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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공포영화수준"…한국당 의총 열릴 때마다 '살벌' 이유는?

"김성태 물러나라"…한국당 의총때마다 친박·비박 계파 갈등 표출
양 세력간 당권싸움 시각…총선 공천권 둘러싼 갈등도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2018-07-14 08:00 송고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당 위기수습 및 쇄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 News1 박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당 위기수습 및 쇄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 News1 박정호 기자

자유한국당은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달여 동안 총4번(6월15·21·28일, 7월12일)의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그 때 마다 친박·비박간 계파갈등만 표출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방선거 전까지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친박·비박간 계파갈등을 부상하게 한 단초는 박성중 의원의 메모였다.
지난달 21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겸 원내대표는 당 혁신안에 대한 총의를 모으기 위해 의총을 열었다. 그러나 막상 의총을 열고보니 '박성중메모'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졌다.

같은달 19일 초선의원 모임 자리에서 박성중 의원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 메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격화' '친박핵심 모인다(서청원,이장우, 김진태,박명재, 정종섭 등)'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박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해당 메모가 복당파 의원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적은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메모에 이름이 적힌 김진태, 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 "이 와중에도 당권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자리에서 해당 모임에 참석한 김 대행의 사퇴 요구 뿐만 아니라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 탈당 주장까지 나왔다.

당내에서는 '김성태 사퇴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들과 복당파 위주 3선 의원들이 그의 유임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퇴 주장이 진정되는 듯했다.

이후 김 대행은 지난달 28일 다시 의총을 열고 당쇄신을 위한 혁신비대위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친박계의 반발은 계속됐다.

정용기·성일종·김진태 의원 등은 김 대행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에 이어 종기가 뇌관처럼 터졌을 때 구성원들은 하나가 돼 치료할 생각없이 일부는 남아있는 사람을 비판하면서 탈당했다"며 "이후 일부는 들어올 때도 명분과 논리도 없이 들어왔다"고 복당파들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자 비박계 복당파 김영우·황영철·강석호 의원 등이 김 대행을 엄호하고 나서며 양진영은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후반기 자유한국당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 의원총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심재철 의원에게 부의장 선출 후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며 만류하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후반기 자유한국당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 의원총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심재철 의원에게 부의장 선출 후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며 만류하고 있다. 2018.7.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계파갈등의 절정은 고성과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했던 12일 의총이었다. 이번에는 김 대행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5선 중진인 심재철 의원이 의총 시작하자 마자 "지방선거 폭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며 김 대행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 대행은 의총 마지막 발언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그는 심 의원을 겨냥 "201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성의 누드사진을 보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또 "당의 혜택을 받아 국회부의장을 하면서 특수활동비를 받았는데 밥 한번 산 적 있느냐"고 따지는 등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더 이상 듣고 있지 못하겠다"며 의총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김진태 의원은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막장을 넘어 엽기·공포영화 수준"이라며 김 대행이 물어날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재선 7명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김 대행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한국당은 오는 16일 의총을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을 비롯한 당 혁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나 김 대행의 거취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당 계파싸움의 이면에는 당권싸움이 깔려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 대행과 가까운 김무성 의원은 여전히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는 심재철(5선), 유기준(4선), 정우택(5선), 홍문종(4선) 의원 등이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여기에 친박계는 김 대행이 향후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대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 대행은 "혁신비대위원장에게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며 "그 칼은 2020년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칼"이라고 밝히는 등 당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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