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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사장의 '90도 사과'…11년 쌓인 눈물이 떨어졌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사과문 낭독 후 피해자·유가족과 악수
'반도체 백혈병' 종지부, 황상기 대표 "딸 살아있다면 좋아했을 것"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2018-11-23 13:00 송고 | 2018-11-23 15:26 최종수정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1.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1.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병으로 고통받은 직원들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이 사과문 낭독을 마치고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딸의 손을 꽉 잡았다. 딸 혜경씨와 김 사장을 번갈아 바라보는 김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이 열렸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협약식에는 김기남 사장과 황상기 반올림 대표를 비롯해 피해자와 가족, 반올림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15분 전 도착한 황상기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뒤이어 김씨가 딸의 휠체어를 끌고 입장했다. 황 대표와 김씨는 '반도체 노동자에게 건강과 인권을'이라는 문구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었다. 뇌 손상으로 신체 마비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씨는 취재진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며 방긋 웃었다.

김기남 사장은 10시28분 검은색 양복에 짙은 남색 넥타이를 맨 채 행사장에 홀로 입장했다. 김 사장은 취재진을 사이에 두고 반올림 관계자들의 반대편에 마련된 자리에 홀로 착석했다. 뒤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지형 전 대법관 등이 입장해 황 대표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조정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의 인사말이 진행되는 동안 김 사장은 입이 바싹 마르는 듯 연신 입술에 침을 바르고 물을 마셨다. 이어진 협약 서명식에서 김 사장은 황 대표에게 먼저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황 대표가 이에 응하며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 도중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8.11.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사과문 발표 도중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8.11.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 사장은 약 6분간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담담한 목소리로 읽었다.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 입장과 향후 보상 계획을 담았다. 김 사장은 두 차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처음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할 때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김씨의 눈에선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김 사장은 사과문을 발표한 뒤 반올림 좌석으로 다가가 황 대표와 한씨, 김씨에게 차례로 악수를 청했다. 한씨와 김씨도 김 사장과 손을 맞잡았다. 김 조정위원장과 김 사장, 황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을 하면서 지난 11년간 깊은 상처를 남긴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는 종지부를 찍었다. 

고(故)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유미에게 억울한 일을 꼭 밝히겠다고 약속했는데 산업재해 판정도 법원으로부터 받고, 오늘 미진하지만 삼성의 사과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미의 희생으로 다른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조금 더 향상됐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유미가 살아 있다면 다른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23/뉴스 © News1 송원영 기자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1.23/뉴스 © News1 송원영 기자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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