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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2018 지금 평양에선

주성하의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8-10-10 07:00 송고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세상에는 세 부류 사람이 있다.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 변화를 알아채고 편승하는 사람,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 세상이 온통 변하는데 우물에 갇혀 있다가는 낙오, 도태된다.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응하는 것은 '적자생존'의 기본이다. 현재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가 그렇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우물안 개구리 지식으로 큰소리 치는 사람은 설득이 힘들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은 대화 자체가 불가하다. 지금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대충 이런 식으로 첨예하게 갈려있다.

그런데 우리가 많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착각은 사실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착각하고 있다'는 것마저 모르는 특징이 있다. 바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과 북한 사람들에 관한 것들이다. 대부분 '북한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따져보면 매우 단편적인 몇 가지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추측 하건대 대부분의 우리가 아는 북한은 '김일성, 공산주의, 빨갱이, 왕정독재, 총살, 핵폭탄, 강제노동, 가난, 굶주림, 감시' 등 몇가지 무섭거나 암울한 단어 들의 편린일 것이다. 자극적인 뉴스와 영상들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이다. 여기에는 냉전시기 남한 독재권력이 북한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게 하거나, 보여 주었던' 사정도 한몫 했다. '반공, 멸공' 교육을 받았던 장노년층일수록 그런 착각이 심하다. 여전히 '간첩신고113, 무장공비'라는 말이 익숙하다.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비슷하다. '거주이전/정치/종교/사상의 자유가 없는, 헐벗고 굶주리는 나라. 왕정국가같은 독재와 고사포로 총살하는 살벌한 나라, 저녁이면 암흑 천지라 이웃이나 직장동료들끼리 어울리는 일 없이 각자 집에서 잠만 자는 숨막히는 나라'라는 정도 인식이 전부였다. 어쩌다 TV에서 그렇지 않은 북한사람들의 실생활이나 문화를 보여줘도 '저건 보여주기 위해 시키는 대로 하는 쇼일 뿐 모두가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앞섰다. 필자의 그런 생각은 지난해 어떤 북한 전문가를 만나면서 많이 교정됐다. 전문가는 평양의 김일성대학 출신으로 남한 주요 신문사 기자였다.

그는 대뜸 "남한 사람들은 대통령 욕을 마음껏 하더군요. 그렇게 대통령 욕 하면 행복하십니까? 북한 사람들은 김정은 욕만 안하면 아무 일 없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을 너무 모릅니다. 의외로 북한 사람들은 남한 드라마, 상품, 해외 체류자 등을 통해 남한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라 했다. 그날 필자는 연신 고개만 주억거렸다. 그는 1998년 탈북, 2002년 서울에 입국했던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다. 그가 최근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를 출판했다.

8년 전 출판했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로 이미 이름을 알렸던 그의 신간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에는 이미 북한에 깊숙이 침투한 자본주의의 실상이 낱낱이 해부됐다. 북한은, 평양은 지금 '장마당을 중심으로 고급식당과 팁, 치맥배달사업, 달러 암거래, 뇌물, 술과 접대, 아파트 분양과 투기, 치맛바람과 과외, 성과 섹스, 돈 버는 의사' 등 되돌리기 어렵도록 자본주의가 확장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TV에서 이런 단편들을 전하기도 했지만 책은 비교 불가의 넓은 범위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심지어 북한 개방 시대가 되면 유망한 사업 아이템까지 정리했다. '당구장, 탁구장, 불고기, 미용실' 같은 '장사'부터 제조, 관광까지 개방되는 북한은 남한 사람들에게 '블루오션'이다. 그때를 대비해 '북한만의 비즈니스 문화'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 / 주성하 지음 / 북돋움 펴냄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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