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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노조원 집에 온 편지…"파업 참여하면 면직"

서울메트로9호선(주) '파업 불이익' 명시 서한 보내
노조 "사측, 정당한 쟁의 압박…법적 대응"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018-08-14 14:02 송고 | 2018-08-14 15:25 최종수정
서울메트로9호선(주)가 노조원 집으로 발송한 서한. © News1
서울메트로9호선(주)가 노조원 집으로 발송한 서한. © News1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를 운영하는 서울메트로9호선(주)이 노조원 집으로 파업에 참여하면 임금 삭감, 면직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협박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14일 서울메트로9호선(주)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인 13일 모든 노조원 집으로 용연상 사장 명의 서한을 보냈다. 파업 참여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상세히 적었다.
먼저 파업에 참여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파업 여파로 경영성과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게 되면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파업에 참여하면 1일 기준임금을 8만~14만원, 경영성과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2년 동안 성과급을 643만~1077만원 삭감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연속 7일 이상 무계결근하면 직권면직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면서 "열차운행에 차질을 빚게 돼 직원 및 가족, 시민 모두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우리 회사의 노사 문제를 두고 얼마나 많은 비난, 질책이 쏟아질지 심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한 노조원은 "아내가 서한을 보더니 걱정보다 먼저 화를 내더라"라며 "주변 노조원 가족들도 '기본이 안 된 회사'라며 답답해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지난 8일 이미 본부장과 차장 등 간부들이 노조원에게 준법투쟁과 파업으로 열차지연이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뒤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집으로 서한을 다시 발송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준법투쟁, 파업으로 열차지연이 발생하면 이런 불이익도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한 것뿐"이라며 "(파업이) 모든 시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직원들의 가족들도 상황을 인지하고 같이 순조롭게 극복해보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서한 외에도 회사가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9일 오전에는 한 열차에 관리자가 지도승무 명목으로 기관사와 동승해 운행시간 40여분 동안 안전문을 빨리 닫으라고 하는 등 운행 사항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압박했다고 밝혔다. 동승한 관리자는 기관사 경력도 없는 직원이다. 운행 내내 스트레스를 받은 이 기관사는 운행이 끝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져 119 구급대로 이송됐다.

노조와 진보정당,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9호선 안전과 공영화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이헌일 기자
노조와 진보정당,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9호선 안전과 공영화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이헌일 기자

이에 노조와 진보정당,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9호선 안전과 공영화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메트로9호선(주) 경영진은 하청회사 비정규직 노동자와 다를 것이 없는 노조를 마치 엄청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불법 세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며 "사측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원청인 서울시에 항의한다"고 밝혔다.

김시문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장은 "우리는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준법투쟁에 임하고 있다"며 "사측이 보낸 서한은 명백한 부당노동 행위다.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 9호선 직접 운영 △안전인력 충원 및 노동자 처우개선 △열차 증차 △성범죄 예방 위한 지하철보안관 증원 △역무원 최소 2인 이상 배치 △시설 안전점검 때 최소 2인 이상 배치를 요구했다. 더불어 '노동자 시민 안전 위한 9호선 파업 정당하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하고 인력 충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앞서 8일 준법투쟁에 돌입하며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올 6월부터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주요 쟁점인 임금인상률, 연봉제 폐지 및 호봉제 도입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파업을 의결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 24.8%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 2.6% 인상을 제시했다.

현재 지하철 9호선은 1단계 25개 역사는 서울9호선운영㈜, 2·3단계 13개 역사는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시가 경쟁입찰을 통해 향후 3년간 2·3단계 운영사로 공사를 선정했고, 공사는 올 11월27일까지 1년 기한으로 서울9호선운영㈜에 재위탁했다.

노조는 인력부족, 낮은 임금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한다. 9호선 2·3단계는 담당구간 1㎞당 운영인력이 18명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52명에 비해 1/3수준이고 9호선 1단계(1㎞당 25명)와 비교해도 70%를 약간 넘는 정도다. 또 임금은 비슷한 직급과 연차인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9호선 역사 기계설비 내부에 설치된 간이 샤워시설.(서울메트로9호선(주) 노조 제공) © News1



hone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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