 아이돌을 연이어 발굴하면서 연예계에서 이름을 알린 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연습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성지용)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A씨(50)에게 원심과 같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15년 9월 소속사 사무실에서 연습을 마치고 물을 마시고 있던 연습생 B양(당시 15세)에게 '향수 뿌렸니'라고 말하며 반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진 혐의(강제추행)를 받는다.

A씨는 기소된 후 B양을 무고 혐의로 고소하며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B양이 전속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허위로 진술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B양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B양은 연예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A씨를 믿었고, A씨는 이런 신뢰관계를 이용해 범행에 이르렀다"며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1심은 A씨에게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한다. A씨는 미성년인 연습생을 교육하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될 상황에 처했다.

2심에서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20대에 연예계에 뛰어들어 HOT, SES, 신화, 보아 등을 뽑는 동안 성 관련 사건이 한 번도 없었다"며 "B양은 제가 청춘에 뛰어든 연예계에서의 마지막 기회이기에, 감히 성추행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취업제한과 관련해서도 "저는 유죄를 받으면 업계에서 장기간 종사할 수 없게 된다"며 "10년 동안 집을 없애면서 20억원가량 투자했다, 한 남자와 가족의 인생이 걸려있으니 부디 한 번만 관심 있게 봐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2심 역시 A씨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향수를 뿌렸는지 검사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과 당시 상황 직후의 녹취록 등을 보면 A씨가 선의의 목적으로 순수하게 향수 검사를 했다는 평가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반성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B양에게 '계약을 해지하려는 나쁜 의도가 있다'는 등의 언동을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무겁지 않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명령한 취업제한에 대해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직권으로 파기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범죄가 유죄라도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거나 취업을 제한해선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취업제한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연예계에 종사한 A씨는 H.O.T와 S.E.S, 신화, 보아(BoA), 동방신기 등 각종 아이돌 스타를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독자적으로 연예기획사를 차려 운영에 나섰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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