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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임팩트 아쉬움無" 조승우, '명당'의 박지성 자처한 이유(종합)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8-09-25 09:00 송고 | 2018-09-25 09:26 최종수정
메가박스 플러스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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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승우는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미드필더 박지성에, 지성의 역할을 공격수 손흥민에 각각 비유했다. '명당'의 가장 큰 갈등 구조를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 분)과 조선의 왕권을 흔드는 세도가 장동 김씨의 김좌근(백윤식 분)이 팽팽하게 이루게 되면서, 조승우가 연기한 천재 지관 박재상의 임팩트는 후반부로 갈수록 일견 희미해졌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조승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런 부분을 알고 시작해서 아쉽지는 않다"는 말을 담담하게 꺼내놨다. 그리고는 "뒤로 갈 수록 (임팩트가) 없어진다고 하기 보다 묵묵해진다고 볼 수 있겠다"면서 "어찌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딱히 보여줄 것이 없는 역할임에도 박재상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순수함 그 하나만으로 가보자고 했다"고 '명당' 출연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해 7월 호평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이후 조승우의 연기 색깔도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그는 뮤지컬 무대 위에서 강렬하고도 극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로 기억됐다면, 감정 과잉 없이도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성공시켰다. 조승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명당'이 '비밀의 숲' 이후 또 한 번의 도전작자, 연이은 성공작으로 남게 된 이유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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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승우와 일문일답.

- 추석 극장가 빅4 주자로 나선 소감은.

▶ 영화가 개봉할 때 쯤이면 항상 부담스럽다. 흥행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놓은 다음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웃음)

- '명당'의 천재 지관 박재상 역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 어떻게 보면 박재상은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다. 흥선과 세도가인 장동 김씨 사이에서 축을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다. 감독님이 처음 제안을 주실 때도 박재상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축구에 비유하면 지성 형은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는 손흥민이고 저는 공격과 수비를 왔다갔다 하는 박지성, 기성용 같은 역할이 아닐까 한다. 박재상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반면 흥선은 뒤로 가면 갈수록 시니컬해지고 반전도 있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대비된는 점이 있다고 봤다.

- '명당'에서 흥선과 장동 김씨가 대립을 한다. 그 사이 박재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여지길 바랐는지.

▶ 길잡이가 돼줄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했다. 세도 정치를 하는 장동 김씨와 점차 욕망을 드러내는 흥선 중 결과적으로 순수하게 남아 있는 인물은 박재상 뿐이었다. 구용식(유재명 분)이 오랜만에 박재상을 찾아와 '자네가 가진 능력과 내가 가진 말재주로 돈을 함께 벌어보자'고 한다. 모든 인물들이 각자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순수한 사람이었던 셈이다. 티 없이 깨끗한 사람 한 명이라는 그 점에 끌렸다. 어찌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딱히 보여줄 것이 없는 역할임에도 순수함 그 하나만으로 가보자고 했다.

- 박재상과 닮은 부분이 있는지.

▶ 없다. (웃음) 나는 때가 많이 묻었다. 이렇게 박재상처럼 순수하게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관객들은 박재상 같은 캐릭터를 원하지 않는다. 연기적으로 부각이 되고 시니컬하고 반전이 있는 역할이나 악역 아닌 악역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극 중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가는 역할이 선호되는 경우도 많고 그런 것들이 추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재상 같은 역할도 나름의 매력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 박재상은 감정 과잉이 없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도 같다. '비밀의 숲'에서 감정을 잃은 황시목 검사 역할도 호평을 받았던 바 있다. 뮤지컬 무대와는 달라진 연기가 돋보이는데.

