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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레벌떡' 하루 만에 "체험학습 현황 내라"…교육부 공문 논란

교육부, 시·도교육청에 고3 체험학습 현황파악 지시
24시간 내로 파악에서 제출까지…대성고에도 전달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8-12-20 17:07 송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강릉 펜션사고 관련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2.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강릉 펜션사고 관련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2.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교육부가 고등학교  체험학습 현황을 전수점검하기로 한 가운데,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어 교육현장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교사들의 업무만 가중시킨다는 호소다. 특히 이렇게 급히 파악한 현황이 대책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의문도 제기된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9일 오후 각 시·도교육청에 관할 고등학교 3학년 학급의 개인 체험학습 현황을 파악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체험학습 현황을 전수점검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에 각 시·도교육청은 20일까지 학교가 현황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교육청별로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빠른 곳은 오전 11시까지 제출을 요구한 지역도 있다. 유은혜 부총리 발표로부터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이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펜션 또는 리조트 등 학생들이 머무는 숙소 유형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만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에 현황을 파악해 제출하라는 것은 정작 교육에 소홀해진다는 게 교사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부랴부랴 자료를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 공문은 19일 오후 4시 이후 발송됐다. 각 교육청은 이를 받아 또 학교에 내려보내는 데 시간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오후 8시 넘은 시각 일선학교에 협조요청을 넣었다. 야근자를 빼면 마감 당일에 급히 현황을 파악하고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마감시간은 오후 2시였다. 공문은 강릉 펜션 사고를 겪은 대성고에도 전해졌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성고가 지금 그거 쓸 상황이겠냐"며 "현장 교사가 수업은 제쳐두고 이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교실을 정상화하자는 정책이 오히려 현장을 마비시키는 모양새다.

교육당국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현황을 오는 21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열리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회의'에서 각 시·도 부교육감에게 지역 점검결과를 보고받기로 했다. 유치원 관련 논의를 하는 자리지만 전국 부교육감이 모이는 만큼 지역 현황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급행' 처리는 제대로 된 현황 취합은 물론 물론 표본으로서의 정확성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하 대전 중일고 교사는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매뉴얼이면 몰라도 지금 현황을 파악한다는 게 사고 예방과 대책마련에 어떤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교사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정시 모집 상담 등 바쁜 시기의 교사들이 업무에 시달림은 물론, 현황파악이 매뉴얼 제작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체험학습 규모와 체험학습을 어떤 형태로 가고 있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선생님들께 부담을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jinho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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