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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음담패설 환영"…지인합성범죄 동영상까지 '진화'

성폭력 처벌 조항 없어…SNS 사업자는 '수수방관'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8-08-24 07: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사진과 지역, 이름, 나이를 제보해 주시면 글을 작성해 드립니다. 댓글로 음담패설 환영합니다."

'지인능욕 페이지'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7월 개설된 트위터 계정에 접속하자마자 볼 수 있는 '안내글'의 일부다.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사진을 삭제할 수도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합성을 요청한 '제보자'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일반인의 사진을 음란사진과 합성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지인능욕' 범죄가 처벌 조항의 미비와 SNS 제공 사업자의 방치 속에서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여성연예인들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하거나 변형해 은밀하게 소비되어 온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2012년 무렵부터 스마트폰과 SNS가 대중화되면서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까지 확대됐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 News1
트위터 화면 갈무리. © News1

지난 1월에는 한양대에 재학 중인 한 남학생이 지인들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성적 모욕을 자행해왔던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피해자는 한양대와 타 대학 학생까지 모두 16명에 이르렀다. 이 가해자는 음화제조·소지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6월에는 그룹 AOA의 멤버 설현(본명 김설현·23)의 합성사진을 SNS상에서 유포한 피의자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해당 유포자에게도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이처럼 음란물 합성 가해자들에게 적용되는 혐의가 천차만별인 것은 지인합성 범죄만을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성범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규정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체 사진을 직접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에만 적용할 수 있다.

이같은 음란물 합성범죄는 사진을 변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나 얼굴매핑(face mapping)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동영상을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한 음란물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한 음란사이트에 개설된 '딥페이크' 단독 카테고리에 게시된 합성음란물은 모두 265건에 달한다.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게시물의 조회수는 많게는 5만회 이상에 이르렀다. 해당 기술이 대중화될 경우 일반인을 겨냥한 합성영상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음란사이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를 통해 제작된 연예인 합성 음란물이 게시되어 있다. © News1
한 음란사이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를 통해 제작된 연예인 합성 음란물이 게시되어 있다. © News1

이처럼 날로 발전하는 지인합성 범죄가 관련 규정의 미비로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지인합성 의뢰 및 유포가 주로 이루어지는 각종 SNS의 제공 사업자들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피해는 잦아들지 않는 실정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디지털성범죄 아웃(DSO)'에 따르면 지난해 네티즌들이 삭제를 요청한 '지인합성' 계정 247개 중 삭제처리된 것은 28.7%(71개)에 불과했으며, 비공개 처리된 계정도 37.2%(92개)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34.0%(84개)는 여전히 제재를 받지 않았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계속해서 발달하는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성폭력에 대해 국회 등에서 좀더 발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지인합성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넣거나 관련 규정을 신설할 수 있겠지만 관련된 구체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가 성폭력처벌법을 통해 처벌받아야만 피해자들 또한 피해자로서 제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향으로 적용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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