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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 별세] "범접할 수 없던 빛" 故신성일, 동료들에도 스타였던 '별'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18-11-05 07:00 송고 | 2018-11-05 07:34 최종수정
배우 엄앵란 2018.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배우 엄앵란 2018.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신성일을 떠나보내는 동료들이 한국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시대를 추억했다.

지난 4일 새벽 신성일은 향년 81세 일기로 별세했다. 폐암 투병 중이던 그는 전날인 3일부터 병세가 위독해졌으며, 아들 강석현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1937년생인 신성일은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 후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60, 70년대 최고 미남 및 인기 배우로 군림했다. 1964년에는 당대 톱 여배우 엄앵란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고,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지난해 6월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요양원에서 투병을 해왔다.

서울 송파구에 서울아산병원에 빈소가 마련된 조문 첫날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영화계 원로 인사들을 포함해 생전에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동료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황망한 이별에 슬픔을 감추지 못 하면서도, 고인의 빛나는 업적을 기억해달라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故 신성일  2018.11.4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故 신성일  2018.11.4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차기작도 준비했는데" 동료들이 본 신성일의 마지막

신성일의 영화인장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지난 9월 선생님이 계신 화순의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을 때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고 곧 영화도 들어간다며 대본 각색을 했다고 하는 등 의욕이 많았는데 갑자기 별세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수미는 지난 1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를 통해 신성일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수미는 조문을 마친 후 "('마이웨이'가) 내 유작이 되길 바랐는데 선생님의 유작이 됐다"며 슬퍼했다. 이어 "하느님이 하늘에서 배우하라고 데려가신 것 같다. 하늘에서도 배우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안성기는 "지난 봄부터 내년에 같이 영화를 하기로 약속했었다. 오랜만에 함께 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별세 소식에) 너무 안타깝고 허망하다"고 말했다.

고인과 동시대에 활동한 원로배우 신영균은 "얼마 전에 폐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전화해서 '공기가 좋은 제주도에서 지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내려온다고 했는데 결국에는 못 왔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순재는 "(신성일을) 본지는 오래 됐는데,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얼굴이 좋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몇 번 보는 건데 (안타깝다)"라며 "로맨스에 적합한 배우였는데, 건강했으면 말년까지 좋은 작품을 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임하룡은 "엄앵란 선생님 팔순잔치에 못 가서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항상 운동하시고 관리를 하셨는데, (별세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故 신성일  2018.11.4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故 신성일  2018.11.4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동료들이 기억하는 '신성일의 시대'

지상학 회장은 "신성일 선배는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며 전무후무한 연기자였다"고 말했다.

오석근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신성일 선생님은 한국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준 분이다"며 "내년이 한국 영화 100주년인 중요한 해인데 신성일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배우 박상원도 "배우로서 영광의 시대를 처음으로 연 선구자이시다"며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하룡도 "우리 어릴 때 (신성일은) 대단했다"며 "헤어스타일 하나부터 엄앵란 선생님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노래가 유행할 정도였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안성기는 "1960년대, 70년대에 지금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스타였고, 스타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었다"며 "그간 무수히 많은 별이 있었지만 (신성일은) 범접할 수 없는 빛이었다. 그 별은 졌지만 우리들 마음에는 오래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인과 동시기에 활동했던 이순재는 "(신성일은) 60년대 한국영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막대한 기여를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성일씨 다 기억한다. 조금 더 할 수 있는데 너무 일찍 간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 "신성일씨 작품은 많은 자료가 남아있어 후학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이다"며 "영화 중흥에 큰 역할을 했다. 제일 바쁠 때는 동시에 20작품 이상을 했다. 정말 애를 많이 쓴 사람이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과 함께 1960년대 한국영화를 이끈 원로배우 신영균은 "신성일은 굉장히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영화계를 위해서 국회의원도 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서 감독도 했다"며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왕도 되고 대통령도 되고 장군도 됐다"며 "짧은 인생이지만 (영화 속에서) 다 해봤으니 이제 행복하게 쉬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배우 엄앵란 2018.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배우 엄앵란 2018.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엄앵란 "남편 신성일, 존경할만한 사람"

조문객을 받던 엄앵란은 이날 오후 3시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리가 편치 않아 딸과 지인들의 부축을 받은 모습이었다.  

엄앵란은 3일 전에 고인을 마지막으로 봤으며, 이후 자녀들로부터 고인의 유언을 전해들었다. 엄앵란은 "딸이 '어머니(엄앵란)에게는 할 말 없냐'고 물으니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하라'고 했다"며 신성일의 유언을 공개했다.

엄앵란은 신성일에 대해 가정적인 남자가 아닌 '사회적인 남자'라면서도 "존경할만하니 55년을 함께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신성일은 사회적이고 일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생각한다"며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인이었다. 까무러치는 때까지 영화 생각뿐이어서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버텨서 오늘날까지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엄앵란은 신성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저승에 가서 못 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살길 바란다. 구름타고 놀러다니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성일 회고전을 함께 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영화감독 이창동 정지영, 배우 문성근 임하룡, 조인성, 한복연구가 박술녀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3일장)으로 거행된다. 장례위원회는 지상학 회장과 배우 안성기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조문 이틀 째인 5일 오전 10시에 입관식이 진행되며, 6일 오전 10시에 영결식과 발인식이 엄수된다. 이후 서울 양재 추모공원에서 화장을 진행한 후, 고인이 노년을 보낸 경북 영천의 선영으로 옮겨진다.
故 신성일  2018.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故 신성일  2018.11.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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