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주윤발·장국영 홍콩 단골집은

아재가 돼서 떠난 홍콩여행 ① 현지 맛집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18-09-21 08:00 송고 | 2018-09-21 10:17 최종수정
카오룽 시티에 주윤발 단골집으로 알려진 팀초이키. 이하 홍콩관광청 제공
카오룽 시티에 주윤발 단골집으로 알려진 팀초이키. 이하 홍콩관광청 제공

80년대와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라면 누구나 홍콩 누아르 영화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그 시절 영화 속 영웅본색의 주윤발과 장국영 등은 대한민국 소년들의 영웅이었다. 

어릴 적 선망의 대상이던 홍콩 배우들이 그립다면 그들의 단골집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여전히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식도락가로도 유명한 주윤발은 주로 카오룽(구룡)반도의 카오룽 시티(Kowloon City)로 찾아간다. 

카오룽 시티는 1998년까지 옛 홍콩 국제 공항이 있던 곳이었다. 도심 한가운데 공항이 있다보니 신선한 식자재와 맛있고 저렴한 식당들이 곧잘 발견되곤 했다. 

팀초이키에선 주로 완탕, 콘지 등 홍콩 서민 음식을 판매한다. 
팀초이키에선 주로 완탕, 콘지 등 홍콩 서민 음식을 판매한다. 

◇주윤발이 사랑하는 콘지 식당
주윤발의 단골집 중 하나인 팀초이키(Tim Choi Kee)는 카오룽 시티에 자리해 있다. 1948년 처음 문을 연 후 3대를 거쳐 운영되고 있는 식당이다. 완탕, 콘지, 장펀, 포크찹 등 홍콩 서민 음식을 대표하는 메뉴들이 다채롭다.

그중 주윤발이 즐겨 먹는 요리는 '뎅짜이 콘지'와 '야오티우 장펀'이다. 뎅짜이 콘지는 '어부들의 죽'이라는 별명이 붙은 요리인데, 돼지껍데기와 오징어, 쇠고기, 땅콩 등을 넣어 죽으로 끓인다. 팀초이키의 콘지는 다른 식당들과 달리 새벽 3시부터 6시 반까지 푹 끓여내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고 풍미가 진하다.

야오티우 장펀은 튀김 과자를 쌀 전병으로 돌돌 만 후 간장을 뿌려 먹는 일종의 딤섬이다. 과자의 바삭바삭한 식감과 전병의 부드러운 감촉이 근사하게 어울린다.

홍콩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하고 저렴한 메뉴들이지만, 즉석 음식을 절대 쓰지 않고 옛 조리법을 고집스럽게 고수한 덕분에 홍콩 식도락가들이 먼곳에서도 찾아오는 식당이 됐다.
 
서웡펀 매장 앞모습
서웡펀 매장 앞모습

◇"뱀탕도 있어요"…120년 역사의 보양식 식당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변, 소호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 서웡펀(Ser Wong Fun)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895년 중국에서 처음 문을 연 후 1940년대 홍콩 센트럴로 옮겨온 서웡펀의 대표 요리는 바로 뱀탕이다.

뱀탕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 인기 높은 전통 보양식이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겨울의 으슬으슬한 추위를 버티기 위해 뱀탕을 먹었다. 뱀뼈와 닭뼈, 돼지뼈를 24시간 동안 고은 수프에 신선한 뱀 고기와 진피, 생강을 넣어 끓여낸다.

호옹사람들은 겨울의 추위를 버티기 위해 뱀탕을 즐겨 먹는다

뱀 고기는 중국 절강성의 양식장에서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들여온다. 모험적인 보양식에 큰 흥미가 없다 해도 서웡펀은 한 번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이다. 9년째 미슐랭 빕 구르망 맛집으로 선정될 정도로 요리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

파인애플 소스의 탕수육, 오리 덮밥, 진피와 향초로 끓여낸 녹두죽 등 맛있는 홍콩 전통 메뉴들이 다채롭다.  

홍콩 재벌에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폭람문
홍콩 재벌에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폭람문

◇신사처럼 즐기는 호사…홍콩 최고의 광둥식 식당

"그곳 음식을 좋아해요. 가격이 비싸서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요." 장국영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한 식당이 바로 푹람문(Fook Lam Moon)의 완차이 본점이다.

홍콩 사람들은 푹람문을 두고 '부자들의 카페테리아'라고 부른다. 1972년 오픈한 이래 고위 정치인과 홍콩의 재벌들, 최고의 연예인들이 즐겨 찾아온 식당이기 때문이다.

광둥 가정식의 진수를 선보인다.
광둥 가정식의 진수를 선보인다.

롤스로이스부터 마세라티까지 고가의 자동차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셀러브리티들의 근황을 담으려는 파파라치도 종종 출몰할 정도다. 그러나 가격이 높을까 봐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메뉴를 제법 찾아볼 수 있고, 점심의 딤섬 런치 메뉴도 여행자가 감당할 만한 가격이다.

푹람문에선 광둥 가정식의 전통을 고수하며 아주 훌륭한 요리를 낸다. 새콤하게 버무린 목이버섯, 입안에서 살살 녹은 '푹람문스 페이머스 크리스피 치킨', 달콤한 차슈 바비큐 등의 섬세한 풍미는 잊기 힘들 정도다.

화려한 재료들 사이 얼핏 소박해 보이는 새우 돼지고기 볶음밥도 반드시 주문하자. 고슬고슬한 식감과 입안 가득 번지는 고소한 풍미가 그저 맛있다.


seulbi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