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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의 핫스팟] '스윙키즈'vs'마약왕'vs'아쿠아맨', 솔직 리뷰3…오늘 동시 개봉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8-12-19 09:15 송고
'스윙키즈' '마약왕' '아쿠아맨' 포스터 © News1
'스윙키즈' '마약왕' '아쿠아맨' 포스터 © News1

※ 스포일러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스윙키즈', 비극성 강조한 아름다운 음악 영화…2%의 애매함
'스윙키즈'(강형철 감독)에 음악 영화 혹은 뮤지컬 영화라는 분류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탭댄스가 영화의 주요 소재인데다, 그 외에도 음악과 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신이 많은 점에서 '음악 영화'로 분류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확실히 음악과 춤이 주가 되는 일반적인 느낌의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라라랜드'나 '맘마미아'처럼 배우들이 대화 속에 노래가 뒤섞여 들어가거나 대형 합창과 군무가 여러번 나오는 식의 적극적인 뮤지컬 영화 형식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노래가 나오지 않거나 퍼포먼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애매함이 발생한다.
'스윙키즈' 스틸 컷 © News1
'스윙키즈' 스틸 컷 © News1
뮤지컬 영화는 특징상 서사의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고 헐거워도 이를 허용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장르다. 예컨대 뮤지컬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진지한 대화를 하다가 춤을 추면서 댄스 대결을 펼쳐도 관객들은 이를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맘마미아'나 '물랑루즈' 같은 작품들이 다소 평이한 스토리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뮤지컬 영화의 허용 아래 노래와 춤, 이야기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윙키즈'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극'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몇몇 장면에서만 돌연 뮤지컬 영화로 전환돼버린다. 스윙키즈 댄스단과 미군이 무기까지 든 채 심각한 신경전을 벌이다 갑자기 정수라의 '환희'에 맞춰 '댄스 배틀'을 한다거나 주인공 로기수(도경수 분)와 양판래(박혜수 분)가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Modern Love)에 맞춰 포로수용소 안팎을 질주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뮤지컬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예상못한 장면에서 '뮤지컬 신'의 기습을 받게 되면 아무리 재밌는 장면도 생뚱맞게 느껴진다.

이 장면들에 사용되는 음악들이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와 맞지 않는 점도 어색함을 더한다. 창작곡이 아닌 기존 곡들이라 각각의 시대성을 담고 있는데 뮤지컬 장르도 아닌 작품에서 뜬금없이 현대곡들을 들으면 당황스럽다. 거기에 더해 포로수용소라는 배경, 이념갈등이라는 소재의 무거움은 유쾌한 초반의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엉뚱한 장면들과 소재의 무거움을 제외하면 '스윙키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더더기 없이 갈무리된 작품이다. '써니'에서 보여줬듯 강형철 감독은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이들의 어울림을 통해 관객들을 끊임없이 웃고 웃게 만든다. 주인공들을 빠져들게 하는 탭댄스 리듬의 중독적인 흥겨움에 관객들에게까지 전염된다.
'마약왕' 스틸 컷 © News1
'마약왕' 스틸 컷 © News1
◇ '마약왕', 파멸의 일대기로 '구시대'에 작별을 고하다

형식으로 보면 '마약왕'(우민호 감독)은 영화 '1987'을 떠올리게 한다. 한 인물을 이야기 중심에 배치하고 여러 캐릭터들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결말을 향해 달린다. '1987'에서 이야기의 중심에 안타고니스트인 박처장(김윤석 분)이 있었다면, '마약왕'에서는 역시 박처장처럼 악인이지만 그보다는 아주 조금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인물인 이두삼(송강호 분)이 있다.

어쩌면 이두삼은 '국민 배우' 송강호가 연기해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인물로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1972년 부산에서 금세공사를 하던 이두삼이 돈을 벌기 위해 밀수에 뛰어들고, 마약 운반을 하고, 직접 부산에 마약공장을 차려 일본에 수출을 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마약 브랜드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지만 끝내 파멸을 향해 가게 되는 내용을 속도감 있게 그렸다.

