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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페미'가 말하는 혜화역 시위 "공감·연대의 장…절반의 성공"

기자-20대 여성들 좌담…"일부 부정적 측면 부각 아쉬워"
"비판 필요하지만 성과 거둬…제도정치 진출 필요성도"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유경선 기자 | 2018-07-19 11:33 송고 | 2018-07-19 11:57 최종수정
지난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7.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7.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15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로부터 시작된, 일명 '영 페미니즘'의 물결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유포 사건의 성(性) 편파수사 논란에서 촉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일명 '혜화역 시위'가 다음달 4일로 4회째를 맞으면서 페미니즘 의제에 대한 세간과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더 커진 상황이다.

<뉴스1>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페미니즘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20대 여성 2명과 만났다. 참석자들은 '혜화역 시위'를 포함한 지금까지의 여성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이 점이 고무적이라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 주무부처의 장관들이 이같은 흐름에 직접 응답함과 동시에 여성운동의 일부 부정적 측면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여성운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했다. 혜화역 시위 등 이번 사안을 취재했던 기자 2명과 여성 대학원생 2명 타루(26·가명), 이끼(24·가명)가 함께했다. 

◇"나는 왜 페미니스트인가"

기자A: 유별난 사람이나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2015년쯤부터 페미니즘이 여성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만 해도 전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 의식을 가지게 됐다. 이전까지는 성차별과 실존의 문제를 크게 연결하지 못하고 살아 왔지만,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쉽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타루: 학부 졸업이 늦은 편이라 2015~2016년 무렵 복학한 남자 동기·후배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 보니 답답한 것들이 생기더라. 여성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공부할 사람을 찾고 싶었는데 주변 남성들은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다. 학내 여성주의 모임이나 소모임에도 들락거렸지만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아 갈증이 계속됐다. 마침 페미니즘 대중 강연이 활성화되고 서점에도 책이 많이 비치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깨닫고 위안을 얻었다.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에도 나가게 됐다.

이끼: 남녀공학 대학에 다니다 2016년도에 여대에 편입했다. 여성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지적해주는 친구나 선배가 많았다. 한편 교수님들은 "여대 바깥으로 나가면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깨우침을 얻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 © News1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 © News1

◇"'젠더 문제'에서 주위와 느끼는 온도차 커"

기자A: '미투 운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연이어 폭로된 사례들은 살면서 늘상 겪었던 일인데,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말하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다.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폭로는 결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왜 여성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이야기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끼: 여성스러운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많이 받는 걸 봤다. 몸집이 작은 한 남성 친구는 면접에 들어갔을 때는 "왜 조그만 애가 들어왔냐" "왜 이렇게 여성스럽냐"며 인신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여성성에 대한 차별이 남성에게도 피해를 주는 지점이다. 면접 후 "안 될 것 같다", "여성 비율이 적었다", "나만 여자라서 이상했다"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 취업을 하고 나서도 성차별은 이어진다.

타루: 아버지와 대화할 때 많이 느꼈다. 안보·복지 등 분야에서 박학다식한 분이지만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 많이 울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여성운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어떤 언어를 써야 하는지 알게 됐다.

이끼: 젠더 문제에서 '평범함'의 수위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더라.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보다 한참 밑에 있다. 기성세대가 아닌 20대 남성도 마찬가지다. '미투 운동'을 단순히 남성을 공격하는 수단 정도로 받아들이고 농담거리로 삼는 광경을 많이 보았다.

◇"내가 본 '혜화역 시위'는 공감·연대의 장…부정적 측면 부각 안타까워"

기자A: 혜화역 시위 취재를 갔었다. 현장에서 나온 '자매들'이라는 호칭은 "네가 누구든, 무엇을 하든, 네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한다면 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거기에 함께 맞서 주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해 인상적이었다.

이끼: 혜화역 시위가 다 때려부수는 것처럼 소비되는데 그렇지 않다. 다녀온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참여자들이 서로 과자를 나누는데, 과자를 하나 꺼내면 알사탕, 젤리, 별사탕 등 온갖 것들이 다시 채워져 돌아와 귀엽게 느껴졌다고 하더라. 확실히 여성들이 공감하고 연대감을 느끼는 분위기에 비해 몇만명이 모여 과격하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부분만 집중하는 것 같다.

