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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남자검사의 '점오'야"…검찰 내 뿌리깊은 성차별 '민낯'

女직원 85% "업무서 성차별"…성범죄대책위 전수조사
2차피해·인사불이익 무서워 쉬쉬…4·5차 개선안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8-07-15 15:36 송고 | 2018-07-15 21:37 최종수정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을 발표하고 있다. 2018.5.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기자실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 전수조사 결과 및 권고안 을 발표하고 있다. 2018.5.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위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로 익히 알려진 법무·검찰조직 내 성차별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법무·검찰 여성구성원의 61.6%가 성적 침해행위가 있었다고 털어놨고, 업무에 있어서 차별받고 있다는 답변은 85%에 달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15일 성 관련 고충사건을 처리할 법무부장관 직속 담당기구 설치 및 전담담당관 신설을 권고했다. 아울러 고등검사장이 전무하고 검사장도 단 1명에 그치는 등 고위급 검사 진급을 가로막는 유리천장도 시급히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61.6% "성적 침해 당해봤다"…전문고충팀·규정 신설 권고

성범죄대책위는 지난 3월부터 전국 12개 검찰청 기수별 여검사 55명을 비롯해 여성수사관·실무관 및 교도소, 보호관찰소, 출입국사무소, 법무부 본부 소속 직원을 상대로 총 24회 간담회를 실시하는 한편, 법무·검찰 내 여성구성원의 90.4%(8194명 중 7407명)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법무·검찰 내 성희롱·성범죄 등 성적 침해행위의 발생률이 61.6%로 집계됐다. 임용 후 3년 이하의 직원들 경우에도 4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약자인 신입 여성직원들을 상대로 성범죄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대책위의 전수조사에는 법무·검찰 내 성희롱·성범죄가 일상적으로 발생해온 것으로 조사됐지만 공적 라인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대부분 묻혔다.

법무·검찰 내 259개 기관에 설치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단 3차례 회의를 통해 18건의 고충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응답자들은 성희롱·성범죄에 노출당하고도 신고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로 △보고체계의 복잡함 및 담당자의 전문성 결여 △신고해도 은폐되는 구조와 감찰에 대한 불신 △제대로 처리된 전례가 없음을 지적했다.

대책위 전수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1.3%가 "달라질 것이 없어서"라고 답해 현행 성관련 고충처리 기관·절차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이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등 2차피해 우려 등이 뒤를 이었다.

대책위는 "사람을 추적하는 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인 검찰에서 성희롱 등 피해발생 시 특히 빠른 소문의 유포가 가능하여 피해자 신상누설과 2차피해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범죄대책위는 이같은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무부에 장관 직속의 담당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처리절차도 일원화하고 관련 사건 조사를 전담할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의 전문인력 충원을 건의했다.

또한 대책위가 이미 제안했던 '성평등위원회'가 감독권을 갖고 법무·검찰 내 성 관련 고충사건 처리 과정과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평등위원회에는 외부전문가가 70% 이상 참여하고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 성별 균형도 갖춰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소문유포·인사불이익 등의 2차피해 방지를 위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지침의 개정과 행동수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고충사건 신고·접수사건 정보 및 자료 접근권한 최소화 △접근권한 위반시 엄정한 징계조치 △피해자 및 조력자의 신상, 소속, 직위 등 익명화 △소문유포, 집단따돌림, 인사불이익 등 2차피해 유발행위 및 은폐 관련자 징계규정 명문화 △내부망을 통한 피해자 정보수집 금지 행동수칙 마련 △피해자 관련정보 취득 등 2차 가해행위에 대한 교육 실시 등을 제시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7.7.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7.7.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여성 고등검사장 전무…"3년내 여성 비율 30%까지 올려야"

성범죄대책위는 성고충 처리와 더불어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권고안도 별도로 제시했다. 여성구성원이 낮은 직위에 머물러 차별과 인식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본적 문제인식에서다.

대책위 전수조사 결과, 법무·검찰 내 여성구성원의 54%는 성희롱·성범죄 발생의 원인으로 '성차별적 조직문화로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적극적 문제제기 대신 사건무마를 택하는 이유로 67%가 '근무평정, 승진, 부서배치에 부정적 영향'을 꼽았다. '조직에 부적합한 인물로 취급당할 수 있기에' 등 직장 내 따돌림을 우려하는 답변은 74%에 달했다.

응답자의 절반(50.9%)은 근무평정, 업무배치, 부서배치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답했는데, 여성 검사 중 85%가 이같이 답한 것으로 나타나 검찰에서 성차별 문화에 대한 불만이 두드러졌다. 여성검사의 82.3%는 '조직문화가 성평등하지 않다'고도 답했다.

성범죄대책위 간담회에서는 상급 남성검사가 "넌 남자검사의 0.5(점오)야" "여자니까 너는 성폭력 사건이나 담당해" 등 성차별 인식을 담은 언어폭력을 일상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핵심보직에 보내지 않거나 육아휴직 후 인사불이익 등 사례도 적발됐다.

이같은 성차별 문화의 고질적 문제는 고위직 검사로 올라갈수록 남성이 득세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왜곡된 성 인식에 제동을 걸거나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졌을때 후배 여성직원들을 대변할 고위직 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체 검사 2158명 중 여성검사는 650명으로 30.1%에 달하지만 대검 검사급 이상은 검사장 1명, 차장검사 2명, 지청장 1명, 부장검사 25명, 부부장검사 23명 등 5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598명의 여성검사는 모두 평검사이고 고등검사장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여성수사관·교정직·보호직·출입국 역시 대동소이 하거나 오히려 고위직 여성비율이 더 적은 것이 현실이다.

대책위는 성평등정책담당관과 성희롱등고충담당관 배치와 더불어 법무·검찰 내 각 소속기관별 인사, 예산, 감찰 담당 등 주요 보직에 여성 우선 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에 대해 여성검사 비율 30% 달성과 인지부서와 비인지부서의 인사평정 분리, 여성검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형사부 출신의 검사장 등 주요보직 비율의 평등한 확보를 권고했다.

아울러 향후 3년 내 승진자 비율을 여성비율만큼 달성하도록 해야 하며,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배격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조직운영 및 제도 확립도 권고했다.

대책위는 5차례 걸쳐 내놓은 권고나 추진을 위한 임시 집행기구 '성평등정책담당팀'(가칭)을 법무부 기조실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eo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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