▶ 지난해 '비밀의 숲' 하기 전에 뮤지컬을 진짜 많이 했다.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등 기념 공연을 연달아서 했다. 초연 때부터 다 참여했던 작품이라 거절할 수가 없는 일정이었다. 그 작품들을 약 2년에 걸쳐서 소화하다 보니까 무대에서 하는 연기라는 특성 때문에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을 해야 했고 감정을 더 드러내야 했다. 내가 과하게 감정을 소비하고 있구나 싶던 차에 '비밀의 숲'을 만났다. '비밀의 숲'이 들어오기 전에도 감정의 끝을 달리는 역할의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었다. 그런 건 이제 못 보겠더라. 비슷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던 가운데 '비밀의 숲'이 새롭게 다가왔다. 검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시스템 문제를 다루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건을 풀어가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감정을 뿜어내기에 바빴던 내가 너무 재미있었다.

- '명당'에서 흥선 역할 제의가 들어왔다면.

▶ 흥선 역할은 내가 생각해도 내가 못할 것 같다 싶었다. 결국 지성 형은 대단하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내가 연기했다면 그렇게 다채롭게 못했을 것 같다. 아마 찍다가 지쳤을 수도 있다.

- 지성과 연기해본 소감은.

▶ 언론에서 연기 대결이라고 하는데 그 대결이라는 말이 웃기기도 하다. 연기는 호흡하는 것이고 앙상블을 맞춰가며 하는 거다. '내가 더 잘 해야지, 내가 더 멋있네'라며 연기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모든 배우와 합이 다 잘 맞았던 것 같다. 지성 형은 예전부터 TV로 본 배우다. 같이 연기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을 했을 때 보영이 누나 때문에 알게 됐다. 보영이 누나가 지성 형과 영상통화할 때 옆에 껴서 인사했다. (웃음) 누나와 형과 동네도 비슷해서 맥주도 마신 적이 있다. 형은 한결 같이 내게 좋은 말만 해줬다. 칭찬만 해주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다. (웃음) 형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 게 뭐냐면 정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하더라.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 쏟아서 연기하는데 지치지도 않더라. 같이 작업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책임감과 절박함이 있는 것 같다.

- 영화를 전면에서 이끌지만 튀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을 것도 같다. 임팩트에 있어 고민한 부분은 없는지.

▶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았다. (웃음) 물론 메인 타이틀에 내 이름이 가장 먼저 걸리긴 했지만 영화가 중후반이 넘어가면서는 흥선과 장동 김씨가 팽팽하게 붙어야 클라이맥스로 갈 수 있었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 싶더라. 싸움도 못하는 캐릭터이고 멀리서 지켜보면서 둘 사이를 말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 점에 있어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물론 아직까지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요즘 추세가 2시간의 러닝타임 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얼마나 부각시키는가인 것 같은데 뒤로 갈 수록 (임팩트가) 없어진다고 하기 보다 묵묵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부분을 알고 시작해서 아쉽지는 않다. 언론시사회 전 여러 버전을 다 봤는데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시나리오 보다 만들어진 영화가 몇 배는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나왔다고 본다.

- 박재상에게 있어 노역 분장이 반전이었다.

▶ 처음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몇 십년이 흐른 뒤 모습을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부담스럽지 않게 보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당시 접근했던 마인드로 가자했다. 그래도 위안이 됐던 것은 유재명 형이 같이 한다는 점이었다. 형도 같이 하니까 덜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웃음)

- '명당' 속 풍수지리 중 솔깃했던 것이 있었나. 

▶ 박재상이 시장 상인들에게 시장을 살리기 위해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방앗간을 초입으로 옮겨 시장을 지나가고 싶게끔 만들고 화려해 보이는 비단 가게도 앞으로 옮기라고 하는데 너무나 당연한 말이 아닌가. 박재상의 영험한 촉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웃음)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기는 그렇고 상식적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기본이 뭐냐고 묻는 것 같다. 망할 곳은 누가 봐도 망한다. 기본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이 중요한 것 같다. 

- '명당'을 찍은 후 풍수지리에 관심이 생기던가. 

▶ 전혀 아니다. (웃음) 출연 전에도 잘 몰랐지만 영화를 찍은 후에도 관심은 안 생기더라. 영화 '타짜' 때도 그랬던 것 같다. 화투장을 볼 줄 몰라서 최동훈 감독님이 나를 엄청 답답해 했다. 사실 손이 무뎌서 게임도, 놀이도 못한다.


aluem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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