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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국장 면세점 허용 가닥…국민편의 '증대' 업계는 '요동'

(종합)문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도입 주문"…면세점 시장 지형 바뀌나
중소·중견면세점 "적극 환영", 대기업 "결국 제로섬 게임" 엇갈린 반응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8-08-13 18:08 송고 | 2018-08-17 19:45 최종수정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출국장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 News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출국장 면세구역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관계부처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하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입국장 면세점이 허용되면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면세품을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문 대통령 주문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 급물살 탈듯

입지 여건상 입국장 면세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소·중견 기업들 위주로 입찰이 진행되는데다, 시내면세점과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입국장 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01년 개항 이듬해부터 부지를 비워놓고 17년째 설치를 시도해왔다. 또 전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에서 이미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유난히 뒤늦게 허용하는 분위기로 전환된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통해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많다"며 "중견·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여행기간 내내 휴대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은 해외여행 국민들의 불편을 덜어주면서 해외 소비의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고 아울러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직후 관련 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이해 관계가 걸린 대형 항공사들은 물론 관세청, 기획재정부 등 정부도 반대해 번번히 무산돼온 입법 법안이어서다.

먼저 SM면세점, 시티면세점 등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소중견 면세점 기업의 한 관계자는 "열악한 상황에 처한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쟁력 강화와 공항 이용객의 편의 증대를 위해서라도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규모적으로도 중소중견면세점이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면서 "정부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주문한 것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 면세점들은 대체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기회가 늘어나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인천공항공사에 지급해야 할 임대료 부담만 늘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또 입국장 면세점보다는 출국할 때 샀던 면세품을 찾을 수 있는 '입국장 인도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대기업 면세점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이 생겨나도 면적이 좁아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출국장 면세점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으로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중견중소 기업은 해외브랜드 유치 및 운영 능력이 높지 않아 유명무실한 입국장 면세점이 될 수 있다"며 "또 출국장 면세점 수요 일부가 입국장 면세점으로 이전되면 기존 임대료 계약에 변화가 필요해 또 한 번의 임대료 갈등이 예상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대형항공사·관세청&기재부 반대 부딪혀 6번 무산

실제로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면 국내 여행객의 수요 상당 부분이 시내면세점과 출국장 면세점에서 입국장 면세점으로 옮겨갈 수 있다. 대형항공사들도 입국장 면세점 도입시 기내면세점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반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탑승객들에게 마지막 기회라며 기내 면세품 판매로 쏠쏠한 수익을 올려왔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도 양대 항공사에서 입국장 면세점 설치 반대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올해엔 대형항공사들이 최근 잇따라 '오너가 갑질' 논란 등에 휩싸이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청도 해외반출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인데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소비자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또 밀수 등을 감시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져 관리가 허술해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 설 연휴 발생한 면세품 인도장 대란이 항공기 지연사태로까지 이어지자 기획재정부도 입국장 면세점의 설치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최근 기재부는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세관, 출입국관리소 등 해당 기관들과 인천국제공항의 입국장 면세점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은 명절과 휴가시즌이면 반복적으로 인도장 대란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를 주문함에 따라 정부 부처도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을 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와 왕래가 많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도입해 확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실제 아시아지역에서 경쟁 국가인 중국과 일본 등 국제공항은 잇따라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며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6년 2월 공항과 항만에 입국장 면세점 19개소를 신설하는 것을 승인하고 베이징 수도공항 등 4곳에 입국장 면세점을 열었다.

일본도 입국장 면세점 허용 내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적용해 지난해 9월 나리타 공항에 입국장 면세점 문을 열었다.

최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2018년 6월 기준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 운영 중인 국가는 73개국, 137개 공항"이라며 아시아의 경우 29개국, 58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 예비부지로 수취지역 380㎡와 T2 1층 수하물 수취지역 326㎡를 비워두고 있다. 향수·화장품·주류·담배 등을 취급하고 운영은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국내면세점 전체매출 규모는 14조4684억원으로 이중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의 매출은 2조3313억원으로 16.11%, 김포공항 1142억원 등도 뺀 나머지 11조원 이상은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약 76% 비중)에서 판매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면세점 매출이 9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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