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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원산지 확인하셨나요"…외국산에 속은 기분 나뿐?

인도네시아산 꼬마민어, 페루산 바닷장어 사용
대형마트 "가격 맞추려 어쩔 수 없이 외국산 써"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8-08-14 06:00 송고 | 2018-08-14 14:59 최종수정
고사리 민어탕 © News1
고사리 민어탕 © News1

# 지난 주말 이마트에서 장을 보던 김은아씨(38)는 말복을 앞두고 '고사리 민어탕'을 샀다. 1만원도 안 되는 착한 가격에 반했지만, 막상 집에서 포장을 자세히 들여다 본 후에는 실망감이 들었다. '여름 보양식 민어'라고 했지만, 실상은 인도네시아산 '꼬마민어'라는 유사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맛도 민어 본연의 맛보다는 양념 맛이 강했다. 김씨는 "양반 보양식이라고 하더니 외국산 냉동 짝퉁 민어로 맛만 흉내 냈다"며 "진짜 보양식이 맞느냐"고 토로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강을 위해 보양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도 각종 보양식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보양식 원산지가 '외국산'인 경우가 많아 꼼꼼한 확인해야 '속았다'는 허탈감을 덜 수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장어와 민어 등 해산물은 주로 외국산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여름 대표 '양반 보양식'이라며 민어 3종 세트를 내놨다. '전감용 민어살'과 '고사리 민어탕', '탕·구이용 민어필렛'으로 저렴한 가격에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마트는 "민어는 6~8월 산란기를 앞두고 몸집이 커지고 기름지는 등 맛이 좋아 조선시대부터 양반들이 보양식으로 즐겼다"며 "여름철 건강을 챙기는 '별미'로서 보양식을 다양하게 개발해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다만 민어는 국산 민어가 아니라 맛이 비슷한 인도네시아산 '꼬마민어'다. 이마트가 인도네시아에서 70톤 물량을 소싱해 판매가를 국내 자연산(냉동) 대비 25% 정도 낮췄다.

홈플러스가 대표 수산 보양식이라며 선보인 장어 요리도 대부분 인도네시아산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양념구이 민물장어'와 '소금구이 민물장어', '구이용 손질 바다장어' 판매에 나섰다.

기력보충을 내세워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민물장어의 원산지는 인도네시아, 바닷장어는 페루산이다. 롯데마트에서 보양식재료라고 파는 '낙지' 역시 중국산이 주를 이룬다.

단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과 '전복' 등은 주로 국내산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등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국산을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국내산을 사용하면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을 느낀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제품의 경우 외국산을 사용했다"며 "국내산으로 맞추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보다 2~3배 비싸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들이 외국산을 사용한 자체상표(PB) 보양식을 내놓으면서 화려한 수사(修辭)를 앞세워 교묘하게 소비자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을 앞세운 문구로 국내 보양식인 것인 양 소비자를 현혹하고, 외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해볼 만큼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산지 표기 기준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확대하는 양심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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