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진1장 믿고 한국 온 난민여성의 삶…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방글라데시 불교 탄압과정서 엘리트 여대생 '강간·살인' 위협 피해 난민 신청
난민 4명 직접 출연…10월5일 서울 콘텐츠문화광장서 공연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8-09-26 09:01 송고 | 2018-09-30 10:50 최종수정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방글라데시 난민여성 제니는 사진 1장만 믿고서 한국으로 도망쳤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한 엘리트였지만 불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줌머족이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무슬림의 종교탄압 과정에서 강간과 생명의 위협에 늘 시달려야 했다.
제니를 비롯해 난민 4명은 주말마다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를 연습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혜화동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연습실에 모이고 있다. 윤성은 더무브 예술감독이 안무한 이 작품은 한국에 정착한 난민들이 직접 출연하며 이들의 실제 삶과 한국에서의 희망을 엮어서 춤 언어로 풀어냈다.

윤성은 예술감독은 지난 22일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연습실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는 모두 태초부터 난민일지 모른다"며 "난민 문제는 오늘날 국제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하고 복잡한 이슈"라고 말했다.

난민여성 제니는 한국에서 사진 속 동족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윤성은 예술감독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한국에 온 제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구한말인 1905년부터 인천항을 떠나 멕시코 유카탄반도로 떠난 재외한인들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고 말했다.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윤 감독은 "많은 여성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라는 어지러운 시절에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부유하게 살고 있다는 한인 청년과 결혼하기 위해 배에 올라탔다"며 "난민을 주제로 재외한인들이 겪은 척박한 삶을 풀어낼 수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한국에 온 난민들에게 던지는 차가운 시선을 녹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한 국가"이며 "우리 곁에는 의외로 많은 난민들이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난민 문제는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인권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며 "'부유하는 이들의 시'가 이런 노력의 하나이길 바란다"고도 했다.

또다른 난민인 니키는 9개월 된 딸 아이의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이 사용하는 활을 제작하는 노동자다. 경기 김포에 사는 니키는 "'부유하는 이들의 시'를 연습하러 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니키가 부르는 줌머족의 민요 '갈매기'가 절창이다. 구슬픈 곡조의 이 노래는 갈매기로 환생한 남자가 동족이 흩어져 사는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안녕을 묻는 가사가 담겨 있다.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올해 일우사진상 수상자이자 '난민 사진가'로 알려진 성남훈 작가도 이번 작품에 참여한다. 성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이 무용수의 춤과 어우러진다. 무대에 등장하는 소품인 작은 전구는 성 작가가 찍은 난민 사진 속에 실제로 등장한 전구다.

윤성은 예술감독은 "작은 전구는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열차 안에서 난민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것"이라며 "이번 작품에서 이 작은 전구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빛의 의미로 쓰였다"고 밝혔다.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는 오는 10월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콘텐츠문화광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난민'을 주제로 한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참가작 중 하나다. 26개국 60개 단체의 53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시댄스는 다음달 1~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다.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무용 '부유하는 이들의 시' 연습현장© News1


윤성은 더무브 예술감독© News1
윤성은 더무브 예술감독© News1



a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