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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싫어서'…8년간 쥐약 든 닭고기 뿌린 남성 '불기소 논란'

동물보호단체 '반발'…경찰, 사체 발견 안돼 '처벌 불가'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8-10-28 08:54 송고
죽은 고양이.(사진 케어 제공)© News1
죽은 고양이.(사진 케어 제공)© News1

지난 8년간 쥐약이 든 음식을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놓고 고양이를 죽이려 했던 70대 남성이 풀려날 예정이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며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대전대덕경찰서와 동물권단체 케어에 따르면 쥐약으로 고양이를 죽인 혐의를 받는 A씨(70)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케어에 따르면 A씨는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등지에서 지난 8년간 쥐약을 넣은 음식을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구석진 곳에 놓고 다녔다. 지난 8월 현장을 방문한 임영기 동물구조 119 대표는 노인이 거주하는 집 주변에서 쥐약이 섞인 닭고기를 다수 발견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도 쥐약 묻은 음식을 놓고 다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고양이가 싫어서" 이같은 행위를 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를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대전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현장에서 쥐약으로 죽은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도구·약물 등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해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A씨처럼 미수에 그칠 경우 처벌할 수 없다.

A씨는 2년 전에도 쥐약이 뿌려진 생닭을 놓고 다니며 길고양이 수십마리를 죽인 혐의로 7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동물보호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배고픈 고양이가 쥐약 묻은 치킨을 먹은 흔적이 명백한데도 사체가 없다는 이유로 쥐약을 놓고 다니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지금도 A씨는 다른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쥐약 묻는 치킨을 곳곳에 놓고 다닌다고 한다"고 말했다.
쥐약을 뿌린 음식.(사진 케어 제공)© News1
쥐약을 뿌린 음식.(사진 케어 제공)© News1

케어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는 달리 판단하길 바라며 경찰의 결정에 항의하는 5000여명의 목소리가 담긴 서명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케어는 "고양이를 키워보거나 습성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는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당연히 현장에서는 길고양이 사체를 발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4년~2016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기소 처분을 받은 경우는 연 평균 약 3300여 건으로 전체 송치인원의 0.21%에 그쳐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김경은 케어 변호사는 "동종범행으로 처벌받은 전과도 있고, 쥐약이 묻은 닭고기가 발견되고 A씨의 증언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길고양이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불기소된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제대로 판단해 다른 길고양이들까지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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