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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쌍둥이 1등' 수사의뢰…교사 아빠, 시험지 단독결재(종합2보)

서울시교육청 강남 A여고 특별감사 결과 발표
자녀 시험 관여 못하는데도 모든 시험 결재·검토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8-08-29 16:06 송고
서울시교육청 이민종 감사관(오른쪽)과 중등교육과 강연흥 과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S고등학교 교무부장 자녀의 학업성적 관리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8.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시교육청 이민종 감사관(오른쪽)과 중등교육과 강연흥 과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S고등학교 교무부장 자녀의 학업성적 관리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18.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쌍둥이 딸의 전교 1등 석권으로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았던 서울 강남 A여고 교무부장이 자매가 입학 후 치른 모든 시험의 문제지·정답지를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매가 전교 1등 성적을 낸 2학년 1학기 시험에서는 고사 담당교사 없이 시험지·정답지를 단독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 강남 A여고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A여고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 성적이 단기간에 급상승하고 급기야 전교 1등까지 석권한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학교현장에서 논란이 되자 지난 16~22일 특별감사를 벌였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교무부장은 자녀가 치른 2017년도 1학년 1·2학기 중간·기말고사와 2018년도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등 총 6차례 정기시험에 대한 검토·결재를 모두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고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은 학교 내 교원 자녀 재학 시 부모 교원은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업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장·교감은 교무부장의 자녀가 재학 중인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교무부장을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이 학교 전 교감도 재직 시 자녀가 학교에 다녔는데도 시험·출제관리 업무를 하는 등 앞선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무부장은 쌍둥이 딸의 학교 입학 당시 교감에게 교무부장직 수행 가능 여부도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교무부장은 자매가 전교 1등을 석권한 2학년 1학기 시험을 포함해 2~3차례 고사 담당교사 없이 정기시험을 단독결재했다. 고사 담당교사가 수업을 하는 동안 결재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업시간을 감안하면 교무부장 혼자 시험문제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은 최장 50분으로 추정된다.

그는 논란이 증폭됐던 당시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해명글을 통해 "시험지 결재는 다른 교사들도 있는 열린 교무실에서 했고 그 과정에서 약 1분 정도 형식적인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매가 6차례 시험을 치르는 동안 출제오류로 정답이 바뀐 문제에 정정 전 정답을 적은 건 총 9번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이 학교에서 정답이 정정된 문제는 총 11개다. 정정 전 정답을 적은 횟수는 그동안 온라인 상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의 주요 근거로 활용돼왔다.

이 가운데 자매가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은 건 1학년 2학기 때 수학시험 객관식 문항에서 1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문항의 최종 오답률은 70.5%로 높고 오답자 대부분이 정정 전 정답을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2학년 진학 후 쌍둥이 중 문과생이 정정 전 정답을 적은 건 3차례 있었다. 이과생은 총 5차례 정정 전 정답을 써서 냈다. 이 과정에서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화학과목 서술형 문항이 교사 실수로 정답이 정정된 사례를 확인했는데 이과생은 정정 전 정답과 상당히 유사한 답을 써낸 사실도 드러났다.

일부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도 공개됐다. 자매들의 성적 평균이 2등과 무려 7점 이상 차이난다는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7점 이상 차이 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일반적으로 (강남지역 고교에서) 성적으로 줄을 세우면 1등부터 10등까지 도토리 키재기인데 A여고 자매는 2등과 점수차가 7점 이상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나긴 난다"고 말했다.

자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미응시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두 학생은 모든 수능 모의평가에 응시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인해 학사일정이 꼬이면서 이 학교가 11월 모의평가를 치르지 않은 적이 있는데 이게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의 모의평가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감사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에 평가관리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교무부장·교장·교감에 대해 중징계(정직)를, 고사 담당교사는 경징계(견책)를 요구키로 했다. 또 교무부장이 자녀에게 시험지를 유출했을 개연성은 있지만 감사로는 확인할 수 없어 경찰에 수사의뢰키로 했다. 수사의뢰서는 3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감사결과와 함께 정기고사 비리예방과 학생배정 개선대책도 내놨다. 9월에는 관내 모든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지 보안관리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교직원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를 대상으로 학업성적관리 상황 집중관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학업성적관리지침을 개정해 출제·검토·결재·인쇄 등 시험 전 과정에 학생 중 친인척이 있는 교사를 배제키로 했다.

부모가 교사인 학생이 고교지망 시 다른 학교 배정을 신청하도록 적극 안내하고 '교직원 자녀 분리 전보·배정 신청 특별기간'도 운영할 예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으로 학업성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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