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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경고등 "2년뒤 中추월한 LCD 전철 밟을수도"

업계 "미세공정·신소재 개발 위한 정부 지원 절실해"
백운규 장관 "정부 소홀한 점 반성…전력 다해 지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2018-07-18 14:45 송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진단과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육성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8.7.18/뉴스1 © News1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진단과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육성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8.7.18/뉴스1 © News1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2020년에 중국에 추월돼 경쟁력을 잃어가는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세공정과 신소재 개발 등 '초격차' 전략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산학협력 등을 통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지난해 중국에 70조원을 수출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중국 정부의 압박과 반도체 굴기(崛起)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중국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해 중국에 세계 1위를 내준 LCD 산업의 위기에 빗대 반도체 산업이 현재 처한 상황을 분석했다. 정부의 막대한 세제 지원과 보조금을 받은 현지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국내 기업들이 고사된 상황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170조원을 투자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상태다. YMTC, 이노트론, JHICC 등 중국 기업은 D램과 V낸드플래시 등 국내기업이 선점한 메모리 반도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연말부터 D램과 3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이 예상된다.

박 회장은 "중국에 위치한 메모리 팹만 32개로 지난해 월 92만7000장이었던 D램 캐파(생산능력)이 2년 뒤에 145만장까지 늘어나고 낸드플래시도 162만장에서 210만장까지 확대된다"며 "공급과잉이 일어날 경우 중국 기업은 보조금을 받아서 손해를 입지 않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은 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학계와 협력해 인력양성, 미래기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반도체 분야 R&D(연구개발) 지원 사업비는 1100억원대였으나 지난해 31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박 회장은 "올해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도 반도체 분야 신규 R&D 예산은 제로"라고 지적했다.

예산 축소 원인에 관련해선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와 국회의 반도체 R&D 지원은 대기업 특혜로 여겨져 예산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했다. 정부 지원 축소는 자연스럽게 반도체 인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석·박사 인력은 2006년 97명에서 2016년 23명으로 10년간 77% 감소했다. 연구비 지원이 줄어자 반도체 분야 대학원생이 감소한 것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육성을 위해 성능 평가가 가능한 '테스트베드' 형태의 팹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국가 R&D와 연계한 고급 인력 양성과 기업체에 특화된 엔지니어 양성으로 인력 구조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치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재벌기업을 때리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수많은 인력과 R&D 덕분"이라며 "삼성이 25년째 메모리 반도체 1등을 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중국의 반도체 수입량은 에너지보다 높은 수준으로 범국가적으로 산업 굴기를 하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그간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나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 20년 반도체가 전세계를 석권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전력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sho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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