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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대논쟁 중 하나 호락논쟁…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나

[신간] 조선, 철학의 왕국…호락논쟁 이야기

(서울=뉴스1) 이영섭 기자 | 2018-11-09 09:09 송고 | 2018-11-09 13:20 최종수정
조선, 철학의 왕국© News1

조선 후기 당파 노론 내 호론(湖論·충청도의 노론학자)과 낙론(洛論·서울의 노론학자)간 이데올로기 대결인 호락논쟁의 전말을 다룬 책이다.

조선시대 3대 논쟁의 하나이지만 일반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락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선 논쟁들의 전사(前史)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6세기 중후반 이황 이이 등이 주도했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 17세기 후반 왕실의 복제를 둘러싼 예송(禮訟)논쟁 등 앞선 2개 논쟁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사단칠정 논쟁을 통해 이황의 제자들은 남인을 형성하고, 이이의 제자들은 서인을 형성하면서 붕당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했다. 임진왜란, 청의 등장, 병자호란 등을 배경으로 한 예송논쟁은 완벽히 붕당의 특성을 지닌 서인과 남인이 사생결단식 논쟁이 본격화한 계기였다.

그렇다면 호락논쟁의 실체는 뭘까. 숙종과 영조를 거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은 노론 내 헤게모니 싸움이었다. 인맥으로 살펴보면 노론 영수 송시열의 제자들간 대결이었다. 
이들은 왜 분열하고 싸웠을까.

18세기 라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밖으로는 오랑캐 청이 갈수록 융성해지고 일본 베트남 등도 국력을 키웠다. 안에서는 중인 서민 여성의 역할과 목소리가 커지는 변혁기였다. 동아시아에서 청의 주도권이 확고해지고 조선의 탕평정치가 꽃을 피우고 일본 도쿠가와 막부가 안정을 구가하는 시기이자, 주자적 화이 질서에 균열이 생기는 과도기였다.

이런 와중에 송시열의 수제자 권상하와 한원진 등을 정점으로 충청에 근거지를 둔 노론은 호론을 형성했고, 또 다른 수제자 김창협과 김창흡, 박필주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 일대 노론은 낙론을 형성했다.

이런 배경이 이들의 철학적 정치적 입장을 가르게 된다.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변화에 민감한 서울의 낙론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호론은 기존 주자의 질서를 고수하는 쪽에 선다.

싸움의 고리는 철학자 주제였다. △미발(未發·마음의 정체가 잘 갖춰진 상태)때 마음의 본질,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이 같은지 다른지, △성인(聖人)과 범인(凡人)의 마음이 같은지 여부 등이 논쟁의 주제였다. 난해한 주제로 인해 일반인에게는 지금까지도 생소한 논쟁이 됐다.  

이런 주제는 사회적이고도 정치적인 주제였다. 인성물성은 위협적인 타자 청나라를 인정하느냐 여부로 직결됐고, 성인범인 논쟁은 일반 백성과 여성, 아이도 양반과 같은 마음을 지닐 수 있느냐는 문제로 연결된다. 

논쟁에서 낙론은 청을 인정하고 백성과 여성과 아이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호론은 반대 입장을 취한다. 결국 수정론자인 낙론과 원칙론자인 호론의 대결구도 였다.

저자는 "바깥에서 성장한 청과 안에서 성장한 제반 계층에 대한 유학자들의 인식과 태도가 호락논쟁을 통해 정리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이 논쟁은 타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관련해서 중요한 성찰을 제공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다문화, 남녀, 장애인, 난민 등의 문제 또한 타자에 대한 이해가 해결의 고리이다. 앞으로는 로봇,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타자에 데 한 인정 문제가 부상할 것이다"고 강조한다. 

출판사측은 "사상사인 이 책은 몇가지 장치를 통해 딱딱한 이론 소개를 넘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철학서가 간과하기 쉬운 시대적 변화, 인물이야기 등 주변 정보를 통해 '이야기'라는 색채를 입혔다. 매우 낮선 사유방식인 성리학에 그들의 마음, 일상, 정치 사회 이론, 활동과 관계망을 복원해 입체적으로 풀어간 것이다. 논쟁 이상의 철학자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구성에서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여러 변주가 있다. 서장은 호락논쟁의 개괄적 소개로, 1,3,5,7장은 역사이야기 위주로 서술했다. 2, 4, 6장과 결론은 철학이나 이론에 대한 소개가 뼈대를 이룬다. 

아울러 철학서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그림과 사진, 그래픽을 실어 이해를 돕는다. 등장인물의 초상, 유적지, 당시 생활상을 담은 회화 등이 풍성하게 실렸다. 부록에 실린 연표와 학맥·관계도 역시 퍽 유익하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으로 서울대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림대 인문한국HK교수로 일하는 저자 이경도는 17~19세기 조선의 정치·사상·지식인에 대해 공부했고,  '조선후기 안동김문 연구' '17세기 조선 지식인 지도' '조선 후기 사상사의 미래를 위하여' 등의 저서를 썼다. 

◇ 조선, 철학의 왕국…호락논쟁 이야기 / 이경구 지음 / 푸른역사 / 2만원


sosa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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