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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법' 생기나? 기로에 선 체육계 병역특례 제도

2013년 불발된 포인트제 도입론 재부상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스1) 정명의 기자 | 2018-09-04 15:21 송고 | 2018-09-04 22:48 최종수정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 오지환 등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2018.8.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 오지환 등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2018.8.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오지환법'이 만들어질 분위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눈물과 땀의 스토리가 우선 주목받아야 마땅한 45억 아시아인들의 축제인 아시안게임.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인기 스포츠의 양대 축, 야구와 축구에서 그 주인공이 나왔다.
야구와 축구 모두 예선서 1패를 당한 위기를 딛고 결승까지 올라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두 종목을 향한 여론은 극과 극이다. 야구는 병역혜택에 무임승차한 선수가 있다는 극심한 비난에 시달렸고, 축구에서는 '월드스타' 손흥민의 군 면제가 박수를 받았다.

야구 대표팀이 받고 있는 비난의 중심은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지난 6월 선동열 감독이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지환의 국가대표 자격으로 시작된 논란은 병역특례 제도가 갖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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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이 과도한 비난에 시달리는 부분도 있다. 오지환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현역으로 군입대를 해야 하는 처지였다. 오지환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도전한 것이었지만 이는 '병역기피자'라는 낙인으로 돌아왔다.

오지환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제도를 이용한 오지환이 비난의 화살을 모두 뒤집어쓰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대표팀에 함께 포함된 박해민도 오지환과 같은 처지인데다 심지어 빠른 연생으로 오지환보다 실질적으로 한 살이 많다. 4년 전 나지완도 부상을 숨기고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로 군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번 오지환만큼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끝난 지 한참 지난 시점에서도 오지환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오지환을 입대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이같이 여론이 들끓자 병무청도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구 감소 추세 속에 병역 자원 확보에 골머리를 앓던 병무청 입장에서는 이번 논란을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할 계기로 볼 수 있다.

한국 체육 전반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의 수장인 이기흥 회장은 지난 2일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아시안게임보다 더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에는 병역 혜택이 없다. 세계선수권까지 포함, 마일리지를 쌓아 일정한 기준에 도달할 때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흥 회장이 사견임을 전제로 한 말이지만, 이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이 회장이 제시한 방안은 지난 2013년 병무청이 추진하다 무산된 것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24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망군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오지환이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26일 대만과의 조별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8.8.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4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망군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오지환이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26일 대만과의 조별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8.8.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역설적으로 2013년 병무청이 추전했던 병역 포인트제는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병무청은 국제대회 한 번의 메달로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포인트를 쌓아 오랜 기간 대표팀에 헌신한 선수에게 혜택을 주자고 제도 개편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체육계는 그럴 경우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상당 부분 약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올림픽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 시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현행 제도가 유지됐다. 이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을 비롯해 크고 작은 논란이 계속됐다. 쌓이고 쌓였던 것이 이번 '선동열호'를 향해 폭발한 셈이다.

현재 여론을 놓고 보면 병역특례 제도에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야구 대표팀의 오지환으로 촉발한 문제 제기가 체육계에 큰 변화로 이어질 분위기다. 현행 제도로는 논란이 끊임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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