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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지금 가장 핫한 스피커 매지코 A3를 듣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8-07-15 07:00 송고
매지코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A3’(김편 제공)
매지코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A3’(김편 제공)

최근 미국 매지코(Magico)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A3’를 들었다. 필자가 보기에 국내외에서 가장 핫한 스피커다. 미국 출시가는 9800달러(한화 1093만원). 국내에는 지난 6월말부터 수입사를 통해 공식 출시됐는데, 1350만원으로 책정됐다. 실구매가는 이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물량이 모자랄 만큼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너무나 비싼 이 스피커가 왜 오디오파일들 사이에서는 인기 절정인 것일까. 그것은 매지코라는 제작사가 워낙 하이엔드 메탈 스피커로 입지를 굳힌데다, ‘A3’가 매지코의 가장 최신 제품, 그것도 매지코 사상 처음으로 1만달러 미만의 가격표를 달았기 때문이다. 매지코 CEO 알론 울프(Alon Wolf)는 “하이엔드 시계 구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1만달러이기 때문에 ‘A3’도 먼저 ‘1만달러 미만’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그에 맞춰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매지코 스피커 라인업은 현재 비싼 순서로 M시리즈, Q시리즈, S시리즈로 짜여져 있다. ’A3’는 S시리즈 밑에 포진하게 될 새 엔트리 A시리즈의 첫 제품. 그런데 ‘A3’의 포지셔닝이 개인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기존 엔트리 모델이었던 ‘S1 MKII’(1만6500달러)보다 싸면서도 유닛 구성은 그 윗급인 ‘S3 MKII’(2만8000달러)와 ‘S5 MKII’(4만2750달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클로저 재질은 Q시리즈에 사용된 6061-T6 항공기 등급 알루미늄이다.

‘A3’는 기본적으로 3웨이 4유닛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알루미늄으로 짠 밀폐형 인클로저, 고역 확산성이 좋은 베릴륨 트위터, 가볍고 단단해 표현력이 뛰어난 나노텍(Nano-Tec) 카본섬유와 그래핀(graphene) 신소재가 투입된 중저역 유닛 등 지금의 매지코를 있게 한 대표 기술들이 빠짐없이 망라됐다. 실제로 들어보면 차갑고 딱딱한 인클로저 이미지를 단번에 배반하는 부드럽고 편안한, 영락없는 매지코 사운드다.

‘A3’ 트위터(위)와 미드레인지 유닛.(김편 제공)
‘A3’ 트위터(위)와 미드레인지 유닛.(김편 제공)

외관부터 본다. 위부터 1.1인치 베릴륨 트위터, 6인치 그래핀 나노텍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7인치 나노텍 우퍼 2발이 달렸다. 알루미늄으로 된 인클로저는 물론 밀폐형이며, 내부 사진을 보면 견고하게 트러스트 구조로 브레이싱 처리했다. 스피커 케이블 연결을 위한 바인딩 포스트는 뒷면 하단에 있다. WBT 제품으로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한다. 높이는 112cm, 무게는 48.8kg, 감도는 88dB, 임피던스는 4옴이다.
스펙은 형들이 포진한 S시리즈 전체를 위협한다. 22Hz~50kHz에 달하는 주파수응답특성은 2015년에 나온 ‘S1 MKII’(32Hz~50kHz)와 2016년에 나온 ‘S3 MKII’(24Hz~50kHz)를 앞질렀다. 10인치 우퍼를 2개나 장착한 ‘S5 MKII’(20Hz~50kHz)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1년에 나온 ‘Q3’(26Hz~50kHz)보다는 저역 하한이 오히려 4Hz나 더 내려간다.

결국 ‘A3’는 다이아몬드 코팅 베릴륨 트위터 대신에 베릴륨 트위터를 달고, 고비용이 들어가는 곡면 마감을 포기하면서 가격은 내리고 스펙은 최대한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인클로저 재질은 Q시리즈에 투입한 것과 동일한 6061-T6  알루미늄이지만, Q시리즈의 유리구슬 마감(bead blasted) 대신 브러쉬 마감(brushed)을 택한 것도 이같은 가격 맞추기 전략 때문이다.

‘A3’ 내부.(김편 제공)
‘A3’ 내부.(김편 제공)

견고한 트러스트 구조가 인상적이다.

시청에는 일본 에소테릭(Esoteric)의 SACD/CD 트랜스포트 ‘P-05X’와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DAC) ‘D-05X’, 인티앰프 ‘F-03A’를 동원했다. ‘F-03A’는 클래스A 증폭으로 8옴에서 30W, 4옴에서 60W를 뿜어낸다. 첫 곡으로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Blue Rondo a la Turk’를 듣자마자, ‘A3’에 매지코의 피가 흐르고 있음이 확연했다. 음들이 정말 술술 나온다. 4유닛의 존재감이 좋은 의미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가 매지코 스피커의 또다른 사운드적 특성으로 꼽는 것은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음’인데, ‘A3’에서도 여지없이 이를 느낄 수 있었다. 마틴 테일러의 ‘Jonny And Mary’를 들어보면, 음들이 소프트하며 우아하게 나온다. 생긴 것은 메탈 그 자체인데 나오는 음은 포근한데다 살짝 온기까지 감도는 것이다. 음의 표면 역시 너무나 매끄러운, 누가 봐도 고급지고 윤택한 음이다.

베를린필(지휘 아바도)과 협연한 막심 벤게로프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에서는 가상의 사운드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의 부피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동안은 2층 객석에서 밑을 바라보는, 그래서 약간 미니어처 스타일로 그려진 오케스트라였기 때문이다. 메모하는 손이 바빴다. 고운 입자감, 커다란 양감, 단단한 심지, 투명한 레이어, 실키, 에너지... 아, 들을수록 탐이 나는 스피커였다.

그동안 ‘넘사벽’ 가격으로 대다수 오디오 애호가들을 좌절케 했던 매지코가 이제 이들의 품에 안기려 하는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 그 첫 단추가 ’A3’다. 유닛부터 인클로저까지 메탈로 두른 현대 스피커 설계사상의 거의 모든 것이 이 스피커에 담겼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았다. ‘A3’를 듣다가 결국 필자 나름대로 구분해 놓고 있었던 매지코 전 라인업의 사운드적 위계질서가 뒤엉키고 말았다. 그야말로 돈값하는 스피커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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