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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쓰러지는 코리안드림…외국인 노동자 폭염 사각지대

충북서 폭염 속 농사일 나선 외국인 2명 숨져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폭염에 매우 취약”

(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김용빈 기자 | 2018-08-06 14:23 송고 | 2018-08-06 15:23 최종수정
서울 최고 기온이 39.6도를 기록하면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월동 공식관측소 내 모니터에 서울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지도상 검은색 부분은 40도를 돌파한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2018.8.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일자리를 찾아 타국살이를 하던 60대 중국인이 청주의 한 텃밭에서 생을 마감했다.

중국인 A씨(61)는 아내와 자식들을 중국에 남겨둔 채 돈을 벌기 위해 지난 7월쯤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뒤 증평군의 한 인력사무실에서 같은 국적 동료들과 숙소 생활을 하며 일했다.

따로 집을 구할 수도 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인력사무실 단체숙소를 택했다.

청주의 아침 최저기온이 28.9도까지 오른 지난 3일 A씨는 청주시 청원구의 한 담배밭으로 일을 나섰다. 

살인적인 더위 속 작업 환경은 열악하기만 했다. 

잠시 햇볕을 피할 그늘막 하나 없었고, 고작 물 몇 병이 전부였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던 오전 10시50분쯤 사달이 났다.

한참을 일하다 나무그늘 아래 앉아있던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료들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다음날 입국한 A씨의 아내는 경찰에서 “남편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갔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경찰은 A씨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그늘막 미설치 등 고용인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얼마 전 괴산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지난달 23일 폭염 속 괴산의 한 담배밭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의 B씨(58)가 숨졌다.

일하던 중 탈수증세를 보인 B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일을 계속하다 변을 당했다.

무더위가 이어진 25일 오전 11시쯤 청주시 청원구의 한 상가 앞에서 행상을 하는 김모(83) 할머니가 땀을 닦고 있다. 2018.7.25/뉴스1 © News1 박태성 기자

폭염에 안전지대는 없지만, 일손이 부족한 건설현장과 농사일에 주로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더 큰 위협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소규모 현장이나 밭과 비닐하우스 등 농업 현장의 고된 노동 강도에 취약한 폭염 대비 시설까지 겹쳐 위태로운 상황이다.

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올여름 온열질환자는 사망 2명을 포함해 모두 168명이다. 이 중 실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40명으로 실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장소별로 보면 산업현장 등 작업장이 58명, 논밭 41명, 노상 15명 등이었다.

통계상 내·외국인은 구분되지 않지만, 알려진 폭염 피해만 보더라도 외국인 노동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기준 도내에는 모두 3만7000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고, 이 중 2만여명이 근로자로 등록돼 있다.

안건수 청주이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외국인들은 강도 높은 노동 환경뿐만 아니라 열악한 주거 환경 등으로 적절한 휴식조차 어렵다”며 “여기에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근로자들도 있어 폭염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했다.

도 재난방재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발주한 공사의 경우 10일까지 작업을 중지하기로 했다”며 “민간 공사 현장이나 농업 현장에도 한낮 작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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