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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내리막에서 영웅으로, 배에 힘주고 싸울 박항서 감독

한국과 베트남, 29일 오후 6시 남자축구 4강 격돌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8-29 10:27 송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에 출전하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트남은 29일 이곳에서 대한민국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2018.8.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에 출전하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트남은 29일 이곳에서 대한민국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2018.8.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18년 8월 현재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02위다. 축구를 잘하는 나라라고 볼 수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들로만 비교대상을 한정시켜도 17위에 그친다. 아시아 내에서도 그리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정상권이나 대회 입상은 무리고 상위권도 벅찬 게 베트남 축구였다. '였다'라는 과거형을 쓴 것은 적어도 지금은 무언가 다른 까닭이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적잖은 규모의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놀라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들의 현재 위치는 무려 4강. 아무리 A대표팀 간 대회가 아니라 U-23 대표팀의 무대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연령별 대표팀인 것은 사실이나 U-23 대표팀은 U-17이나 U-20과는 레벨이 다르다. 이미 프로에 데뷔한 이들이 스쿼드에 포진돼 있고 한국의 이승우나 황희찬처럼 유럽에 진출해 있는 이들도 있다. 축구판에서 스물셋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게다 아시안게임은 '와일드카드'라는 특별한 능력의 오버에이지 선수가 가세하는 대회다.

이런 대회에서 베트남이 4강에 올랐으니 '이변'을 넘어 '기적'이라는 단어까지 나오는 것이고 당연히 그들의 변화를 도모한 박항서 감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베트남 국민적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이 그의 제자들과 함께 또 한 번 도전에 나선다. 결승 길목에서 박항서 감독 앞에 놓인 산은 대한민국. 판이 잘 깔렸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준결승을 치른다. 16강에서 이란,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잇따라 제압하고 4강에 오른 한국이 만날 다음 상대가 공교롭게도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의 베트남이다.
대회 개막전, 어쩌면 한국과 베트남이 만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었으나 그 무대가 4강이 될 것이라 전망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게 덜미를 잡혀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해 가시밭길을 통과했고 반대로 베트남은 조별리그 3연승을 포함, 승승장구를 거듭해 살아남았기에 가능한 조우다.

사실 베트남은 대진운도 좀 따랐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은 것은 제법 놀라운 일이지만 16강에서 바레인, 8강에서 시리아 등 토너먼트에 오른 팀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약체들만 만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우위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베트남으로서는 후회 없을 싸울 한판이기도 하다. 박항서 감독도 배에 힘을 줄 수 있는 환경이다.
27일 오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8강전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8.8.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7일 오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8강전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8.8.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냉정하게 말해 박항서 감독은 한국에서 내리막을 걷던 중이었다. 2015년 상주상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K리그에서 종적을 감췄고 다시 일선에 부임했던 것은 2016년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으면서다. 그렇게 그의 지도자 커리어는 하부리그에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때문에 박 감독이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을 이끈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안팎의 반응은 밋밋했다. 국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지 못했고 베트남 내에서도 "한국의 3부리그(내셔널리그)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 목소리가 적잖았다. 그런데 채 1년이 되지 않아 분위기는 완벽하게 바뀌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이미 그들을 향한 평가는 '기적'이었다. 눈보라 휘날리는 무대에서 아시아를 놀라게 했던 박항서의 베트남은 올 여름 자카르타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성과가 반복되면 기적이나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이미 영웅이다. 설마 한국에게, 그것도 4강에서 진다한들 비난할 베트남 국민들도 없을 것이다.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 선수들도 미련 없이 싸울 배경이 마련됐다. 한국으로서는 더더욱 경계해야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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