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무사 계엄문건은 초법적 친위쿠데타…12·12와 유사"(종합)

군인권센터 "자의적 법령해석으로 계엄 명분 마련해"
"계엄사령관에 권력집중…연루자 체포·압수수색 해야"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7-24 11:47 송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8.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2018.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가 법령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초법적인 '촛불집회 계엄문건'을 작성, 비정상적인 계엄 계획을 세웠으며 대통령의 비호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무사는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기정사실로 가정해 계엄선포 명분을 마련했고, 대통령의 결재를 받는 보고체계를 세우는 등 친위쿠데타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계엄사령관에게 직할부대를 주거나 검열단을 운영해 언론통제를 하는 등 현행법을 초월한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작성한 '계엄 편람'의 범주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계엄사령관에게 과도한 권력을 집중시키고 합동수사본부가 계엄주체가 되는 등 군(軍)이 '계엄의 주체'가 되려 했다는 해석이다.

◇"초법적 친위쿠데타 계획…대통령 가담도 암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기무사가 '비상계엄 시에도 합동수사본부가 민간인 수사를 하거나 계엄사가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는 자의적 법령해석을 했다"며 "벌어지지 않은 혼란 상황을 가정해 건의문을 미리 완성하는 등 친위쿠데타를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계엄선포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됨에 따라 공공의 안녕질서와 국민의 생명·재산이 위협받을 수 있는 '혼돈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후적으로 선포되는 조치인데, 기무사는 △대남비방증가 △강력범죄증가 △언론왜곡보도 등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미리 건의문까지 완성, 계엄선포를 사전에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임 소장은 특히 "문건에는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 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하고 국정원 2차장을 계엄사로 파견시켜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조치'라는 대통령 결재사항이 있다"며 "대통령이 친위쿠데타에 가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핵심 증거"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대통령 지휘·감독 때 계엄 지휘·감독 체계'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명시됐다.

기무사가 준비한 계엄 문건은 통상적인 '계엄편람'의 범주를 넘어서 초법적 군사계획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군 검찰 출신인 김정민 변호사는 "법령상 합수부는 비상계엄 시에 반드시 설치하는 기관이 아닌데, 이번 문건은 합수부를 주도기관으로 상정했다"며 "또 9명의 검열단을 운영해 언론대책반을 운영,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다"며 "이는 현행법에도 없는 초법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독소적인 조항으로는 '국회의원 체포'에 대한 내용"이라며 "촛불집회가 벌어지지도 않았던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 체포계획과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계엄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국회의원 성향을 진보 160여 명, 보수 130여 명으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사령관이 법령을 초월해 직속병력을 두고, 정국을 장악하겠다는 계획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김 변호사는 "합법적인 계엄은 계엄사령관에게 선포권한을 주더라도 직할부대는 주지 않는다"며 "하지만 기무사가 만든 문건을 보면 계엄사령관에게 특전사를 직할부대로 주고, 수도방위사령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20·30사단, 특전사를 진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12·12 군사반란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스스로를 계엄 선포 가능 여부를 가늠하는 계엄주체로 상정한 이 문건은 사실상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려는 계획"이라며 "문건 연루자들에 대한 긴급체포와 강제 압수수색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군 검찰 출신 김정민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2018.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군 검찰 출신 김정민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2018.7.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국방부, 문건 세부자료 공개…즉시 실행가능 수준

국방부는 전날(23일) 기무사가 작성한 A4 8장 분량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딸린 67장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다.

군사 2급 비밀로 지정된 이 문건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계엄 인정을 받도록 외교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적시하는 등 위수령·계엄 단계별 대응 방안, 계엄 시행 방안 등 세세한 매뉴얼이 담겨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기각했을 경우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계획이다.

국방부 장관은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미국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하도록 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이를 인정받으려 했던 사례와 유사한 대목이다.

기무사는 탄핵 결정 이후 불거질 사회 혼란에 대비해 '전국 비상계엄 선포 건의'를 준비했다.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정부는 탄핵 결정 이후 집회 및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시위대의 무장 및 폭동, 강력 범죄 확산 등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됨에 따라 전국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 때 계엄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이며 문서 하단에 이를 발표하는 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표기돼있다. 당시 황교안 전 총리가 이 문서를 보고받았다면 유사시에 자신이 발표해야 할 선포문이었던 셈이다.

계엄법 위반자를 사법처리하는 지침도 마련했다. 반국가사범 등 주요사범은 합수본부 수사단에서 직접 처리, 기타 사범은 헌병·경찰·국정원 등 기존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기로 했으며 내·수사 시 각 정보수사관 간 경합될 경우와 관할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합수본부에서 조정 및 처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외국 공관 대상 경계 강화 지침(국내 주둔 외국인 보호지침)을 마련하고 본국 철수를 사전 방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계엄 선포 후에는 유언비어 등을 유포하는 인터넷 포털과 SNS 계정을 폐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관·군 합동으로 '인터넷유언비어대응반'을 설치해 불온내용 식별 시 신속하게 차단하는 등의 대응책도 마련했다.


dongchoi89@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