기자A: 현장에선 아주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3차 시위의 삭발 퍼포먼스에서 한 참가자가 잘려나간 머리채를 쥐고 "자매님들, 우리 울어도 혼자 울지 말고 아파도 혼자 아프지 말자. 그리고 절대 죽지 말자"라고 말했다. 시위의 정수를 보여주는 말이었다. 삭발을 해주신 분은 딸과 함께 참가한 여성이었다. "내 딸에게 용감하고 똑똑한 자매들이 많아서 자랑스럽다. 여러분이 살게 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말도 했다.

타루: 그 안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기자A: '혜화역 시위'가 익명의 개인들의 집합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하게 가져가려다 보니 참여자 신분으로 외부에 말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특정 개인의 의견을 참가자 전체의 의견으로 치부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끼: '미투'라는 말도 사실 되게 예쁜 말이다. 되뇌다 보면 공감을 할 수 있고 온정을 나눌 수 있는데. 고통을 공유하고 같이 해결하자는 건데 참 아쉽다. 시위에서도 공유됐던 그런 감정이 밖으로 퍼져나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타루: 시위에 참여한 친구에게 "결국 (외부에 말하지 않으면) 너의 내밀한 경험, 안온함은 아무도 모르지 않겠냐"라고 질문했는데 답을 듣지는 못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소속 회원들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18.6.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소속 회원들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2018.6.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우리 사회 여성운동은 문제?…문제의식 공감해도 비판 필요"

기자A: 혜화역 3차 시위가 끝나고 주무부처 장관 2명이 불법촬영이나 젠더폭력을 직접 언급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한 상황인 만큼 본격적으로 방향성을 고민할 시기인 것 같다. 두 분은 혜화역 시위 3차례를 어떻게 보셨나.

이끼: 시위 자체에 동의를 않는 건 아니다. 여러 명이 모여서 아픔에 공감하고 해결하자는 의도에 뜻을 같이한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피로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기자B: 지금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문제 해결에만 집중한다면 효과적인 수단을 고민하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지금 방식이 과연 그런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타루: 그걸 가지고 여성주의자 집단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사회운동 전반을 봐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약자를 배제하고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데 그런 게 여성운동에 반영됐을 뿐이라고 본다. 왜 페미니즘만 그걸 비껴갈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여성주의라고 해서 더 선한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이니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그때그때 비판을 해야 한다.

기자A: 혜화역 시위에서 '재기해'라는, 몇초 나왔을까 말까한 구호에 이목이 집중됐다는 것은 안타깝다. 공식 구호도 아니었다. 그들의 말은 대통령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았고, 참석자들은 청와대에서 들리지 않을 거리에 얌전히 앉아서 구호만 외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일부 구호가 문제가 된다고 한다면 지속 가능한 싸움을 위해 방향성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미러링 전략' 아직 유효…여성 분노 폭발한 것"

기자A: 작금의 각종 논란은 2015년에 처음 등장한 '미러링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미러링의 레퍼토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오래 가지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도 유효한 상황이다. 비윤리적인 미러링까지 옹호할 수는 없지만, 거울은 원본이 있어야만 존재한다. 미러링의 목적은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에게 저질러온 폭력을 그대로 비추는 것이다. 사회가 이같은 지점에 대해 고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러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끼: 첫 시도는 정말 좋았다. 성차별은 없어져야 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으니 '너희도 당해 봐라'라면서 폭발한 것이다. 이게 남성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여성들은 미러링을 분노 해소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타루: 해방감을 만끽하고 재미를 느끼기 위해 미러링을 하는 여성도 많을 것이다. 남성들은 낄 수 없는 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그런 놀이터를 하나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기자A: 여성들이 실제로 폭력과 위협을 당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너무 높은 강도로 불합리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순기능을 생각해보면,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 말도 있듯, 그만큼 시끄럽게 떠들어댔기 때문에 관심이 쏠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기자B: 지금의 여성운동이 비난을 당한다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운동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고무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7.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7.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변곡점 맞은 '영 페미니즘'…나아갈 방향 고민해야"

이끼: 일제 강점기 이후 여성들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은 늘 있었다. 신여성에 대한 공격은 자유부인과 된장녀·김치녀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사회의 비난과 공격에 져서 병들거나 사라진 여성도 많았다. 그렇게 여성 개인이 폭발했다 수그러들기를 반복하던 중, 이제는 여성들이 한꺼번에 연대 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본다. 혜화역 시위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성공적이다. 이제는 어떻게 연대를 성공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

기자A: 반성폭력 운동과 호주제 폐지 운동 등, 여성운동 진영의 축적된 성과로 말미암아 지금의 폭발적인 가시화가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조직되지 않은 익명의 개인들이 모여 폭발적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것 같다.
시위 참가자나 주최측이 기존의 운동 진영을 불신하고, 이용당하고 싶지 않으려는 것은 이해가 된다. 여성만의 의제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의견으로 보인다.

