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미투 이후 더 가혹한 현실…"언제까지 용기내야 합니까"

2차 피해 문제 심각…'고발자' 낙인도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2018-08-25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우리는 수 없이 용기를 내왔습니다.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사과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보호받지 못한 채 지속적인 2차피해에 노출됐습니다. 사회나 일상에서 배제된다는 두려움은 물론, 가해자 책임까지 전가받았어요. 우리가 언제까지 용기를 내야합니까."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사실 폭로로 '#미투(MeToo) 운동'이 촉발됐다. 이후 그간 문화예술계, 학계, 종교계, 정치권 등 사회 곳곳에서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않다. 미투운동이 시작된지 7개월여 지났지만 '고발자'라는 낙인과 계속되는 2차피해는 피해자들을 괴롭게 만든다.

◇ 2차피해 문제 심각…가해자 자살하면 "살인자다" 비난까지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가 사회 곳곳으로 번져나갔지만, 그와 함께 증언의 의도를 의심하고 신상정보를 유출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2차가해도 잇따랐다. 특히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피해자들은 "사람을 죽였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했다.
앞서 지난 3월 청주대에서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 조사를 받던 영화배우 조민기씨가 '학생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폭력 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모임은 "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피해자들은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의 대상이 됐다"며 "피해자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개인 SNS 메시지나 댓글로 '유가족에게 찾아가 빌어라' '넌 살인자다' '널 죽이겠다' 등의 비난을 들어야했다"고 밝혔다.

비공개 촬영회에서 노출 촬영 강요와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출사 미투'를 이끌어낸 유튜버 양예원씨도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42)가 북한강에 투신하면서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야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양씨의 SNS에 '살인마다' '사람을 죽여놓고 당당하다' '무고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 줄 아느냐' 등의 댓글을 달며 양씨를 비난했다.

◇ '미투고발자' 낙인…"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피해자 대부분은 미투 고발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었다. 피해자들은 미투 이후 조직 내 다른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성폭력 반대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모임에 따르면 피해학생들은 미투 폭로 이후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학교 내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으며, 재학생에 대한 죄의식에 불안증상을 토로했다. 이들은 "미투고발자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잘리는 일도 있었으며, 공황장애를 겪는 친구들도 있다"며 "왜 피해자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학교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한 시설공단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B씨는 입사 직후, 회식자리에서 상급자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사회적으로 미투가 확산되면서 용기를 얻은 B씨는 피해사실을 신고했으나, B씨에게 돌아온 것은 직장동료들의 외면이었다. 결국 B씨는 회사를 휴직해야했다.

B씨의 변호인은 "해당 사건을 진행하면서, 한 개인이 성범죄사건에서 피해사실 구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하는지 경험했다"며 "동료들은 피해를 알면서도 막상 경찰 조사에서는 잘 확인해주려하지 않았고, B씨와 상급자가 친했다는 진술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입사원이 상급자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회식에 자주 참석하고 친근하게 대했다는 이유로, 피해사실이 과소평가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피해자들에겐 아직도 가혹한 현실…대안은?

김영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미투 고발자도 중요하지만, 조력자도 더 많아져야 한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가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해 사회적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법적, 제도적으로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조직이 사회적 부담을 지도록 제도화 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차혜령 민변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 역시 "관행과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고 내버려두기에는 2차피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며 "조직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말은 해도 되고, 어떤 말은 해선 안되는지 지침을 만들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inssu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