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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전에 언니 죽으면""죽지 않을게"…작별상봉 눈물바다

北 동생은 南 오빠에게 안겨 "아이고" 오열만
손편지, 사진 교환하며 마지막 흔적 남기기도

(금강산·서울=뉴스1) 공동취재단, 서재준 기자 | 2018-08-26 12:46 송고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날인 25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리선례(81)할머니가 남측 가족들을 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 오른쪽에 놓여진 편지는 남측 가족들이 할머니를 위해 쓴 것. 2018.8.25/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날인 25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리선례(81)할머니가 남측 가족들을 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 오른쪽에 놓여진 편지는 남측 가족들이 할머니를 위해 쓴 것. 2018.8.25/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26일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작별상봉에서 남북의 가족들은 2박 3일간의 짧은 재회를 뒤로 하고 헤어져야 하는 고통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작별상봉이 진행된 금강산 호텔 연회장은 시작과 동시에 눈물바다가 됐다.
북측의 언니 박영희씨(85)를 만난 남측의 박유희씨(83)는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라며 이내 눈물을 쏟았다. 


영희씨는 "통일이 되면..."이라고 동생을 달랬지만 유희씨는 "그전에 언니 죽으면 어떡해"라고 오열했다. 영희씨는 다시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라며 동생을 달래려 애썼다.


북측의 정선기씨(89)와 남측 정영기씨(84) 남매는 이번 상봉 기간 동안 어색함을 잘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시 이별이 눈앞에 다가온 마지막 상봉 시간이 되자 동생은 참았던 감정을 폭발한 듯 오빠 품에 안겨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선기씨는 동생의 쓰다듬으며 "오래비가 지혜롭지 못했다. 내가 죄를 지었다. 큰 죄를 지었어"라며 동생을 달랬다. 선기씨는 6.25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 명목으로 인민군에 차출된 뒤 소식이 끊겼다.


영기씨는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선기씨도 "내가 미안하다"며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북측의 동생 김점룡씨(87)를 만난 남측의 누나 김교남씨(91)는 남측에 모신 부모님 산소에 가는 길을 동생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며 "(만난 것을 알면) 엄마, 아버지가 좋아할 거야"라고 말했다.


점룡씨는 누나의 말에 "내가 가야 하는데...구정에 가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누나 역시 동생을 바라보며 "아이고..."라며 허공을 바라보기만 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날인 25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량차옥(82)할머니와 남측 자매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18.8.25/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둘째날인 25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량차옥(82)할머니와 남측 자매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18.8.25/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남측 최고령자인 강정옥씨(100)의 북측 동생 강정화씨(85)는 "언니가 사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좋다"면서도 울먹임을 멈추지 못했다.


정화씨는 "너무 간단히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쉽고..."라며 "꼭 만나리라 생각하고 있어, 항상 크게 마음먹고, 꼭 다시 만나리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제각기 손편지와 즉석 사진을 교환하며 마지막일 될지도 모르는 가족들의 흔적을 남기기 바빴다. 


북측의 형 김인영씨(86·목원희에서 개명)를 만난 남측의 동생 목원선씨(85), 목원구씨(85) 형제는 작별상봉장에서 미리 써 온 편지를 형에게 전달했다.


편지에는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조카들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부디 행복하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북측의 리숙희씨(90)도 가장 그리웠던 남측의 사촌언니 이옥희씨(94)에게 줄 편지를 남측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옥희씨는 몸이 불편해 이번 상봉에 참여하지 못했다.


숙희씨는 편지에 "언니가 별세한 줄 알았는데 건강하게 있다니 반갑기 그지없구나. 친척들 안부를 다 듣고 보니 통일이 된 것만 같구나. 아무쪼록 몸 건강히 잘 있기를 바라며 통일된 그날까지 나도 살아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북측의 형 임기산씨(87)와 만난 남측의 동생 임홍근씨(81)는 작별상봉이 끝난 뒤 형이 타고 갈 버스 번호를 확인하며 마지막까지 형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싶어 했다. 


홍근씨가 "버스 몇 번이야"라고 물어보자 북측의 조카 임춘선씨(52)는 말없이 손가락 아홉 개를 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이날 남북의 가족들은 작별상봉과 중식을 함께 먹는다. 중식은 북측이 준비한 메뉴로 준차려져 오전 11시 30분께 식구들에게 제공됐다. 


오후 1시 모든 작별상봉 일정을 마친 남북의 가족들은 다시 생이별을 해야 한다.


북측의 가족들이 먼저 버스를 타고 금강산 호텔을 떠나면 남측의 가족들이 배웅한 뒤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을 떠날 예정이다.
 



seojib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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