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경.(제공=현대산업개발)© News1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6월 6억원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최근 8억원에 근접했어요. 입주시기가 다가올수록 전세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모양입니다. 더 싸게 전셋집을 구하려던 사람들이 때를 놓쳐 후회를 많이 합니다." (송파구 A공인중개 대표)

올해 서울 송파구 전세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가락동 '헬리오시티'.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약 1만가구 규모의 초대형단지로 입주 시기 전후로 일대 전세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일각에선 역전세난까지도 내다봤다. 하지만 기우였을까. 입주 3개월을 앞둔 현재 송파구를 비롯해 일대 전세시장은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수요와 9호선 3단계 연장선 등 호재가 더해져 쏟아지는 물량이 충분히 소화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송파구 전세가격은 7월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고 그 폭도 점차 확대됐다. 9월 첫째 주 0.05%를 기록하며 약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송파구 전세시장은 역전세난 우려까지 있었다.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가 12월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물량이 쏟아져 일대 전세시장을 충격에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 올해 초부터 6월까지 송파구 전세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감정원에 따르면 송파구 전셋값은 2월부터 23주 연속 하락했다. 떨어지는 전셋값에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은 일찌감치 시장에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입주 9개월 전인 지난 3월에 벌써 60건의 전세매물이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와 있었다. 일반적인 새 아파트보다 4개월 이상 먼저 전세물량이 쏟아져 나온 셈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소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허경 기자

하지만 강남권 매매가격이 꿈틀거리면서 송파구 전셋값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세가격이 더 떨어질 줄 알고 느긋하게 기다리던 수요자들은 당황했고 일찌감치 계약한 세입자들은 안도했다.

헬리오시티 전세를 알아보던 한 세입자는 "5월에 봤을 때 34평(전용 84㎡)이 6억원대 아래 매물도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가 힘들다"며 "그때 계약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세가격은 호가 기준으로 8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올라온 전세 실거래가(6억원)보다 2억원 더 오른 셈이다.

헬리오시티뿐 아니라 잠실 엘스 등 수요가 탄탄한 송파구 주요 아파트 전세가격 모두 상승세다. 잠실 엘스 전용 84㎡는 9월 초 8억7000만원에 거래돼 지난달보다 많게는 7000만원까지 올랐다. 리센츠 역시 7월 8억8000만원에서 최근 9억5000만원으로 전셋값이 껑충 뛰었다.

잠실역 인근 C공인중개 관계자는 "불과 몇 달 새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여름 전에는 전세가 나가질 않아 집주인들이 몇천만원씩 전셋값을 낮췄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올리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는 애초 전망과 달리 헬리오시티의 전세매물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되고 있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두고 수백 수천 건의 매물이 나오지만, 송파구 내 재건축 아파트의 이주수요 등으로 모두 흡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미성·크로바아파트(1300여 가구), 진주아파트(1500여 가구) 등 2800여가구 규모의 재건축 단지가 이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송파 역시 강남권으로 교육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기본적으로 수요가 탄탄하다"며 "여기에 연말부터 종합운동장에서 보훈병원을 잇는 9호선 3단계 연장선이 본격적으로 운행해 수요가 더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물량이 워낙 많아 전셋값이 급등하기는 어렵겠지만 (입주가 끝나면) 일대 매매가 상승에 따른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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