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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사퇴부른 'A-WEB사태' 전말은

정치권으로 확전하나…한국당, 김용희 국감 증인신청 검토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8-09-29 09:00 송고 | 2018-09-29 12:07 최종수정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7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8.7.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7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8.7.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979년 '말단' 9급 공무원이 된 뒤 40여년 간 공직에 몸담은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장관급인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김대년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부른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태'는 조만간 정치권으로 불이 옮겨 붙어 확전될 모양새다.
◇ 김대년 "A-WEB 사태 위기 극복, 제가 사퇴하는 것밖엔"

사퇴의 변은 김대년 사무총장이 지난 27일 발표한 성명서에 담겼다. "A-WEB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제가 사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A-WEB 사태는 앞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이 국내 특정 업체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3월 김용희 사무총장을 수사의뢰했다.
A-WEB은 2013년 중앙선관위 주도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후발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한국의 선거관리기술을 전파하고 전자투표 장비 도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12월23일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대통령 선거에는 한국 기업인 M사의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TVS)이 사용될 예정인데, DR콩고 환경상 TVS 사용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한 DR콩고 시민단체 '프리덤 파이터'는 지난 달 16일 중앙선관위를 찾아, DR콩고 선거법상 전자선거 금지, 국민의 높은 문맹률 및 인터넷·스마트폰 등 IT기기 경험 부족, 열악한 전기 인프라 및 도로 사정, 열대 기후 환경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TVS는 선거결과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므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한국 기업의 또 다른 장비를 사용한 지난 이라크 선거에서 이미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다는 게 프리덤 파이터 측이 우려하는 바였다.

앞서 정부는 2016년 5월 심사에서 DR콩고의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이 2016년 말 임기가 끝났지만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고 17년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어 TVS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DR콩고 TVS 사업을 탈락시켰다.

이후 김용희 사무총장은 지난 해 8월 카빌라 대통령 등을 상대로 M사가 TVS 장비를 시연하도록 하는 등 지원했고, M사는 TVS 10만6000대(약 1700억원)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김대년 사무총장은 성명서에서 "A-WEB은 설립취지와는 다르게 수차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특정업체의 선거장비 수출에 치우친 독선적 운영을 계속했다"며 "급기야 외교분쟁으로 인한 국가위신 추락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왔으며, 현재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WEB의 보조금 사업을 지도·감독할 위치에 있는 중앙선관위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면서 "따라서 더 늦기 전에 A-WEB 사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장고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김용희 A-WEB 사무총장. 2016.6.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김용희 A-WEB 사무총장. 2016.6.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김용희 "무혐의 확신…국감 앞 사표내는 기관장 어디있나"

하지만 김용희 사무총장의 주장은 다르다. 본인의 사퇴를 촉구한 김대년 사무총장을 향해, 조만간 본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오히려 중앙선관위 간부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희 사무총장은 전날(28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혐의를) 어느 하나도 인정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본인에 대해 이뤄진 중앙선관위의 감사를 '표적감사'라고 규정했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처음으로 감사에 착수한 게 엘살바도르의 일명 '지라시'를 통한 것이었다면서, 중앙선관위 감사의 신뢰성을 의심했다.

김용희 사무총장은 또 DR콩고 대선에 도입되는 TVS는 환경상 문제가 없다며 일각의 우려들을 반박했다.  

△전자투표 후 종이투표용지 즉시 인쇄를 통한 투명성 확보 △단말기 부착을 통한 원활한 통신 △60%의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은 문맹률 불식 △장기집권이 우려된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의 불출마 선언 △이라크 선거 최종 재검표 결과 일치 결과 등을 열거했다.

김대년 사무총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직을 던졌지만, 김용희 사무총장은 이 또한 석연치 않게 봤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임기는 관례상 2년으로, 2016년 11월20일 임명일 기준 임기가 채 2달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용희 사무총장은 "2주 뒤쯤에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고, 곧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저에 대한 무리한 감사를 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기 싫어서 미리 직을 내던진 것으로 보인다. 국감을 앞두고 사표 내는 기관장이 어디있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김대년 사무총장이 A-WEB 사태를 '김용희 사무총장의 개인적 일탈'로 확신하며 사무총장직 사퇴를 요청한 데 대해, 무혐의를 확신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A-WEB의 명예를 회복하고 제도적으로 정상화시킨 다음에 바로 사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9.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인재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9.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한국당, 김용희 증인 신청 검토…국정감사로 확전하나

결국 검찰조사 결과가 나와야 A-WEB 사태의 보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A-WEB 사태는 조만간 정치권으로도 확전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기관인 중앙선관위의 국정감사 때 김용희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위 증인 채택은 다음 주 전체회의를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야 협의를 거쳐 김용희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 채택이 이뤄진다면 A-WEB 사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몫 행안위 간사인 권은희 의원도 통화에서 "김대년 사무총장과 김용희 사무총장 사이에서 A-WEB 사태와 관련해 서로 다른 입장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의원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용희 사무총장은 한국당의 증인 채택 움직임에 "내가 못나갈 게 있겠나"라는 입장이다. 김대년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직을 사퇴함으로써 기관증인으로서의 국정감사 출석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전체위원회의를 거쳐 김대년 사무총장의 후임을 결정하게 된다. 통상 사무차장(차관급)이 사무총장으로 진급해왔다. 현재는 박영수 사무차장이 있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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