다만 조직되지 않고 각자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운동은 언젠가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되지 않았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 수 있었음을 본다면 어려운 문제다.

타루: 그런 게(기성 운동) 싫어서 혜화역 시위에 나가는 거니까. 하지만 산발적 운동은 언젠가는 끝난다. 어느 집단보다도 세력이 커지는 것을 원한다면, 대표성과 자발성을 어떻게 동시에 가져갈 수 있을지는 고민해야 한다.
3차 혜화역 시위가 열린 날 광화문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시위에 갔었다. 조직이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조직력이 있다면 일탈이 생겼을 때 대처도 잘할 수 있다. 지금은 참가자와 주최측 간에 의견 합치가 되지 않아 소위 말해 '뜯어먹기 좋은' 것들만 노출되는 것 같다.

기자A: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가진 이 에너지를 끌어들이지 못한 데 대해서는 기성세대가 고민해봐야 한다. 선배 탓하는 어린 후배 같은 말이지만, 과거에 계속해 왔던 운동을 지금 처음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며 아니꼽게 보기보다는, 왜 세대 간에 단절이 생겼고 공감을 얻지 못했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지금 여성운동의 흐름이 혹시라도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까봐 우려스럽다. 함께 생각하고 대안을 제시할 사람이 많으면 좋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해서 움직여야 할 텐데, 과연 과거 여성운동의 성과를 축적한 사람들이 이런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문제다.

기자B: 위태롭고 중요한 시기다.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대통령의 입에서도 나오고 장관들의 입에서도 나온 만큼,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끌어올린 것 같다. 기로에 선 상황에서 운동의 방향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

기자A: 작금의 운동이 여성 집단 전체의 것으로 뭉뚱그려지는 상황에서 좌초해버린다면 집단적 실패의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 걱정스럽다. 굉장한 후퇴다. 동력을 지속하려면 전략적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어떻게 지지를 끌어올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 여성들의 분노와 과격한 표현에는 역사와 맥락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것까지 깊게 들여다보며 공감하지는 않는다. 여성운동은 권력다툼의 문제이고,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기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지난 17일 뉴스1 기자들과 20대 여성 2명이 '혜화역 시위' 등 최근 떠오른 여성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News1
지난 17일 뉴스1 기자들과 20대 여성 2명이 '혜화역 시위' 등 최근 떠오른 여성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News1

◇"지속성 위해서는 제도정치 진출해야…전열 정비할 때"

타루: 거시적으로는 페미니즘이 제도정치 안에 들어와야 한다. 제도정치와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 위주로 만들어졌지만, 페미니즘 구호를 내건 신지예 녹색당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정의당까지 제쳤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이끼: 지방에서는 여성 문제나 관련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후보자가 별로 없었다.

기자A: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고, 그로 인해 내 삶이 달라지는 것을 겪어야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타루: 최소한 정현백 장관이나 김부겸 장관처럼 말할 수 있는, 말이라도 하는 정권이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시혜적인 말을 듣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여성들이 가져야 한다.

기자B: 지금 정권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는 한다. 한국은 정권 리스크가 너무 커서,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정권 교체라는 이유만으로 믿을 수 없는 폭풍에 휘말리는 경우를 여럿 봐 왔다. 만약을 생각해서라도 전열을 정비할 때다. 순풍을 잃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암초에 부딪힐 수도 있다.

타루: 물론 당장 앞에 놓인 것들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생애주기에 대해서 우리가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상태로 여성운동을 하게 된다면, 결혼하거나 취업하면 페미니스트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는 있었다. 이렇게 비이성적인 시대에서 여성주의 운동이 태동한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다. 이것은 우리 세대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유산이다. 무엇인가를 바꾸고 목소리를 냈다는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크다. 아무리 꺾이고 뒤집히고 축소되고 변질될지라도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은 바꿀 수 없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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