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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위한 학교는 없다"…청소년들 도심 '스쿨미투' 집회(종합)

"'스쿨미투' 묻히거나 진학·취업 빌미로 2차 가해"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하고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하라"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18-11-03 17:05 송고
11.3 학생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8.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1.3 학생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8.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우리는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지 성적 수치심이 드는 발언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와 여성단체들은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교사들의 교내 권력형 성폭력으로 인한 '스쿨미투'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37개 단체에서 모인 250여명(주최측 추산)은 3일 낮 2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교복과 마스크 차임으로 피켓을 들고 앉아서 스쿨미투 고발 사례에 호응했다.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남학생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친구야 울지 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한다'는 문구를 슬로건으로 내건 집회 참가자들은 학교 교사들로부터 "여자는 허리를 잘 돌려야 한다", "예쁜 아이는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등 성희롱성 발언을 교사들에게 들어 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같은 '스쿨미투'가 공론화나 화제가 되지 않으면 사건이 묻히거나, 진학과 취업 등을 빌미로 2차 가해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주최 측은 전국 각 지역 학교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고발자들의 신원을 보호하고 이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피해 사례와 고발문을 다른 집회 참가자가 대독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운영했다. 집회에서는 총 10개의 고발 사례가 발표됐다.

한 집회 참가자는 "학교에서 여성성을 강요받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발언을 수없이 들어왔다"며 "취업과 진학에 문제될까 염려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해) 선생님들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였다"라며 "해당 교사는 교단에서 내려왔고 학교는 사과했다고 하는데 가해 교사가 받은 처분과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11.3 학생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뜻의 뱃지를 달고 있다. 2018.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1.3 학생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뜻의 뱃지를 달고 있다. 2018.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 광남중학교의 고발 사례를 대독한 참가자는 "선생님께서는 우리보고 (피해 사례를) 대충 쓰고 돌아가라고 했다"며 "언론에 사례가 보도되니 2차 가해와 협박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천안 북일고등학교의 이유진 학생(18)은 "4월에 교내에서 스쿨미투가 공론화됐고,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많이 지지해준 편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학교폭력위원회의 구성이 모두 남자였고, 서면사과와 성폭력 교육 이수로 마무리됐는데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여겨 연대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실시 △2차 가해 중단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적 실태조사 및 규제와 처벌 강화 △학생들 성별이분법에 따른 차별 금지 △사립학교법 제정 및 학생인권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번 집회를 기획한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의 양지혜씨(21)는 "처음에는 스쿨미투 고발에 우리가 응답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했는데 더 많은 연결로 확정돼서 기쁜 마음"이라며 "스쿨미투 고발이 피해사실로만 남거나 아무것도 안 바뀌고 남는 게 아니라 변화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스승의 은혜'를 개사해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네'로 바꿔 불렀다. 또 혐오 발언과 성폭력 내용이 적힌 칠판 모형에 빨간 X를 그린 뒤 이를 반으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3시30분쯤 서대문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으로 '스쿨미투에 연대하겠다'는 의미의 '위드유' 행진을 시작했다. 교육청 건물 앞에서 오후 4시15분쯤 시작된 마무리집회에서는 8명이 자유발언에 나섰다.

자신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운영진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나는 남중과 남고를 나왔지만 학교 내 성폭력 사례를 주위에서 무수히 많이 들었다"며 "피해자에 대한 입막음이 사회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스쿨미투'는 반드시 조명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교육청 정문 앞에 포스트잇을 '#WITHYOU' 모양으로 붙인 현수막을 걸었다.

'스쿨미투'는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졸업생 96명이 국민신문고에 남자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이들은 오는 18일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11.3 학생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며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2018.11.3/뉴스1© News1
11.3 학생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며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2018.11.3/뉴스1© News1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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