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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도 대물림…4곳 중 1곳은 아들·손자가 총장·이사장

4년제 사립대 42곳 설립자 가족이 총장·이사장
이사 포함하면 50곳…대부분 재단이 총장 임명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8-08-12 09:00 송고 | 2018-08-12 11:42 최종수정
이화여대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는 구성원. /뉴스1 DB © News1 오대일 기자
이화여대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는 구성원. /뉴스1 DB © News1 오대일 기자

일반기업처럼 사립대도 '대물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4곳 중 1곳이 설립자의 자녀나 부인 등 가족이 총장, 이사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구조적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립대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사립대학의 설립자·임원 친인척 근무현황'을 추가 분석한 결과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154개 4년제 사립대 가운데 42곳(27%)은 설립자의 가족이 대학 총장이나 학교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제 사립대 4곳 중 1곳꼴이다. 설립자 가족이 총장으로 있는 사립대가 22곳, 이사장으로 있는 사립대가 26곳이었다. 이 가운데 6곳은 설립자 가족이 대학 총장과 법인 이사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아들·딸이 총장을 맡고 있는 사립대가 16곳으로 가장 많았다. 2곳은 설립자 부인이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손자(3)와 증손자(1명)에게 '대물림'이 내려간 사립대도 4곳이었다. 특히 지방의 한 사립대는 설립자인 남편은 이사장, 부인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 다른 지방 사립대는 손자가 이사장을 맡다 물러나고 지금은 손자의 외삼촌이 총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법인 이사장 역시 아들이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3곳은 설립자의 며느리가 이사장으로 있다.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도 2곳이다. 4곳은 손자(3명)나 외손자(1명)로 대물림이 내려갔다. 증손자·증손녀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립대도 3곳으로 나타났다. 2곳은 아직 설립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법인 이사로 범위를 넓히면 사립대 3곳 중 1곳꼴로 '대물림 현상'이 늘어난다. 설립자 가족이 법인 이사로 있는 사립대는 8곳으로 조사됐다. 전국 4년제 사립대 중 50곳(32%)에서 설립자 가족이 대학·법인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아들이 법인 이사로 재직하는 사립대가 3곳, 며느리 2곳, 부인 3곳, 사위 1곳으로 조사됐다. 이중 지방 한 사립대는 아들과 며느리가 동시에 법인 이사로 등기돼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인 이사는 대개 설립자 가족이 법인 이사장이나 대학 총장으로 가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대로 총장이나 이사장으로 있다가 비리 의혹 등 학내·외 사정 때문에 잠시 이사로 물러나 있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총장 선출 방식을 보면 설립자 가족이 대학 총장이나 법인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립자 가족이 총장이나 이사장, 이사로 있는 50곳 가운데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곳은 1곳(2%)에 불과했다. 대학 구성원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대학도 6곳(12%)에 그쳤다.

70%(35곳)가 재단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 방식인 것으로 조사됐다. 3곳(6%)은 간선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구성원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사실상 임명제'로 분석됐다. 설립자 가족이 총장, 이사장, 이사로 있는 사립대의 76%는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임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설립자 가족이 총장으로 있는 22곳은 19곳(86%)이 재단에서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임할 수 있는 구조였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동의대)은 "대학은 공공재산인데도 사유재산인 기업처럼 대물림되면서 구조적으로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학의 구조를 개혁하려면 우리나라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지배구조를 먼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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