흥미로운 지점은 돈 되는 일이라면 불법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주인공 이두삼의 천진난만한 가치관이다. 이는 이 영화의 약점으로도 지적되는 부분이다. 도저히 인간적인 고뇌라거나 고민이 없어 보이는 한 얄팍한 인물의 흥망성쇠가 오늘날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지적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격을 지닌 캐릭터의 일대기는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나름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1970년대는 제4공화국, 즉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펼치던 유신정권 시절이다.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 운동 구호 속에 전국민이 뭘 하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애썼던 시절, 나름의 아이디어와 수완으로 해외에 수출을 해 '떼돈'을 번 이두삼은 그 시대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인물상이다.

그 시대의 가치관으로 이두삼을 보면 그의 비양심적인 행동, 도덕성 결여는 아주 미세한 결함이다. 얼마만큼을 벌어 국가산업에 이바지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아주 좋은 핑계거리도 있지 않은가. "마약도 일본에 팔면 애국"이라는. 마약왕 이두삼은 극단적인 예지만 70년대, 우리나라가 '부'를 위해 많은 것들을 잃었고, 그에 대해서 눈감았던 사례는 무척 많다.  

그런 의미에서 '마약왕'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흥미로운 풍자극이다. 이두삼이라는 중심 인물의 파멸 혹은 자멸은 한 시대의 종결로 치환될 수 있다. 엔딩 장면에서 영화는 '과연 이두삼의 시대는 정말로 끝난 것일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국민 배우 송강호와 조정석 배두나 김소진 이희준 김대명 조우진 등 '배우 군단'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뿐 아니라 송강호는 돈 벌기에 혈안이 됐던 단순한 한 인물이 점점 피폐하게 망가져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연기해냈다.     
'아쿠아맨' 스틸 컷 © News1
'아쿠아맨' 스틸 컷 © News1
◇ '아쿠아맨', 수중 '아바타'? 풍성한 볼거리로 보여준 DC의 가능성

영화 '아쿠아맨'은 DC 코믹스 캐릭터인 아쿠아맨의 실사 영화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들로 이뤄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맞서 DC에서도 캐릭터들의 세계관을 엮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는데 '아쿠아맨'은 마블로 치면 어벤져스의 멤버들 중 한명인 셈이다.

'아쿠아맨'의 스토리는 여느 영웅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등대지기 아버지와 수중 세계인 아틀란티스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슈퍼히어로 아쿠아맨이 진정한 땅의 아들이자 심해의 수호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사라진 어머니와 정적인 이부동생, 배척 당하는 혼혈의 이야기 등,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아쿠아맨'이 그저 뻔한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간 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가상의 세계를 무척 실감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그간 우주를 다룬 SF, 판타지 영화는 많았지만 그만큼이나 신비로운 바다 속 세계를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다. 헬레니즘 시대의 전신을 모델로 창작된 한 수중 세계는 화려하고 신비롭기 그지없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야기의 3분의 2가 물속에서 진행되지 때문에 수중에서 촬영한 것처럼 보여야 했는데 제임스 완 감독은 이를 위해 실제 세트와 디지털 효과를 모두 사용해 촬영했다. 스테이지 위에 물 쟁반을 띄워 서까래 조명 아래에 놓은 후 컴퓨터 조종 조명을 비춰 수중에 있는 느낌을 주고 줄을 사용해 쟁반 속 물이 반짝이도록 물결 효과를 주거나 컴퓨터 조종 조명을 많이 사용해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수중에 있는 느낌을 만들었다. 이 '수중에 있는 느낌'은 '아쿠아맨'을 꼭 봐야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제이슨 모모아가 연기한 주인공 아쿠아맨은 개인의 취향차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성보다는 남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을 법한 마초 캐릭터다. 근육질 몸매에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는 아쿠아맨은 수준급의 격투 실력 뿐 아니라 웬만해서는 데미지를 입지 않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의 강력한 생존률로 존재감을 뽐낸다. 그뿐 아니라 앰버 허드와 니콜 키드먼 등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기쁨이다. 앰버 허드가 연기한 메라나 니콜 키드먼이 소화한 아틀라나는 아쿠아맨 아서(제이슨 모모아 분)만큼이나 독립적이고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며 아쿠아맨이 가장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훌륭한 조력자들이다. 

영화의 러닝 타임은 143분이다. 요즘 영화들이 다 길어지고 있는 추세라 '유난히 길다'고 할 수는 없는 시간이이지만, 애초 지적한대로 평범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탓에 중반부 다소 늘어지면서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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