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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러 조국 왔더니 실험실은커녕 생활비조차 없었죠"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터뷰①"우수인재 양성·유치하려면 처우 개선해야"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최소망 기자 | 2018-07-26 11:39 송고 | 2018-07-26 14:49 최종수정
편집자주 지난해 8월 부임한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혁신본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 임 본부장은 "1등 과학자나 꼴찌 과학자나, 연구를 막 시작한 신진연구자나 연구 경험이 많은 중견연구자 모두 즐거운 한국 과학기술계를 만들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과학기술계가 즐거워져야 어두운 과학기술계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정책 총괄하고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심의·조정, 성과평가를 수행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과학해서 먹고살 수 있겠어?", "이공계 석·박사학위 따는 과정에서는 생활비 마련도 어렵다던데…", "과학자 말고 의사가 좋지!".

한국 과학기술계의 현주소다. 국내에서 과학자를 할 경우, 최고가 되지 못한다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현실 탓에 이공계 기피·우수 인재 해외 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공계 전공을 선택한 이들마저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의사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마다 이공계 인력 1000여명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다는 조사도 있다. 어렵사리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고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도 많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절절히 체감한 인물이 있다. 국내 생명과학 분야 대가이자 연구현장에 20년을 몸담아 온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 20여년간 연구현장에서 느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이고 말했다.. 2018.7.1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임 본부장은 서울대 미생물학 석사까지 마친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택사스주립대에서 생화학, 분자유전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세인트쥬드 어린이리서치병원 등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의료연구기관에서 박사후연구원도 지냈다.

미국 내 연구소나 병원 등에서 그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모두 뿌리치고 한국의 생명과학 연구현장으로 돌아왔다. 의료 분야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그 근간이 되는 생명과학·바이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마음아파 했던 그다. 
후학 양성이 그 첫걸음이라 생각한 그는 국내 유명대학 생명과학부 교수로 첫 직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연구자 처우와 당시 국내 연구자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그가 미국에서부터 해 오던 연구가 있었지만, 막상 출근해보니 그에게 배정된 실험실조차 없었다. 그의 연구는 소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직접 돈벌이에 나서고, 대학내에서 '교수 짬밥'이 찰때까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20년전 같진 않아요. 하지만 외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 박사를 지낸 이공계 인력이 국내로 돌아오려 하질 않아요. 처우가 천지차이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참 어둡습니다."

당시 임 본부장 또한 '다시 미국에 돌아가야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상황이 나아져 신인교수를 대상으로 연구정착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신설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의 현실'에 적응해가며 꿋꿋이 연구현장을 지켰던 그가 이번엔 행정가로 변신했다.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은 것.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의 주 동력으로 과학분야의 각종 제도 개선과 규제철폐, 연구환경 개선을 위해 설치한 본부다. 임 본부장에겐 20년 연구자의 삶에 가장 큰 변화다. 

'감투'에 관심있는 성격도 아닌 그가 덜컥 중책을 맡은 이유는, 지난 20여년간 뼛속 깊이 느낀 국내 연구현장의 부조리와 열악함을 직접 바꿔보고 싶어서다.  

임 본부장은 "당시 신인 교수들로 발령 받은 이들은 그 연구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사람들인데 바로 연구를 시작하기는 커녕 연구비를 수주하고 학생을 키워 연구팀을 꾸리기까지는 약 1~4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들이 미국에서 연구하는 이들보다 4년 정도 뒤처진다는 건데 국내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겠냐"고 말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임 본부장은 당시 그의 연구실로 들어와 연구에 전념해 준 석·박사과정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도 내비쳤다. 연구비가 없다보니 학생들에게 '용돈' 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 용돈이라는 것이 학생연구원에게는 '생활비' 그 자체다. 제자들의 생활고를 모르지 않기에 이공계 석박사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연구자 처우 개선이 우수 인재 유치의 첫발"이라고 강조했다. 2018.7.1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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