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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힘못쓰는 국산 바이오시밀러…'약값에 발목'

오리지널과 동일한 약가...바이오시밀러 가격경쟁력 없어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8-08-08 18:50 송고 | 2018-08-09 16:33 최종수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뒷 줄 왼쪽에서 두 번째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뒷 줄 왼쪽에서 두 번째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특허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약값을 정부가 강제로 30% 인하하는 것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바이오의약품 '약값'이 도마위에 올랐다.

현재 '약가 규정'에 따르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면 건강보험약가를 30% 인하하게끔 돼 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약값도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의 70%까지만 받도록 상한선이 그어져 있다. 결국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바이오시밀러의 상한선이 같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그어놓은 상한선 안에서 약값을 책정할 수 있다. 대개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한다.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정한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국민들의 의료비를 경감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방식은 이제 막 출시된 국산 바이오시밀러들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약값보다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제품개발 투자비와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로 떠오른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투자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수익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필요한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섣부르게 뛰어들 수 없다"면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가격차이가 없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약가에 대한 강제인하 규정이 없다. 통상 약값은 시장자율경쟁과 입찰을 통해 결정된다. 류머티즘관절염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톨로체'(유럽명 베네팔리)와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유럽에서 판매실적이 늘어나는 것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가격차이를 벌릴 수 있어서다.

유럽에서 '램시마'와 '에톨로체'의 약값은 오리지널보다 30%가량 싸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바이오시밀러 약값을 오리지널보다 10% 싸게 팔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셀트리온 '램시마'는 유럽에서 오리지널 시장을 52%까지 파고들었다. '에톨로체'도 30% 이상 대체했다.

그런데 유럽보다 한발 앞서 출시됐던 국내에서는 '램시마'가 오리지널 매출의 겨우 절반을 넘어섰고, '에톨레체'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제약사 스스로 오리지널보다 약값을 훨씬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상한선만 넘지 않으면 되기 때문. 삼성에피스의 '에톨로체'는 유럽에서 오리지널 약값의 30%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오리지널 약값이 30% 인하된 상태여서 이보다 더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유는 의사와 환자 모두 오리지널을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할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시판되는 '에톨로체 50밀리그램(mg)/1밀리리터(mL)' 용량의 건강보험약값은 14만188원이다. 이는 화이자의 오리지널 '엔브렐' 14만8267원보다 약 5.4% 저렴하다. 여기서 '에톨로체' 약값을 10% 더 낮춘다고 가정하면 환자본인부담율 30%를 적용했을 때 환자가 얻는 금전적 이득은 약 3%에 불과하다. 기존에 잘 처방받고 있던 오리지널을 놔두고 바이오시밀러로 교체 처방받기엔 환자가 느끼는 이득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건강보험약값을 30~40% 더 낮춘다면 연구개발 등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매우 낮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개발과정이 무척 까다로워 임상시험 완료까지 6~7년간 약 2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무작정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약값을 내리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약값을 지금보다 높일 수는 없다는 시각도 강하다. 국민의료비 부담도 있지만 정부가 오리지널 약값인하를 강제한 배경에는 '리베이트'를 뿌리뽑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제네릭과 오리지널 가격을 반값으로 낮췄던 것이 바이오의약품에 대해선 70%까지 약가우대를 해준 것이어서 정책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이 인정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사에게 모든 약처방 권한이 집중돼 있다"면서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서 판매에 성공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바이오업종을 신수종사업으로 삼고 산업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판로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바이오시밀러 투자의 물꼬를 틔워주려면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l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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