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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형하고 총부리 마주했을까"…절절한 상봉 가족들

죽은줄 알았던 맏형 68년 만에 만나는 목원선씨 등
2차 상봉자 326명 오늘 금강산행…2박3일 일정 시작

(속초·서울=뉴스1) 공동취재단 , 양은하 기자 | 2018-08-24 06:00 송고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김춘식(87)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 김춘실(77)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김춘식(87)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 김춘실(77)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4형제 중 둘째인 목원선씨(85)는 68년 전 서울 성동구 중앙시장에 쌀을 사러갔다가 인민군에 끌려가 사라진 맏형 원희씨(86)가 여태 죽은줄로만 알았다. 

형과 함께 인민군에게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돌아왔다는 형 친구가 "미군 폭격을 받아 너희 형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68년간 죽은 줄 알았던 형이 먼저 남측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 나서면서, 목씨는 동생 원구씨(83)와 함께 24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형을 만나게 됐다. 

목씨는 "형이 전쟁 때 사망한 것으로 알고 그동안 형을 찾아보려고 하거나 이산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며 "살아있다고 그러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이 끌려가고 이듬해 18세 나이에 나도 군에 자원입대했다"며 "형도 전방에 보내졌을 텐데 그때 아마 형하고 총부리를 마주 잡았을지도 모른다"고 애통해했다. 
김향미씨(52·여)의 어머니는 피난길에 언니 신남섭씨(81·여)와 생이별했다. 당시 신씨 가족은 고향인 충청도 충주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따로 피난을 나섰는데 언니와 아버지는 다시 보지 못했다. 

김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외삼촌을 대신해 이날 북측 큰이모 신씨를 만날 예정이다. 김씨는 "어머니께서 2000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와 언니를 많이 그리워했다"며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모를 위한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그는 "어머니가 헤어질 당시 피난 가방에 이모의 졸업장, 상장 등을 갖고 있었다"며 "돌아가시기 전에, 혹시라도 나중에 만나면 전해달라 했는데 전할 수 있게 돼 뭉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이산가족들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이산가족들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뉴스통신취재단

송종호씨(85)는 1·4후퇴 때 헤어진 사촌동생 송창호씨(77)를 만난다. 그간 세차례 이산상봉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탈락했는데 이번엔 북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종호씨와 창호씨는 서울로 상경하기 전 충청북도 옥천에서 대가족으로 함께 살며 어린시절을 형제처럼 보낸 사이다.

그러다 창호씨의 아버지가 남한, 북한 따지지 않고 군인들을 먹이고 재워주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누군가의 신고로 위험에 처하자 도망치듯 북측으로 갔다고 한다.

종호씨 아들 영진씨(47)는 "아버지가 요즘 너무 좋아하신다"며 "평소에도 소주를 마시면서 창호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죽기전에 만나게 됐다고 울기도 한다"고 전했다.

종호씨는 어릴 적 창호씨와 함께 찍은 사진과, 삼촌(창호씨 아버지) 사진이 든 사진첩을 선물로 준비했다.

한편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회차 상봉 행사에 참여하는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 속초를 떠나 금강산으로 향한다.

2차 상봉에는 총 81가족이 참여하며 326명의 남측 이산가족들은 26일까지 2박3일간 총 12시간 동안 북측 가족들과 만난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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